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수능이 바로 다음날로 다가왔네.
시간이 정말 빠르다. 내일 시험 치는 수험생들이 이 글을 볼까봐 조금 걱정이다.
내가 수능을 보기 일주일 전 겪었던 일을 말하고 싶어서 글을 써봤어. 말투가 이상한 건 미리 미안해. 판에는 글을 처음 써봐서 좀 이상할 것 같음...
나는 걍 진짜 평범한 애였거든? 근데 고등학생이 되니까 공부를 많이 하면서 너무 힘든거야 ㅋㅋㅋ 진짜 죽도록 했는데 만족할만한 점수는 안 나왔던 것 같아. 사실 전교 1등을 했어도 만족을 못했을 거야. 지금 생각하니 그러네.
그러면서 3학년이 되고 나는 우울한 게 점점 더 심해졌어. 9월이 되니까 도저히 버틸 수 없는 수준까지 갔고, 아마 그때부터 수면장애 같은 걸 치료하려고 수면약도 처방받고 그랬던 게 기억나. 매일 밤 10시에 야자가 끝났는데 나는 꼭 11시까지 공부를 하다가 집가고 그랬음
하여튼 그렇게 수능 일주일 전이 됐는데, 너무 실감도 안 나고 긴장감은 하늘을 찌를 듯이 높아졌지, 너무 두려웠어. 나는 정시파이터였는데 수능에서 지금까지 모고 봤던 것보다 훨씬 높은 점수를 받아야지만 대학을 갈 수 있었던 상황이었지 뭐 대충 상상 가지
그러니까 말하자면 거의 미쳤던 것 같아. 공포심에 미쳤던 것 같음.
그러다가 꼭 일주일 전? 목요일? 수요일쯤 됐는데 갑자기 공부하다가 아 조카 다 그만두고 싶다 생각이 드는 거야. 머릿속이 텅 비고 그냥 와... 진짜 개힘들다. 너무 너무 힘들다. 그 생각만 났어. 그래서 그냥 죽자, 그렇게 생각했어. 뭐 큰 결심을 한 것도 아니고 아 쉬마려운데 화장실 가자. 같은 느낌으로. 편하게 생각했던 것 같어
밤 10시가 돼서 야자는 다 끝났고 다른 애들은 걍 다 집에 갔고... 나는 계속 공부하는데 경비 아저씨가 스윽 스윽 복도 돌아다니면서 전교에 불을 다 끄시는 거야
근데 내가 있으니까 우리 교실에는 불을 안 끄시고 그냥 가셨어
그렇게 한참 더 있다가 (의자에서 엉덩이가 잘 안 떨어지더라) 책 다 덮고 정리하고 앞문 열고 나갔어. 그리고 4층으로 갔어. 우리는 4층이 꼭대기 층이었고 옥상은 잠겨있었거든
창문 열고 실내화 벗고 주섬주섬 올라가는데 ㅋㅋㅋ 복도가 깜깜하잖아 그리고 4층에서 내려다보면 운동장 시커멓고 졸라무섭고 그래서 한참을 그냥 아래 내려다보고만 있었어
근데
복도 창문에 매달려있는데 자꾸 귀가 멍멍한거야 아 왜 이러지? 하면서도 사실 그땐 정신도 없고 해가지고 걍 그런갑다 했는데 이명 같은 게 들려 자꾸
비비적 비비적 하는 ... 참새 소리? 같은 거 들리고
그러다가 꽝!!!! 하는 소리 나면서 쥐가 우루루 달려가는 거 있잖아 낡은 집에 가면
그런 소리가 등 뒤에서 몇 번이나 나는거야 걍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우루루루 달려가고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우루루루 달려가고
그리고 바람이 진짜 많이 불어서 팔에 힘을 꽉 주고 있었어 내가 원치 않는 타이밍에 덜어지면 안 될 것 같았거든
머리카락도 진짜 얼굴에 막 달라붙는데 앞이 캄캄하니까 뭐 보이지도 않고
근데 그렇게 몇 분이나 매달려있었지... 엄마가 기다리는데. 집에서
아직도 내가 집에 안 왔으니까 계속 기다릴텐데. 그 생각이 나면서
아... 집 가야겠다... 하고 그냥 내려왔어
그리고 그때부턴 아무렇지도 않게 등교하면서 신었던 운동화 (엄마가 6월에 새로 사주심) 신고 가방 챙겨서 집 갔는데
근데 집에 가서 생각해보니까 뭐가 이상한거야
아까는 그냥 너무 힘들고 애가 괴로워서 어우 별생각을 다했다 싶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까 내가 아까 창문에서 도로 내려오는데
벗어놨던 실내화가 없었어
그래서 양말바람으로 신발장까지??? 그냥 터벅터벅 걸어갔던ㅋㅋㅋㅋ 게
갑자기 떠오르는거야 진짜 아무 계기도 없는데 갑자기
신발장에 가서 신발을 신는데 신발장 안에는 차가우니까
운동화가 딱딱하게 차갑게 식어있었는데 그 감각도 떠오르고
실내화가 없이 그냥 양말만 신고 ... 계단 내려가고 복도 걷고
지금 생각하면 무섭지도 않나 싶은데 캄캄하니 복도 새까맣고
근데 아니 실내화가 ㅠㅠㅠㅠㅠ 없어졌었어. 그거 하얀데 구멍 한 20개 뚫려있는 고무 실내화 잇잖아
그니까 뭐지? 뭐임? 하고 계속 궁리해보는데 아니 그걸 밤 11시 넘어서 누가 가져갔을 리도 없고 바로 창문 밑에 벗어놓고 다시 내려오면 딱 발 닿을 데에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잖아...
혹시나 하고 내가 (약간 미쳐있었으니까) 아래로 던지기라도 했나? 싶어가지고
다음날에 등교 개일찍해서 화단이랑 운동장이랑 다 찾아봤는데
없더라고
근데 일단 안죽었으니까 수능이 더 급하잖아
그래서 걍 헐레벌떡 공부하다가 수능 봤던 것 같아
남들 다 하는 것처럼 수능 보고 집와서 채점하고 엄청 울고불고
그렇게 정시 넣어서 결국 대학을 가긴 갔는데
근데 몇 년 지나니까... 또 생각이 나더라고
내가 그렇게 힘들었었나 하고
그리고 어느 순간 갑자기 소름돋으면서 너무 무서운 거 있지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죽어야겠다~ 생각한 것도 무섭고
내가 원래 말이 많은 편인데 아무한테도 털어놓지 않고 걍 그날 밤에 자살하려고 했던 것도
혼자 마음 고쳐먹고 창문에서 내려왔는데 실내화가 없어진 것도 <-이게 제일무서움
어떻게 된 일인지 잘 기억도 안 날 뿐더러 그냥... 힘들었던 것도 무서운 것만큼이나 커가지고 어영부영 시간이 흐르게 뒀던 것 같음
사실 실화 괴담 같은 건 잘 안 믿는 편인데
자기가 겪은 일이니까 훨씬 생생하게 와 닿더라고
안무서웠다면... 다행이다
무서웠으면 걍 공감해줘 ㅠㅠ 혼자 꾹꾹 눌러담고있는... 비밀얘기였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