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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말할 곳이 없어서 여기에 써봅니다

ㅇㅇ |2020.11.12 04:29
조회 21,448 |추천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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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들어와보니 댓글이 많이 달려있네요 정말 놀랐습니다
긴 글이고 재미없는 글이라 아무도 안 읽을 줄 알았는데...
댓글로 남겨주신 따뜻한 말들 감사합니다. 인터넷에서 지나친 생판모르는 타인에게 정을 나눠준다는 것 자체가 너무 어려운 일이라 생각하고, 어려운것을 아는 만큼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칠때마다 들어와서 다시 읽을게요 정말 감사합니다.

자폐스펙트럼에는 양극단이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말아톤의 초원이같은 자폐부터 일상에서 미묘하게 티가나는 자폐까지, 자폐에도 다양한 양상이 존재합니다.
저는 자폐스펙트럼 중 그 정도가 비교적 미미한 편에 속하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갖고 있습니다. '미미한 자폐 스펙트럼 장애'라고 한 것은 이 때문입니다. 자폐의 척도가 심한게 아닌 의사소통 외적으로 일상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편함에 일정부분 대처할 수 있고 지능이 정상범위라 이렇게나마 글을 쓰는게 가능합니다.
진단받은 정확한 장애명을 말하지 않아 불필요한 오해를 산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진단은 대학병원 정신과에서 받았습니다. 오랜 관찰기간과 검진을 통해 나온 결과이니 주작, 자가검진과 같은 불필요한 오해는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댓글 주작이라던가 글 자체의 주작은 일체 한 적 없습니다.
주작할 시간도 여유도 없습니다. 애초에 업무사항 외적으로 인터넷 사용은 거의 하지 않습니다.
차라리 이 글이 주작이였으면 좋겠네요.


어찌보면 자기연민으로 점철된 글에 응원을 남겨주시고, 자기얘기를 빗들어 따뜻한 위로를 건내주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의 행복하고 평안한 하루를 기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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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살 직장인입니다.
제 얘기 좀 하고싶은데 친구도 없고 뭐 얘기할 곳도 없어서 여기에서나마 넋두리합니다.

저는 유년시절이라는게 없었어요 그냥 추억도 기억도 남아있는게 어요.
선천적으로 미미한 자폐스펙트럼 장애가 있어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편이였거든요 남들보다 사회성이 심하게 떨어진다고 보시면돼요. 나는 그냥 별 의도없이 말하는건데 상대방이 화를 낸다거나, 집단 내에서의 암묵적인 룰을 인지를 못해 튀는 행동을 한다거나... 간단히 말하면 이런식이였어요.
눈치는 있어서 '지금 분위기가 싸해졌구나' 정도는 눈치껏 알지만 그게 왜 문제인지 어떤 부분이 문제였는지 왜 기분이 나쁜지 전혀 모르니... 상대방과 상호작용이 어려워졌고 이는 따돌림으로 이어졌어요.

초,중,고 시절을 사람을 공부하고 사회성을 학습하는데 다 소모했어요.
저는 누군가가 주는 정이 간절히 필요한 사람이였고 심지가 굳은 편도 아니라 개썅마이웨이로 살 수는 없었거든요.
계속 다른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어떤상황에서는 이런말과 이런 행동을 하고, 어떻게 말을하면 이렇게 받아치는게 좋고, 보통 이런상황에서는 이런말을 하면 안된다 등등 을 노트에 적으며 공부했어요. 어떻게든 친구가 있으면 했거든요

어릴때는 누가 말을하면 그에 맞는 반응을 하기까지 변환작업이 필요했어서... 좀 버벅이며 말을 하긴했지만 어쨌든 노력 끝에 친구를 사귀기도 했어요. 물론 진짜 친구는 아니였죠 옆에서 계속 비위맞춰줘야하고, 무시당해도 웃으며 넘어가고 그래야했으니까요. 뭐 쟤는 친구도 없으니까 우리가 놀아주자! 하면서 놀아준게 아닌가 싶어요. 그냥 기르는 원숭이같은 포지션으로 두면 재밌으니까...

부모님은 제가 왜 이러는지(자폐스펙트럼 장애가 있다는걸 알게된건 최근의 일입니다.)모르시니까 늘 혼나고 맞고를 반복했던 것 같아요.
제 입장에서는 왜 이걸 하는지 이유가 궁금하고, 확실한 답이 듣고 싶었던 건데 부모의 권위에 도전한다 생각하셨는지 그렇게 듣기 싫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때리시더라구요 뺨맞는게 무난할 정도로 맞은 것 같아요. 무슨 말만하면 화를 내시니 집에서는 숨죽이고 없는사람 처럼 살았습니다.

그냥 늘 혼자였습니다. 모두 다 제 행동을 이해못하더라구요.
학교선생님도 부모님도 친구들도 뭐 하나 얘기할 곳이 없으니 그냥 속으로 죽어갔습니다.
친구가 필요했었거든요 아님 믿을만한 어른이라도 있었으면 좋겠었는데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았어요
매일매일 내가 뭘 잘못말하지 않을까 이상한 행동을 하는건 아닐까 저 사람이 날 싫어하면 어떡하지 같은 생각을 24시간 쉴새없이 하고 끊임없이 자기검열 하다보니 어디에서도 마음편히 있어본적이 없습니다.

제 첫기억의 시작점부터 저는 그냥 우울한 상태였습니다.
저는 당연하게 모든사람은 기본적으로 죽고싶어하는 줄 알고 살았어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죽으면 아무런 책임도 걱정도 안해도 되니까 당연히 죽는게 더 이득아닌가? 라는 사고체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다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을 때는 너무 충격이였어요.
첫번째 자살시도가 13살 때 였어요. 두번째는 18살 세번째는 21살이였나 그렇습니다. 준비해서 확실하게 한다고 했는데 좀 어설펐는지 다 실패했어요ㅎㅎ;
분노조절이 안돼서 자해도 많이 했었어요 둔기로 찍어서 멍을 내기도 하고 칼로 긋기도 하고 담배로 지지기도 하고...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렇게 다 티나는 미련한 짓을 했나 싶습니다.

대학들어가고 거의 폐인처럼 살다가 보다못한 전남자친구가 병원에 데리고 가줘서 지금 3년째 치료 중입니다. 치료용보다는 생명연장의 용도로 먹는 것 같습니다.
약 때문에 성격이 계속 변하고 생각이 변하고 계속 바뀌다보니 당장 어제의 나, 일주일 전의 나, 한달전의 나를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대체 일주일 전의 나는 어떻게 그런 사고를 할 수 있었는지 대체 성격이 무슨 하루마다 바뀌는지... 지금은 원래 내가 어떤 성격이고 어떤 취향이고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까지 알고있었던 내 특징들이 다 병의 증상이라니 나는 내가 누군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언제 죽을지 모르겠어요
음 지금은 25살까지만 버텨보자 상태이긴합니다.
30살을 넘어가는 나의 모습은 도저히 상상히 가지않네요. 그때까지는 못살 것 같아요
3번이나 실패했으니 저때는 잘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저도 그때까지 잘 정리해야겠죠

언젠가 안정된 삶을 가져보고 싶습니다.
안정된 내 가정, 안정된 인간관계, 안정된 일상패턴... 그런것들이 간절합니다. 사랑한다는 말로 그치는 불안정한 관계말고 무언가로 보증한 튼튼한 관계를 가져봤으면 좋겠습니다.
언젠가 살아야하는 명확한 이유가 생기면 조금씩 더 살아보고 싶습니다.

너무 길어졌네요.
그냥 제 얘기 해보고 싶었어요
긴 글 보시느라 수고많으셨습니다
추천수115
반대수5
베플ㅇㅇ|2020.11.14 09:49
글만 읽어선 자폐가 있는지 모를 만큼 본인문제나 상황 글 잘적으시네요 힘내세요 다들 인간관계가 제일 어렵고 그래요
베플ㅇㅇ|2020.11.14 11:51
미안한데 그냥 사회성이 떨어지는거고 자폐는 아닌 거 같다. 결혼한다 해도 끝없이 남편이랑 서로 소통하려 노력하고 살아야 하고 자식은 낳을 생각 하지 마라. 그리고 그거 다 이해해주는 남자랑 꼭 결혼하고 결국 그 남자가 힘에 부쳐서 다 포용하지 못한다 해도 원망마라, 부모도 이해못하는데 어떻게 남자가 다 이해하겠니. 좋은 사람 잘 찾아봐, 그럼 적어도 다독여주면서 살 순 있을거야. 다시 말하지만 절대 애는 생각도 하지 마라. 그건 애와 쓰니 둘 다를 위해서 하는 말이야. 본인이 본인 감당도 안되는데 다른 한 사람 몫을 어떻게 감당하겠니. 쓰니보다 더 험한일 겪고 산 사람으로서 하는 말인데 나이가 들면 살아지게 되어있고 살아있다면 살게 되는 거지. 사는 게 지옥같겠지만 삼십대 넘으니까 그래도 어떻게든 이 정신머리로라도 사는 게 익숙해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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