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여친 하지 않겠다는 분 글에 제가 댓글을 달았더니 남자를 어떻게 매달리게 하냐는 대댓이 있었어요. 매달리게 하는 방법은 잘 몰라도, 내가 매달리지 않는 건 알려드릴 수 있어요. 딱히 방법이랄 건 없지만 언젠가는 하고 싶었던 말이라 글을 써보려고요.
글이 길어서 요약만 하면
요약:
스스로 단점을 찾아 쭈구리 연애하며 매달리다 채이지 말고, 혼자여도 잘 살 수 있는 당당한 사람에게 좋은 사랑이 온다고 생각하세요. 나를 사랑할 줄 알아야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는 건 진리.
아래는 제 얘기예요. 모바일인데 이모지도 안 먹고;; 이래저래 음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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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리게 하는게 좋은 건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최소한 가성비 애인이나 연애에서 질질 끌려다니는 건 성별 관계없이 좋지 않다고 생각함. 서로 존중하고 사랑하는 게 연애라고 믿음.
그걸 위해 가장 필요한 건 세상 우선 순위가 나라는 마음가짐임. ◀️ 중요
난 내 가족이나 신랑 위해서라면 간이나 신장을 망설임없이 떼 줄 수 있고, 대신 죽을 수도 있음. 하지만 가족이나 신랑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도 아니고 세상의 전부도 아님. 나는 내 세상이 있고 그게 중요함. 신랑이 있어서 행복하고 좋지만, 없어도 나 혼자 잘 살 수 있음.
예를 들면 형광등이 고장나서 새로 갈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난 신랑한테 부탁하지 않고 내가 새로 등 사다가 드릴로 천장에 못 박아가며 전체 다 교체함. 내가 원래도 충분히 혼자 할 수 있는 일인데 남에게 아쉬운 소리하거나 약한? 모습 보이기 싫음. 그럴 때면 신랑이 ‘진짜 나 없어도 너무 잘 살 사람인 게 새삼 느껴진다’고 함.
사람이라는 게 ‘쟤는 나 없으면 안 돼’라고 생각 들기 시작하면 권력을 가지고 막 대하려고 함. 독과점을 법으로 막은 게 그래서임.
아주 외진 곳에서 차 타이어 펑크 나면 원래 가격보다 2-3배 더 받아도 어쩔 수 없이 수리하는 걸로 만든 영화도 있잖음? 물론 그러면 안되는 건데 그런 사람이 대부분임.
애인없다고 갑자기 보이던 눈이 안 보이거나, 오른팔을 쓸 수 없는 것처럼 큰일나는 사람은 거의 없는데 그냥 말로 하는 거잖음. 많이 사랑하니까 그런 마음이 드는 거고, ‘니가 제일 소중해’하는 거 알고 있음. 그러니 마음가짐을 달리 먹으라는 거임.
이 사람이 너무 사랑스럽고 좋지만 헤어진다고 세상 끝나는 거 아니라는 걸 자각해야 함. 그래야 매달리지 않을 수 있음. 지금까지 거의 남친이 매달리는 연애를 했던 비결? 중 가장 큰 게 이거라고 생각함.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게 있음.
남친이 매달리고 공주 대접해준다고 해서 종처럼 부리고 막 대하지 않았음.
내가 좋아하니까 챙길 수 있을만큼 챙겨줌. 새로 신발을 사면 거기에 맞는 양말을 선물하거나, 그냥 스치듯 말했던 거 기억하고 챙겨주는 걸 좋아함.
신랑이 아직도 종종 하는 얘기가 있음. 연애한지 얼마 안 됐을 때 둘이 쇼핑을 갔는데 남친(현 신랑) 운동화 끈이 풀렸음. 그때 남친 손에 짐이 더 많아서 내가 한쪽 무릎 꿇고 운동화 끈을 묶어줬음. 내가 종년 기질이 있는게 아니라 그냥 그 상황에선 내가 하는게 빠르고, 내 옷차림도 편해서 할 수 있었음. 그런 거 해준다고 내 가치나 존엄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잖음?
신랑은 그때 ‘난 얘랑 결혼하고 말 거야!’ 결심했다고 함. 매사에 도도하고 아쉬운 거 없는 거 같은 사람이 또 아무렇지 않게 신발끈 묶어주는 거 보면서 진짜 감동이었다고 함(실제로도 별 생각없이 했음...). 자존감 정말 높은 사람이라는 것도 그때 깨달았다고 함(개인적으로는 신랑이 그냥 전생에 나라를 팔아먹었으려니 하고 있음).
내가 하기 귀찮고 싫은 건 남친도 하기 싫은 거니까 강요하거나 시험하지 않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주면 고맙게 생각하고 그만큼 갚으려고 함.
결론은!
남친/여친이 매달리게 하는 밀당 스킬 같은 자잘한 것도 있겠지만, 나는 궁극적으로 내가 내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가짐과 그만큼 상대를 존중하려고 노력하는 연애를 했음.
그래서 헤어졌음;;;;;;; 나는 기본적으로 비혼을 생각하고 있었고, 당시 이직했을 때라 너무 바쁘고 피곤해서 남친 만날 상황도 안 됐는데 이 괜찮은 남자 잡고 있는게 죄 짓는 거 같아서. 그런데 5년 후에 일 관련해서 다시 만났고, 신랑이 프로포즈만 7번을 한 끝에 결국 결혼함. 헤어지고 둘 다 다른 사람 만났는데, 남친 말로는 나랑 연애할 때가 가장 행복했고 이상적인 연애였던 걸 깨닫는 시간이었다고 함(다시 말하지만 내 생각에 얘는 전생에 나라를 팔아먹은 거 같음. 아님 내 전재산을 들고 날랐던가). 그래서 지금도 엄청 잘함. 내가 야근하고 늦게 와서 뻗으면 화장도 지워줌(유튭으로 공부해서 워터리스 클렌징티슈까지 사들고 옴. 세상 해맑게 뿌듯해함...).
(혹시나 내 조건이 좋아서/신랑 조건이 부족해 매달렸나 싶을까 해서 첨언하면 우리집은 부잣집 아님. 나도 학력이 아주 높은 것도 아니고, 얼굴이 예쁘지도 않고, 연봉이 많은 것도 아님. 신랑은 의사고, 부모님 두 분 다 교수심. 일반적인 조건으로는 내가 모자라지만 시어머니는 ‘우리 막내 며느리가 이렇게 똑똑하고 예쁜 건 다 사돈 어른들이 잘 키워주신 덕’이라며 우리 부모님께 늘 고마워하실 정도로 사랑받고 있음. 신랑은 껌딱지처럼 붙어서 안 떨어지려고 하는게 살짝 문제긴 해도 행복하게 잘 살고 있음. )
얘긴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