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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올곧은 성품의 의사 남편.. 제가 과하게 바라는 걸까요?

ㅇㅇ |2020.12.17 16:31
조회 5,620 |추천 17
안녕하세요,
요즘 잠을 뒤척일 정도로 신랑과 감정이 복잡해져 글을 남깁니다.

우선 간단한 소개부터 적겠습니다. 
동갑인 신랑은 의사 집안에서 자랐습니다.
시아버님도 의사시고, 늦둥이 도련님 또한 의대에 재학 중입니다.
가족끼리 늘 의료봉사를 다니고, 무엇보다 의사 집안이라고 으스대는 일 없이, 겸손한 신랑의 인성에 반했습니다. 
신랑은 피부과 전문의로, 어릴 적부터 꿈인 화상치료를 전문으로 하고 있습니다.
몸은 고되지만, 진정 보람을 느끼는 신랑에게 저는 여전히 존경심을 느낍니다. 

저는 30대 중반 통번역사입니다.
현재 임신 중이고, 코로나라 통역일은 많이 없어 번역에 집중하고 있구요.
어릴 적, 아버지의 직업 때문에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외국에서 나왔습니다.
덕분에 그 때 얻은 외국어 지식으로 국내 통번역대학원 수료를 마쳤습니다.
부모님 또한 유학생 출신으로 두 분 다 커리어를 탄탄히 쌓으셨고, 저 또한 이를 기반으로 교육받고 일을 시작으로 할 수 있어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운이 좋게도 이 언어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전문가가 적기에 제가 참여할 수 있는 프로젝트의 풀이 굉장히 넓구요.
하루종일 중요한 회의에 참여할 경우, 100만원 안팎으로 요율이 정해지기에 벌이는 넉넉한 편입니다.

제 집안과 벌이에 대해 자세히 기재한 건, 저나 저희 부모님이 전혀 의사 사위나 집안에 과도한 기대를 할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는 것, 또한 제가 기본적인 상식을 바탕으로 생활하는 사람임을 설명드리기 위함입니다.
저는 20대에 대학생 때부터 오래 사귄 전문직 남자친구와 결혼을 준비하다, 계산기를 두들기는 어른들 때문에 크게 마음고생 한 적이 있어, 남편의 직업보다도 겸손하고 올곧은 성품에 반했습니다.
실제로 결혼도 부모님 도움 받지 않고 진행했고, 신혼집과 결혼식 또한 검소하게 준비했습니다.

신랑은 과잉진료를 하지 않고, 늘 철저하고 엄격하게 자기 관리를 합니다.
그런데 요즘 이런 신랑의 대쪽같은 성품이 너무 힘듭니다.
우선 제가 받는 피부과 관리들에 대해 대해 반대합니다.
저는 임신 전까지 슈링크, 울쎄라 등의 리프팅 관리를 받고 있었고, 관리샵에서 마사지를 받습니다.
신랑은 이 모든 것이 의료진들의 장삿속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제게 위 관리의 기계값, 의료값 등을 계산한 자료와 실제 효과를 설명한 논문을 가져와, 얼마나 경제적이지 못한 관리인지 설명해 줍니다.
비싼 화장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화장품 성분이 피부에 영향을 끼치는 내용의 전문 자료를 가져와 설명합니다.
신랑은 폼클렌져도, 2만원 이상이 넘어가는 기초 제품도 필요 없다는 생각입니다.
실제로 본인도 약산성 클렌져(비누)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씻고, 피부과에서 쓰는 크림으로 보습할 뿐입니다.
직업인으로서의 남편을 존경하고, 그의 전문 지식을 믿기에 여기까지 괜찮았습니다.
다른 피부과 부인들은 남편의 병원에서 레이저 시술도 받고 관리도 받지만, 그것이 신랑이 지향하는 바가 아니면 존중하려 했습니다.
문제는 임신 중기 이후에 터졌습니다.
튼살 크림을 사서, 태담과 함께 배에 마사지를 해 달라고 부탁하니, 자신은 튼살 크림의 효능을 믿지 않는다고 합니다..
튼살은 복불복이라고, 복불복인 튼살을 없앨 수 있다는 마케팅으로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회사들에 반대한다고 합니다.
당신 아무리 이거 발라도 튼살 생길 사람은 생긴다고, 원한다면 마사지를 해주겠지만, 당신이 원하는 효과는 없다... 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서러움에 눈물이 나와 자리를 피했습니다.

이후 며칠 째 냉전입니다.
신랑은 가족, 남편, 연인으로서 삶을 함께 잘 꾸려나가고 싶다는 마음이라고 합니다.
저는.. 효과가 가격 대비 적을지라도, 갖고 있는 수입에 무리가 되지 않는 한 관리를 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연예인을 포함한 많은 여성들이 관리를 통해 젊음과 아름다움을 유지하지 않습니까.
무엇보다 효율적이지 않은 소비라도, 업무를 통해 받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피부과에서의 몇 시간, 기분 전환을 위한 백화점 쇼핑, 부부간, 태아와의 정을 나눌 수 있는 크림 마사지 시간 등... 그 이외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자신의 전문 지식과 실제 생활은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언어를 다루는 사람이지만, 평소 카톡이나 커뮤니티 등에 올라오는 글들에 크게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습니다. 결국 언어란, 소통을 바탕으로 하는 매채라 소통만 되면 맞춤법이던, 단어 사용이건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 이상 무언가 비전문가에게 바라고, 생활을 고치려고 하는 건 지적 허영심인 것 같습니다.

제가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걸까요?
주위에 물어보기도 민망하고.. 속상한 마음을 풀 곳이 없어 대나무숲에 남겨봅니다.
추천수17
반대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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