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곧 댓글만 달다가
집안 문제로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어
답답한 마음이나 풀고자 글 써보네요
저희는 결혼한 지 2년 된 부부에요
어제 아침에 다툼이 생겼고
종일 말도 안하고 냉냉하게 보내다가
남편이 더는 안되겠다 싶었는지
저녁에 족발이랑 소주를 사와서는 같이 먹자 하더군요
화해 제스처에 못 이기는 척
술 상 차려놓고
차근차근 대화를 나눴어요
싸움에 발단은
남편에 어처구니없는 장난 때문이에요
저 자고 있을 때
제 입에 양말을 물린다든지
코에 발가락을 댄다든지 하는
그런 지저분한 장난들이요
어제도
소파에 누워 드라마 보고 있는 제 얼굴에
엉덩이를 바짝 붙이고 방귀를 뀌더라구요
그동안 쌓인 것도 있고 해서
어찌나 성질이 나던지
깔깔 웃고 있는 남편 머리를
한 움큼 잡아 뜯어 버렸네요
평상시 같았으면 말로만 타박하고 말았을 일 을
제가 행동으로 나온 건 처음이라
남편이 적잖게 놀랬던거 같아요
저 역시 당혹스럽기는 매한가지였구요
그 사람 머리숱 적어서 대머리 조짐 보이는데
제 손에 뜯긴 머리카락이 꽤나 많아서
되려 제가 미안해지더라고요
하지만 어쩌겠나요 자업자득이죠
남편이 장난기는 많지만
자기 잘못 알고 개념은 있는 사람이라
다행히 큰 싸움은 피했어요
먼저 손 내민 남편 덕에
저희 부부 화해했고요
앞으로 지저분한 장난 두번 다시 않겠다는
약속도 받았어요
화해하고 기분은 풀렸겠다 술도 마셨겠다
술 상 물리고 오랜만에 부부관계했어요
좋았어요
흐뭇한 시간 마치고 뒷정리하려 하니
우리신랑 피곤했던지 그새 잠들어 버렸네요
그 모습이 살짝 얄밉 더라고요
그때 무슨 생각이 들었던 건지
제가 마귀에 씌었었나 봐요
저라고 장난 못 칠 이유 없다 생각이 들었고
남편 얼굴에 엉덩이를 대고 힘을 꽉 줘버렸네요
술기운에 조절이 안됐었나 봐요
제 허벅지에서 종아리까지
걸쭉한 뭔가 타고 흐르는 느낌이 들기에
밑을 봤더니 물똥이었어요
깜짝 놀라 술이 확 깨고
뒤돌아보니
똥으로 범벅된 남편 얼굴이
두 눈 부릅 뜬 채 굳어 있었어요
저도 어찌할 바 몰라 얼어 버렸고요
정신 차리고 급한 김에
족발 싸먹고 남겨뒀던 상추랑 깻잎으로
남편 얼굴을 닦아 주는데
고함치면서 화장실로 뛰어 가더군요
물소리에 섞인 남편 쌍욕 들으면서
저 가만히 손톱만 물어뜯고 있었지요
씻고 나온 남편이 굳은 얼굴로 잠바 챙겨서
현관으로 가려던거
제가 얘기 좀 하자며 잡아당겼는데
하필 제가 거실에 흘린 똥을 남편이 밟고 미끄러져서
뒤로 크게 넘어졌어요
양손으로 엉치뼈 감싸고 신음하는 남편 모습에
저는 다시 한번 패닉이 왔고요
남편이 진짜 화가 폭발했는지
씩씩 거리며 엎드려 기다시피 저한테 와서는
먹다 남은 족발뼈 집어 들고
절 때리려고 막 휘둘렀어요
저는 안 맞으려고 안방으로 피신했고요
살림살이 깨부숴지는 소리에
문 손잡이 꼭 붙들고 떨면서 잠이 들었네요
아침이 돼서 슬쩍 나와보니
사람은 없고 거실은 난장판이 되어 있었어요
남편한테 전화해보니
전화기는 꺼져있고
직장에도 연락해 봤는데
출근 안 했다고 되려 저에게 무슨 일 있냐고
물어보더군요
대체 어디서부터 일이 꼬인 건지
어제 족발뼈에 맞은 입술이 터져서 부어올랐는데
그다지 아픈건 못 느끼겠어요
그 사람 지갑도 안 챙겼기고 나갔는데
걱정스러워서 머릿속이 복잡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