일단.. 현재의 얘기는 아니구
제가 대학생일때의 얘기예요.
약간의 술한잔에 또 생각이 기어나와
술기운을 빌려 이곳에 털어봅니다..
.........
나는 스무살부터 약 2년간 동네 호프집에서 알바를 했었다. 그냥 동네에 흔히 있는 맥주집.
1년 넘게 하다보니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지고
단골 손님들도 얼굴 트고 그랬지.
어느날 근처 초등학교에서 동문회가 열렸고 행사가 끝난
저녁 거기있던 50대 아저씨들 셋이 거나하게 취한채로
내가 알바하는 가게로 왔어
메뉴를 다 골랐는지 벨을 누르길래
가서 주문하는걸 주문서에 체크를 하는데
아저씨 중 하나가 안주에 대해 물어보며 본인이 들고 있는
메뉴판을 보라는거야.
당연히 그 아저씨쪽으로 몸을 숙였고, 물음에 대답한 뒤에
이렇게 주문 해드리겠습니다~ 하고 몸을 바로 세우는데
이 빌어먹을 아저씨가 그와 동시에 내가슴을 만졌어.
정확히 오른손 손가락으로 기타줄 튕기는것 마냥.
너무 갑작스러워서 몸을 돌리다가 어이가 없어
그 아저씨를 보고
'지금 뭐하셨어요?' 했더니
'뭐가? 나 지금 그냥 손가락 이렇게 한건데 왜?'
하고 발뺌아닌 발뺌을 하네.
'지금 제 가슴 만지셨잖아요. 뭐냐고요.'
하니까 적반하장으로 나와 자기가 언제 만졌냐고.
너무 화가나서 나도 모르게
씨× ㅈ같네 하고 욕한 뒤 주방근처로 갔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화나고 수치스러운거야.
그래서 사장님한테 말했어
저 아저씨가 제 가슴을 만졌다.
이대로 넘기고 싶지않다 경찰에 신고하겠다.
걸어서 3분거리에 있는 파출소에 가서 신고했고
경찰 동행하에 그 아저씨 일행과 파출소로 갔다.
나는 너무 수치스럽고 화가나니 구석에 앉아 눈물만 나는데
그 아저씨는 중간 탁자에 쩍벌하고 앉아서
자기는 아니라느니 반대로 고소하겠다느니
큰소리 내고 있고ㅋㅋㅋㅋㅋ
부모님한테 연락하지도 못하겠는게
아빠가 오시면 저 아저씨를 반죽일 듯 때릴것같고..
너무 속상해 하실걸 아니까 연락하지 못했다.
경찰이 그아저씨 없는 곳으로 불러서
어떻게 성추행을 했는지. 고소를 할건지 묻더라.
고소는 어떻게 하는건지 물으니 절차가..
어렸던 그때의 나한텐 너무 복잡하데..
고민하다가 저 사람이 사과하면 저도 그냥
술 먹은 개한테 물렸다 생각하고 고소 안하겠다.
했는데..
사과 안하더라고 본인는 절대 그런일이 없다면서..ㅋㅋ
오히려 내가 사정도 했다.
'아저씨도 나만한 딸이 있을거 아니냐. 그딸이 대학 생활비
벌겠다고 알바하는데 아저씨 같은 사람이 추행했다고
생각해봐라 그 마음이 지금 우리 부모님 마음이다.
그거 알면 지금 저한테 이런 태도 보이시면 안된다.'
그랬더니 뭐랬냐면.
'난 아들만 있고 딸 없는데?!'
바로 고소하겠다 하고 진술서 썼다
쓰는 내내 이 진술서 보고 속상해하실 엄마아빠가
생각나 계속 눈물이 나더라.
진술서를 다 작성하고 고소를 위한 서류를 경찰이
작성하고있는데
그 아저씨의 일행들 + 언제 연락한건지 동문회 같이 한것 같은 다른 친구들까지 밖에 모여 있더라
안에 상황이 심상치 않아보이니 일행 중 하나가 들어와
아저씨를 설득했다. 사과하라고 어른이 되서 잘못했으면
사과해야지 가족들 생각해서라도 이러고있으면 안된다고.
헛웃음이 났다. 나에게 저지른 범죄를 사과받는데 설득이
필요하다는거에..
그랬더니 벌떡 일어나서 나에게 사과하더라.
본인이 한 행동으로 큰 상처를 드린것 같아 죄송하다고.
진심으로 느껴졌겠나? 전혀.
고소한다고하니 똥줄타서 하는 사과구나 했다.
난 이미 기회를 줄대로 줬다.
두시간 이상을 경찰서에 있으면서 ..
이미 늦었다 고소할거다 마음 먹고
한숨을 푹 쉬며 땅을 봤는데..
세상 낡을대로 낡고 지저분할대로 지저분한
그아저씨의 구두가 보이더라..
같은 구두를 십년째 신고 계신 아빠가 생각났다.
절대 그럴일은 없겠지만 만약 우리아빠도 어디에선가
당신의 잘못을 빌거나 벌 받을 상황일때
상대가 용서해주지 않으면..
나를 포함한 우리 가족은 너무 힘들 것 같았다.
그리고 그건 이 아저씨의 자식도 마찬가지겠지..
또 눈물이 났다.
억지로인지, 원해서 인지..
이게 맞는건지 모르겠지만.. 고소취하를 했다.
정확히 12년된 일인데
문득문득 생각난다.
요즘 같은 세상에 더 그렇다..
용서 하지 말았어야했나.. 그냥 벌을 받게 했어야하나.
내가 고소 하지않아서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진 않았을까..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잘못한 일이라 생각하고싶지도 않은데
잘 살다가.. 울컥 후회가 느껴진다.
여러분 저.. 잘못하지 않은거 맞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