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19살 여고생입니다.
사는 게 너무 힘이 들어서 누구한테라도 털어놓고 싶지만
용기가 나질 않네요. 그래서 여기에 글을 남겨봅니다.
이 가정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저는 아직 어린 미성년자고
돈도 뭣도 하나도 없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게 너무
괴롭습니다.
아빠는 가부장적이에요. 고양이를 키우는데 고양이 화장실 한번 청소한 적이 없어요. 퇴근해서 집에 오면 잡니다. 자고 일어나면 출근합니다. 이게 끝이에요. 게다가 가족 몰래
거액의 대출을 자주 받아요. 저희 집은 가난해요. 4인 가족이 방 두 칸짜리 15평도 되지 않는 곳에 살아요. 물론 차도 없구요. 고양이는 제가 중학생 때 길고양이를 집으로 데리고 왔고 정이 들어 키우게 되었어요. 그땐 제가 우리 집이 가난한 줄 몰랐어요. 고양이 때문에도 많이 싸워요. 엄마 아빠는 자주 고양이를 버리라고 말해요. 지금 대출금을 갚지 못해
빨간 딱지가 붙게 생겼어요. 아빠는 신용불량자가 되었구요. 집 문을 함부로 열어주지 말라고 신신당부해요. 며칠 전 혼자 집에 있을 때 누군가 초인종을 끊임없이 눌렀어요. 저는 아빠 말대로 아무도 없는 척을 했구요. 제 생각에 아빠가 대출한 카드회사인 것 같아요. 아빠는 술을 많이 먹고 폭력을 써요. 아빠는 엄마를 자주 때렸어요. 식탁 유리를 매일같이 부쉈어요. 중학생 때 엄마랑 아빠가 다퉜는데 아빠가 옷장을 주먹으로 부수고 선풍기를 던져 박살내고 엄마를 때리고 온갖 보이는 물건을 다 던졌어요. 그래서 경찰이 왔고 아빠를 잠시 데려갔어요. 근데 그때 저희 집에 온 경찰관이 저희 학교 담당 경찰관이었고 저를 아셨어요. 너무 부끄러웠고 창피해서 도저히 얼굴을 들 수가 없었어요. 또 다른 날 엄마랑 아빠가 싸울 때 말리러 온 외할머니를 아빠가 때렸어요. 그래서 저희 가족은 명절 때 서로 방문하지 않아요. 엄마는 외가에 아빠는 친가에, 저는 외가에 언니는 친가에 가요.
엄마는 남자를 만나고 다녀요. 초등학생 때부터 엄마는 다른 남자를 만나고 다녔어요. 엄마는 저희에게 항상 아빠에게 말하지 말라고 했어요. 아빠는 일 때문에 집에 가끔씩 오는데 그래서 엄마는 다른 남자를 쉽게 만났던 것 같아요. 다른 남자 제가 아는 것만 해도 4명이 넘어요. 저는 싫었어요. 다른 남자를 만나는 게. 하지만 엄마는 저희를 억지로 끌고 다 같이 다른 남자와 여행을 간다거나 그 남자의 집에서 자기도 했어요. 중학교 때부턴 여행은 안 다니고 가끔 밥만 먹었어요. 그 남자들은 다 저희에게 친절하게 해주는데 다 수작인 것 같아서 싫었어요. 지금도 만나는 다른 남자가 있는데 그 남자에게 맞기도 하고 욕도 먹으면서 엄마는 그 남자를 사랑해요. 둘이서 여행도 가고요. 엄마는 집에 잘 안 들어오세요. 제가 들어오라고 빌어도 보고 화내도 보고 울어도 보고 소리도 쳐 봤지만 아무 소용이 없어요. 엄마가 너무 싫은데 가끔 오면 또 기분은 좋아요. 보고싶었던 엄마를 볼 수 있고 그때만큼은 엄마가 절 사랑하는 것 같아서요. 저도 이런 제가 미운데 아직 전 어린아인가봐요. 수능 끝나고 지금까지 집에 안 들어왔어요.
언니는 중학교때부터 말 그대로 일진이었어요. 담배를 피고 술을 먹고 다른 친구를 때려 학교폭력 징계도 받았어요. 물건을 훔쳐 소년원도 갔다왔어요. 가출을 하고 밤늦게까지 집에 안 들어오고 그 어린 나이에 임신을 두 번이나 했고 임신중절수술을 두 번이나 했어요. 지금은 그때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집에 자주 안 들어와요. 한 번 나가면 그 날은 외박이나 마찬가지에요.
저는 이런 가정사를 감추고 살고 있어요. 이상한 자존심에 차 있는 척 가족이 화목한 척 가난하지 않은 척하며 살고 있어요. 저는 매일같이 집에 혼자 있고 아무도 저를 걱정해주지 않아요. 엄마아빠는 며칠 전 이혼을 했어요. 저희 양육권은 엄마에게 있는데 엄마는 저희를 어떻게 키우실까요? 지금과 다를 바 없겠죠? 저는 이제 어떻게 살면 좋을까요. 모두가 제가 예민하다고 말해요. 엄마도 아빠도 언니도. 화를 자주 내는 건 맞아요. 하지만 화를 내지 않고 어떻게 버틸 수 있을까요. 화를 내는 이유는 생각하지 않고 화를 내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어요. 혼자 살고 싶어요. 가족이 차라리 없었으면 좋겠어요. 엄마 아빠는 돈 때문에 가장 많이 싸워요. 제 앞에서 서로를 욕하구요. 더 이상 이런 거 보기가 싫어요. 너무 힘들어요. 지금도 아빠는 자고 언니는 안 들어오고 엄마랑 전화로 다퉜어요. 엄마는 이미 만취 상태이구요. 엄마 제발 집에 들어오고 잘 좀 해라고 말하니 너나 잘하라고 하네요. 나는 잘하고 있다고 하니 공부 1등 아니라고 하네요. 저희 가족들은 이렇게 다 말이 안 통해요.
눈물 뚝뚝 흘리며 글 적다보니 조금은 후련하기도 마음이 진정되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