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제 고3이고 개인실 독서실 자리를 쓰고있어.
열람실 안에 작은 문이 있는 칸막이로 전부 나눠진 자리야. (사진이랑 똑같이 생겼어.)
한 열람실 방 안에는 개인실 자리가 10개가 있고, 열람실은 cctv설치가 애매해서 복도에만 설치가 되어있어.
위 아래가 트여있어서 바로 옆 방이나 앞 방은 문 열고 닫는 게 보이고, 열람실 문 열면 불빛때문에 누가 방에 있는지 금방 알 수 있어.
문제의 그 사람이랑 나는 서로 등을 마주보는 자리를 쓰고있어. 내 친구는 내 옆옆방을 쓰고. 나는 보통 오전 11시쯤에 와서 12시쯤 집에 가고 요새는 코로나랑 기말고사 때문에 2시 쯤 와서 9시에 집에 가.
그 사람이 자기 물건이 없어진다고 한 건 한달 반?정도 전 쯤이었어.
누가 독서실 열람실 앞에 자기 물건들이 없어진다고 소지품 관리를 잘 하라는 쪽지를 써놨길래 내가 그 밑에 쪽지를 붙여놨었어.
뭐가 없어졌는지 알고싶어서 뭐가 없어졌어요? 라고 붙여놨는데 몇시간 뒤에 보니까 전부 떼어져있더라고.
그때는 그냥 잃어버린 줄 알았는데 찾았나보다 싶어서 별로 개의치 않았지. 나도 성격이 꼼꼼치 못해서 종종 값나가는 필기구들, 버즈, 노트북 두고가는데 전혀 터치하는 사람 없길래.
근데 문제는 그 후 며칠 뒤였어. (지금으로부터 1달 전) 내가 그날도 제일 일찍 와서 공부하고 있었는데 내 방문을 노크하더니 날 아예 독서실 밖으로 부르는거야. 그러고는 자기 필기구를 누가 자꾸 만진다면서 뭐 없어진게 없냐고 물어봤어. 난 없어진 게 없었고 없다고 했지. 이때까지는 그래도 자기랑 똑같이 잃어버린 거 있는 사람이 있나 궁금해서 물어본 줄 알았어.
그러고 일주일 쯤 지났나 또 자기 물건이 없어졌다고 누가 자꾸 손댄다는거야. 난 없어지는게 없는데... 딱히 해야할 말을 찾지 못해서 아... 이러고 또 비슷한 대화를 하다가 다시 방에 들어왔어.
그날 저녁에는 열람실 문에 쪽지가 붙었어. 자기 물건이 자꾸 없어지는 걸 알고 있다면서 그렇게 남의 물건에 손대면 나중에 시험 불합격이든 뭐든 꼭 다시 돌아온다고. 시험 합격하려고 공부하는 사람들이 모인 독서실 문에 꼭 그런 문구를 써놨어야했나 싶었지만... 어쨋든 자기 물건이 자꾸 없어지면 답답하고 억울했겠거니 싶어서 그냥 보고 넘어갔어.
이 쪽지도 채 하루가 되지 않아서 다시 스스로 떼낸 것 같았어.
어제는 그 사람이 아예 날 열람실 밖으로 부르더라고. 자기가 어제는 잠깐 노트북을 켜놓고 화장실 갔다왔는데 그 사이에 누가 방에 들어와서 노트북을 만졌다는거야.
날 뚫어지게 보면서 물어보는 그 느낌이 쎄해서 대화를 그만하고 싶었어... 그냥 너무 대놓고 날 의심하길래.
그 사람 말로는 자기가 잠깐 나갔다가 들어왔을 때 내 방이랑 자기 옆 방 사람만 있었대(근데 내 생각엔 그 때 내 친구도 있었던 것 같거든)
그래서 자기가 먼저 옆 방 사람한테 물어봤는데 그 사람은 등록한지 1주일 밖에 안됐다는거야.
그렇게 말하는 의도가 뭐겠어... 그래서 나 아니라고, 다른 방 사람일수도 있으니까 cctv돌려보라고 했지. 그랬는데 그 사람이 cctv돌려봤자 우리 방은 찍히지도 않는데 뭐하러 돌려보냐고 묻길래 그래도 내가 억울해서 총무한테 말했고, 총무가 그 여자를 데리고 가서 cctv를 확인했어.
별말 없길래 우리방을 쓰는 사람이 아니고 다른 사람은 들어오지 않았거나 누군가 특정인을 찾았나 싶었지만 별로 개의친 않았어... 당장 기말고사였으니까.
근데 방금 내가 독서실에 입실하자마자 내 방문이 열렸다가 닫히는 걸 보고는 이어폰을 들고 나오는거야. 비싼 에어팟이나 버즈 이런게 아니라 삼성에서 휴대폰 개통하면 주는 그런 이어폰이었는데 그 이어폰에 귀에 끼는 고무 한짝이 없어졌대.
황당하잖아... 그걸 누가 가져가? 더러워서라도 못가져갈 것 같아 난... 그 사람이 자긴 어제 6시에 퇴실 했는데 난 몇시에 퇴실했냐는거야. 난 어제도 9시까지 공부했으니까 9시에 퇴실 했다고 말했지. 그리고 오늘은 말했어 왜 자꾸 저 의심하시냐고... 그랬는데 태연하게 '자기밖에 없는 것 같아서 그렇지~' 이러는거야... 진짜 울 것 같았어.
어제 노트북도 언제 돌아올줄 알고 그걸 들어가서 만지냐고 얘기했더니 같은 방 쓰는 사람들끼리는 충분히 잠깐 들어가서 만질 수 있다는거야. 탕비실까지 10초면 갔다오는 거리인데. 너무 어이가 없어서 할말이 없었어.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고 손이 떨려서 친구한테 카톡을 했고 (내 옆옆 방 쓰는 친구야) 친구랑 같이 총무한테 얘기했더니 그 사람 안그래도 방 옮겼다면서 이제 별 일 없을거라고 그러더라... 힘이 쭉 빠졌어.
정말 저런 사람은 나 처음만나봤어. 어떻게 저런 사람이 있을 수 있는지... 억울하고 어이가 없어서 할말도 없더라.
너무 억울하고 속상해서... 어디에 말 안하면 숨이 막힐 것 같아서 주저리 써봤어.
+참고로 오늘 그 사람이 누가 훔쳐갔다고 한 건 이거야...
새 이어팁도 아니고 쓰던... 이어팁...
(내가 이거 쓰던걸 왜 가져가냐고 했더니 그건 나도 모르지 이러고 말길래 정말 할 말이 없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