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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유학생활 이야기 vol.4 (since,1995)

쥰세이 |2004.02.21 21:07
조회 1,453 |추천 0

※ 역주: 9년 전 이야기이니, 지금과 다른 부분이 있는 점 양해 바랍니다.

 

유스호스텔에 머물면서 백방으로 방을 알아보길 이틀쯤 되던 날,
잠시 쉬어야겠다는 생각에 대형서점을 들렸다. 책값이 장난이 아니었다. 120DM, 150DM ...,
무심코 조금 크게 내뱉은 말이었다.
- 젠장, 책값 한번 더럽게 비싸네.
코너 건너편에 있던 어느 동양계 아주머니가(얼추 30대 중반으로 보였음-훗날 재미난 일이 벌어짐)

날 쳐다보더니 슬쩍 웃음을 짖는다. 나도 웃어줬다.

- 설마 한국사람은 아니겠지?
민망해져 다른 코너(건축관련)로 향했다. 역시 책값이 장난이 아니었던 것이다.
- 큰 일이군. 책값이 이렇게 비싸서야 어디 공부할 수 있을까?

 

점심을 먹고 다시 집을 알아보러 몸을 움직였다.
학원개강이 이제 열흘도 체 안 남았다. 서둘러야 했다. 아무리 돌아다녀도
공고게시판에는 방을 내 놓는다는 글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 그래, 학교에 가서 학생들에게 물어봐야겠지?
하지만 방학중이라 사람을 쉽게 찾을 수 없었다. 달리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 왜 독일은 복덕방이 없는 거야? 주여, 도와 주세요. 솔로몬의 지혜를 조그만 ...,
커피를 마시며 멍하니 서 있자니, 동양계 사람이 무리를 지어 오는 것이 아닌가.
- 실례합니다. 방을 구하려고 하는데 어디로 가면 알아 볼 수 있을까요?(영어)
= 개강하기 전이라 방 구하기 힘들 거예요. 대학생이신가 보죠?(영어)
- 아뇨, 근처 사설어학원에 등록했는데 아직 방을 구하지 못했네요.
= 서점이나 길거리에 진열된 무가지(무료광고잡지)를 찾아보세요.
- 아.. 그래요? 고맙습니다.
등을 돌리며 한국말로 읊조렸다.
- 이런, 내가 왜 그걸 생각 못했지?
그러자 일행 중에 한 명이 날 불러 세운다.
= 저기요 ..., 한국에서 오셨어요? 진작에 말씀하시지. 따라 오세요.
  요즘 같은 때에는 방 구하기가 참 힘들어요. 더군다나 시내 쪽은 ...,

 

버스를 타고 그 학생을 따라 나서며 여러 가지 대화를 나눴다.
얼마 가지 않아 한적한 동네에서 내린다.
= 여기 무료잡지를 한번 흩어 보세요. 이 근처는 조용하고 방을 내 놓은 곳을
  찾기 쉬울 거예요. 돌아가실 때는 저기서 OO번 버스를 타시면 되요.
- 정말 고마워요.
그 여학생과 헤어지고 잡지를 흩어보기 시작했다. 거의 600~700DM짜리 월세였다.
한참을 들여다보니 월 480DM짜리가 보였다. 전화를 하자니 망설여져 직접 찾아가
기로 작정했다.

 

중후한 분위기의 아주머니가 나온다.
- 저 실례합니다. 방을 내 놓는다는 광고를 보고 찾아왔는데요.
(잡지를 보여주며 독일어와 함께 손짓 발짓을 했다)
주인에게 여권을 보여주며 한국에서 왔으며, 어학학원을 다녀야 한다는 사정을 설명했다.
보증금(두달치)과 월세까지 합해 1,440DM를 지불하고 열쇠를 건네 받았다.
감동의 순간이었다. 드디어 내 방이 생겼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텅하니 비어있는
원룸을 보니 마음이 허해진다.(침대, 조그마한 테이블, 의자, 싱크대만 있음)
급히 역으로 가 코인로커에 있는 짐을 들고 돌아왔다.
- 그래, 이제부터 시작이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한국에 있는 J에게 전화를 했다.
- 야 임마. 나다. 잘 도착했어. 오늘 막 방도 구했다. 땨샤~
= 오호?! 드디어 해 냈구나. 편지 써라 임마.
집으로 전화할까 하다가 그만 뒀다. 괜한 자존심이 발동해서였다.
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P를 떠올리니 괜한 분노가 치밀어 올라옴에 아직도
그녀를 잊지 못하는 자신이 너무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방을 구했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편안한 잠을 이룰 수 있었다.

 

다음 날 주소지를 신고하러 가기 위해 해당 관할처(구청)로 향했다.
담당자가 내 놓는 서류에 사전을 뒤적이며 기입하고 제출하는데 내게 묻는다.
= 학생입니까?
- 아뇨. 어학연수를 위해 왔는데요.
= 그러시군요. 여기에 사인해 주세요.
- 독일어가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데요. 영어 가능하신 분 좀 불러 주실래요?
얼마 후에 다른 여직원이 오더니 서류내용을 설명해 준다. 아르바이트나 기타 금지사항에
대한내용이었다. 마약 복용한 적이 있느냐, 병질은 있느냐 등등의 것이었다.
15개 항목에 일일이 체크를 해야했다. 씁쓸해진다.
= 의료보험은 가입하셨나요?
- 아뇨. 나중에 하려고 하는데 어디로 가면 될까요?
주소가 적힌 여러 리플렛(leaflet)를 받고 나왔다.
- 일단 외국인관리소에 가서 거주신고를 하고 정식VISA신청을 해야겠지?


========================================= 다음 편에 계속 쓰겠습니다.(4)

 

[추신]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된 글이 <오늘의 톡>에 올랐더군요? 
           잘 쓰지도 못하는 글인데 창피하고 송구스럽네요. 앞으로는 템포를 조금 빨리해서
           올리겠습니다. 관심 가져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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