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은 대학가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다.
정문에서 조금 떨어진 조그만 편의점이다.
그런데 어제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cctv 를 돌려봐야겠다고, 이따가 가게로 좀 오라고.
자초지종은 이러했다. 물류가 들어와서 배송기사가 배식대 쪽에 물건을 옮겨 쌓아두고 있었고 그 옆에는 자주 오는 고등학생 둘이 라면을 먹고 있었다.
고등학생들이 나가고 검수를 하는데 배송기사가 분명 가게 안으로 들여놓았다는 땅콩강정 한 박스가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엄마가 말한 시간에 cctv를 돌려보니 이게 왠일?
한 명은 물건을 구매해 계산으로 카운터에 엄마를 잡아두고 나머지 한 명은 눈치를 보더니 과자박스를 들고 열려있는 후문으로 잽싸게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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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는 기가 차고 치가 떨려했다.
과자 한 봉지도 아니고 검수를 위해 옮겨 놓은 봉지과자 한 박스.
무게는 무겁지 않지만 작지도 않고 제법 큰 박스. 1200원 짜리 15개가 들어있는 18000원짜리 박스.
그걸 들고는 잽싸게 사라졌다. 간도 크다 정말. cctv 의 존재를 몰랐던 걸까. 그 쪽은 촬영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걸까.
자주 오는 아이들이었고 미심쩍은 행동을 해도 주의 깊게 볼 뿐 별다른 큰 의심 없이 그렇게 대해왔는데 제대로 뒷통수를 맞은 것이다.
여태까지 얼마나 많은 물건을 가져 갔을지, 그 사실을 친구들에게 자랑을 해 얼마나 많은 다른 아이들을 훔쳐도 안걸리는 편의점으로 인식하게 해 불러 모았을지 그건 모르는 일이다.
나도 당한 적이 있다. 주말에 엄마를 대신해 가게를 볼 때 였다.
고등학생 네 다섯명에 우루루 들어왔다. 난 주의 깊게 본다고 봤지만 역부족이었다.
아이들이 나가고 보니 800원짜리 작은 과자가 세 개나 사라졌다.
cctv로도 잘 잡히지 않는 곳이었기에 알고서도 당할 수 밖에 없었다.
다시 이 사건으로 돌아와서.
그 아이들이 물건을 훔쳐 건물 옥상으로 갔을거라고 예상했는데 옥상엔 흔적이 없었고 대신 2층에서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중간에 있는 창문을 열고 박스를 밖으로 던져 나무에 걸리게 한 것을 동생이 찾아 주워왔다.
구석에 버려진 땅콩강정 과자 한 봉지도 함께.
그 아이들의 지문이 분명 남아있을테니 충분한 증거자료로 쓰일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경찰서에 신고할 생각은 없다. 학교에도.
다만 부모를 불러 사실을 알리고 10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청구할 생각이다.
경찰을 불렀다가 일이 커지면 아이들의 미래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것이니까.
하지만 10배에 해당하는 금액은 충분히 우리가 받아야 할 정당한 몫이라고 생각하기에 청구할 생각이다.
아이들이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용서를 빌지 않는다면 얘기는 달라지겠지만.
그런데 더 충격적인건 지식인의 답변들, 많은 사람들의 인식이었다.
이번 일을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까 고민이 되어 도움을 얻어보고자 편의점 절도에 관해 검색을 해보니 이런 내용이 많았다.
나 혹은 친구, 또는 가족이 물건을 훔쳤다. 그런데 편의점 주인이 터무니 없이 많은 돈을 요구한다.
30~100배 정도. 어떻게 해야 겠냐, 이게 정당한 요구이냐.
답변들은 한결 같았다.
니가 잘못한거다 우선 반성해라. 하지만 그 편의점 주인은 정말 못됐다. 인간 쓰레기다.
30~100 배는 너무한거 아니냐 등등.
물론 나도 30~100배는 너무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돈을 받을 생각도 없다.
훔친 물건 가격의 10배 정도가 적당하다고 들었다.
하지만 문제는 걸린건 한 번이지만 그 이전에 얼마나 많은 절도 행위를 했는지 그건 아무도 모르는 것 아닌가?
이번이 처음이다- 라는 말을 솔직히 어떻게 믿어? 막말로 물건 훔치는 인간의 말을 어떻게 믿겠는가? 안그런가?
이미 저질러서는 안되는 일을, 물건을 훔치는 일을 저질렀을 때- 그들은 편의점 주인에게서 완전히 신뢰를 잃은 것이다.
편의점 주인 입장에선 그 사람이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을 수 없다. 이미 '절도'라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 충격적인 것,
'실수였다- 그 나이 때는 다들 그럴 수 있는거 아닌가? 한번쯤은? '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절도는 꽤나 큰 범죄다.
지금이야 나이가 어려 몇 천원, 몇 만원짜리를 훔친다고 하지만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지 않는가?
그리고 '나이가 어리니까 그럴수도 있지~' 라는 발언에 난 또 충격을 받았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아니 그 훨씬 전 부터 아이들은 '절도'는 해서는 안되는 나쁜 일이라고 교육을 받는다.
하물며 머리 커졌다고 어른 대접 받으려도 달려드는 고등학생들을 '어리니까-' 라는 말로 감싸주려 하는 것은 웃기는 일 아닌가?
그들은 분명 '해서는 안될 일, 잘못하면 감옥에도 갈 수 있는 일' 이라는 것을 분명히 인지하고 그러한 일을 저질렀다.
그리고 '다들 한 번씩 그러지 않나?' 라는 발언들.....
적어도 나는, 내 동생은- 내 주변의 친구들은 어디가서 물건을 훔쳐본 적이 없다.
23년째 살면서 그런 적은 단 한번도 없다.
물론 진열된 물건을 보면서 갖고 싶다란 생각을 한 적은 있었지만 생각에서 그쳤을 뿐 난 절대 한 번도 물건을 훔친 적이 없었다.
왜냐구? 그건 해서는 안되는 일이잖아.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며 범죄이며 내 부모 얼굴에 먹칠을 하는 일이잖아.
그리고 내 스스로에게 부끄러운 일이잖아.
그리고 이런 사람도 있었다.
자기가 고등학교 때 20만원 짜리 게임기를 훔치다가 걸렸는데 경찰서 가서도 초범이라 그냥 훈방 조치 됐다고 그러니까 너도 그냥 경찰서 가서 진술서 쓰고 돈 물어줄 필요도 없고 그냥 훈방조치 받으라고 그러면 간단하다고.
참 좋은 것 가르친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이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산다지만 자신의 과거를 부끄러워할 생각은 안하고 자기는 이런식으로 잘 넘어갔으니 너도 걱정말고 그렇게 해라- 라는 말을 하다니. 솔직히 굉장히 뻔뻔해 보였다.
하긴 사기, 강도, 강간, 절도, 살인을 저지르고도 죄책감 조차 느끼지 못하는 뻔뻔한 인간들이 한둘은 아니지만 말야.
항상 하는 생각이지만 또 한번 생각했다. 인간은 정말 무서운 동물이라는 것.
이번 일을 겪으면서 일부 간 큰 10대들의 무서움을 몸소 깨달았고 더 무서운 것,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리니까, 그 나이 땐 다들 그럴 수 있는것 아닌가? ' 이러한 인식들.
이 글을 보는 사람들은 편의점을 운영하는 집이니까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난 어느 정도 객관적 입장에서 이 글을 쓴다고 생각한다.
자주 오는 아이들인데다가 학교도 알고 얼굴도 알고 cctv 에는 명확한 절도 현장까지 찍혔고 증거물까지 발견된 이 시점.....
앞으로 이 사건이 어떤식으로 풀릴지 걱정이 조금 된다.
이번에 한 번 호되게 당해야 다시는 그런 짓 못할텐데- 라고 생각이 들다가도 그런 짓을 하고 돌아다니는 그 아이들이 안쓰럽고 그 아이들의 부모가 안쓰럽다. 그 부모는 자기 자식이 그런 일 하고 돌아다녀서 편의점 주인에게 사과하고 일정 금액 지불하고 .....
그리고 내 아이에게 실망하고 내 아이를 그렇게 까지 밖에 키우지 못한 자신을 원망하고 자책하고 ...........
모두에게 상처가 될 이 사건.....
모두에게 좋은 방향으로 조용하게 잘 해결되었으면 좋겠다고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