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느낌 4부
"이재민! 너 꿈 꾸냐? 어쭈? 침 까지 흘리네~ "
헉..!이게 무슨 추태냔 말이던가! 얼음 왕자라는 타이틀 에 어울리지 않게 헤벌쭉 입을 벌리고 자동차 의자에 기대앉아 꿈 속 향연에 넋을 잃고 졸았나 보다. 씨! 쪽팔려..!
"다 왔어, 내리자"
쓰윽 흘러내린 침을 닦고 원래 의 이지적이고 차가운 표정으로 돌아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차 밖으로 나와보니 교외의 어느 음식점 앞이다. <녹차향 가든> 이라고 커다랗게 간판이 걸린 식당 안 에는 평일이었는데도 손님이 꽤 많이 들어차 있었다.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꽉 매운 홀 안으로 들어가니 미모의 젊은 여자 한 명이 사방에 꽃 미소를 뿌리며 쪼르르 오더니 반갑게 인사를 건 내며 아는 척을 한다.
"어머~세현씨! 태희씨! 오셨어요? 어머나~이 꽃미남 은 누군가? 반가워용~호호~ 조금 만 일찍 오시지~ 방금 은영씨랑 은성씨도 다녀 갔는데 어머머 근데 그거 아세요? 은영씨가 임신을 했대요! 그럼 도대체 몇 명이야? 까악~넷째에요 넷째! 호호 아무리 금술 이 좋아도 그렇지 요즘에 누가 네명 까지.."
그칠 줄 모르게 이어지는 그녀의 수다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정말이지 예쁘지만 않았다면 달려가 입을 확! 꼬매 버렸을 거다. 그러나 태희와 세현은 이미 익숙한 일인지 아직 떠들고 있는 그녀를 무시한 채 방안으로 쏘옥 들어가고 있는 거 아닌가! 순간 자신도 어여 들어가지 않으면 이 수다스런 여자에게 잡힐 거 같은 불길한 예감에 얼른 뒤따라 들어갔다.
깨끗한 방안으로 들어가 보니 태희와 세현은 나란히 앉아 있었다. 태희 옆에 못 앉은 것에못내 못 마땅한 얼굴을 하고 태희 앞에 앉자 세현은 보란 듯이 아주 익숙하게 그녀의 손을 물수건으로 깨끗이 닦아주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속에서 열불이 나는 재민이다.
"태희 누나는 손이 없어요? 발이 없어요? 왜 세현형이 닦아 줘요?"
"사랑하니까..."
"푸우우"
"까악 차가워!"
요란한 소리와 함께 재민의 입에서 물이 뿜어져 나와 마주 보고 앉은 태희의 얼굴을 적셨다. 사랑..이라니..? 누가 누굴? 정말 세현이 태희을 사랑하는 걸까? 세현은 여자친구도 있지 않은가! 아니다. 있긴 개뿔이 있나! 세현 그 도 솔로인 것이다.
젖어 있는 태희의 얼굴을 보자 나도 모르게 그녀 얼굴로 손이 갔다. 보드라운 그녀의 피부가 손끝에 닿으면서 찌르르 한 무엇이 내 온 몸에 전해지는 느낌이다. 손끝 뿐 아니라 내 손 가득히 그녀 얼굴을 품고싶은 맘이 간절해지면서 조금씩 손을 펴서 그녀 얼굴을 감싸듯 안으려 하자 그녀 낯빛이 순간적으로 붉게 물드는 거 같더니 그것도 잠시 이내 내 손을 뿌리치더니 차갑게 말한다
"치워!"
"미..미안해요 누나"
거절당한 느낌..!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다. 고작 손 끝 조금 스친 건데 몹시 불쾌한 표정으로 차갑게 내뱉어진 그녀의 말에 온 몸이 땅 밑으로 꺼지는 듯했다. 나도 그랬던 거 같다. 가끔 장난 마냥 그녀가 내게 안겨오거나 내 뺨을 어루만질 때면 소스라치게 놀라 그녀를 밀쳐 낸 적도 몇 번 있었다. 그녀도 그때마다 이런 기분이었을까?
"됐어, 주문이나 하자. 뭐 먹을래? 우리는 삼계탕 먹을 건데 재민이 너는?"
"저도 같은 거요..."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하려 했지만 상처받은 마음은 쉬히 달래지지가 않은건지 목소리가 개미 만 하게 나온다. 게다가 그녀와 세현 을 우리로 묶는 태희 가 못내 서운하기까지 하다.
보기에도 무거워 보이는 커다란 뚝배기에 주문한 삼계탕이 나오자 세현은 뜨거운 듯 호호 거리면서도 먹기 좋게 쭉쭉 살을 찢어 태희 의 접시에 올리기 바빴다. 위기의식을 느낀 재민도 덩달아 해봤지만 이내 그 뜨거움에 놀랄 뿐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는다.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할 때는 그래도 그녀의 음식을 썰어줄 수는 있었는데 뜨거운 삼계탕에는 자신이 없었다.
"아직 뜨거워, 조금 식으면 먹어. 재민이 너 뜨거운 거 잘 못 먹지? 닭갈비 주문 할 걸 잘못 했네"
그녀의 말 한마디에 좀 전의 서운했던 감정은 이미 저 멀리 날아가 버리고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걸리면서 어둡게만 보이던 그녀를 되찾는(?)길에 한 줄기 빛이 '띠~잉' 비추는 듯 했다.
'누나 는 아직 날 사랑하는 거지, 그치?' 하고 물어 보고 싶은 걸 꾸욱 참고 세현이 발라 논 살을 내 그릇에 담아주는 그녀에게 백만불 짜리의 미소를 날리며 얌얌 잘 받아 먹는 걸로 대신했다.
세현 이 형~ Game Over! I'm the winer~
그렇게 닭 한 마리를 배부르게 먹고 후식으로 나온 녹차로 깔끔하게 입가심을 한 후 여전히 수다스런 미모의 그녀를 뒤로하고 음식점을 나와 주차해 논 차로 향했다. 가게에서 차가 있는 곳까지 고작 몇 걸음 안돼는 그 거리를 가면서도 어떻게 하면 그녀를 뒷 자석 에 앉칠지 곰곰 히 생각을 하는 재민이다.
"누나? 그거 알아요? 운전석 보다 조수석이 몇 배는 위험 한 거? 사고에 직면하면 운전자는 본능적으로 핸들을 왼쪽으로 틀게 되거든요 그렇게 되면 조수석에 앉은 사람이 젤 크게 다치구요 너무 무섭죠? 누나 앞에 타지 말고 나랑 뒤에 타요, 네?"
"야! 이재민! 자꾸 그러면 너 안 태워 준다, 너 그냥 걸어갈래?"
"세현형! 형은 어떻게 여자를 위험한 조수석에 태울 생각을 해요! 저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재민의 말도 안돼는 말에 태희는 살며시 웃더니 씩씩거리는 세현 에게 뒷자리에서 편하게 가겠다고 하고 재민과 함께 차에 올라탔다. 여전히 씩씩거리며 뭐라고 중얼거리는 세현을 무시한채 재민은 최대한 그녀 곁에 붙어 앉아 슬며시 팔을 들어 그녀를 감싸 안 듯 그렇게 편한 자세를 취하고 룰루랄라 콧노래까지 부르며 가끔 세현 에게 승리의 미소까지 보여주고 있었다.
"태희야"
"응?"
"낼 모래 창업파티 에 입을 옷 맞추려면 우리 낼 일찍 만나야겠는걸. 낼 아침 일찍 집으로 갈게."
뭐..? 뭐라? 집? 가만 생각 해 보니 나는 아직 그녀의 집도 모른다. 늦게 까지 자신의 자취방에서 놀다 갈 때도 택시 타면 금방 이라고 집에 데려다 주길 거부하던 그녀 아닌 가! 나에게는 알려주지 도 않던 그녀의 집인데 세현의 말을 듣자니 이미 세현 은 집까지 아니 그녀 방에까지 도 들어간 적 이 있는 거 같다.
"꼭 너랑 나랑 맞출 필요는 없는데.."
"무슨 소리야! 해 마다 우리 늘 커플로 맞쳐 입었잖아. 주위 분들도 은근히 기대하고 있을 걸? 이번에는 어떤 옷을 입을 까 하고~ 우리가 좀 어울리는 커플이냐? 말 그대로 선남선녀 아니냐"
상황역전이다.
이번에는 세현이 승리의 브이를 날리며 재민을 쳐다보고 있었다. 아니 째려보고 있었다. 마치 넌 안돼! 라는 표정을 가득 담고서는..
가만 생각해 보니 몹시 불쾌했다. 그 동안 나 좋다고 따라 다니는 동안에도 그녀 는 항상 세현과 함께 했던 것 같은 드러운 기분이 쉽게 떠나질 않았다.
그 동안 부잣집 공주님 께서 기분전환 삼아 평민의 아들 한 번 꼬셔 보려 한 거 아닌가? 매일 먹던 산해진미 에 실증이 나면 가끔 찾는 쉬어빠진 김치 쪼가리 마냥 날 택한 건가? 그런 주제가 지 분수도 모르고 싫다고 튕기기까지 했으니 공주님 성격에 더 끌렸을 테고...
재민은 한 순간 바보가 돼버린 자신의 모습에 열이 뻗쳐올랐다.
그런 거 였다면 웃어주지나 말지, 나 밖에 모른 다는 듯 그렇게 쳐다보지나 말지, 내가 놓치 않는 한 절대 날 향한 마음을 접지 않을 거 처럼 굴지나 말지...그래도 다행이다. 아직 은 아니잖아, 아직은 널 향한 내 마음 깊지가 않으니까...금세 잊을 수 있겠지..
세현의 말에 무슨 오해를 하고 있는지 말 한마디 안 하는 재민이 신경 쓰여 태희는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막상 굳게 다문 그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한 마디도 할 수가 없었다. 오해를 하던 말던 신경 쓰지 말자! 날 몇 번이나 거부한 남자다! 라고 다짐을 하는 그녀지만 오늘 보여준 그의 행동에 조금은 기대를 걸고 있던 그녀였다.
'역시 아니니?...난 그저 너랑 죽이 잘 맞는 누나 일 뿐이지? 그저, 니가 갖기는 싫고 남 주기는 아까운 그런...그런 심정인 거지...?'
계속 되는 침묵 속에 세현 만이 뭐라뭐라 말을 건넸지만 둘 다 건성으로 대답 할 뿐 무슨 말을 하던 흘려 보내고 있었다. 긴 썰렁함 속에 어느새 서울에 도착을 했다.
"형. 고마워요, 그냥 버스 타는 데 세워주시면 되는데 집까지 데려다 주시고 감사해요. 태희 누나, 저 갈게요, 안녕히 가세요"
자신을 내려주고 멀어져 가는 상류층만이 소유할 수 있다는 잘 빠진 외제차를 보고 있자니 재민 자신이 너무나 초라하게 느껴졌다. 가질 수 없는 무언가에 목이 메어 있는 느낌이 그를 쓸고 지나가는 듯 하다. 끝이 이런 거였다면 한 번이라도 단 한번이라도 그녀에게 말해줄걸...고마웠다고 덕분에 행복할 수 있었다고..애써 쓸쓸한 마음을 뒤로 한 채 속으로 주문을 외듯 중얼거려 본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그녀가 내민 손을 안 잡 은거 정말 다행이야..'
하지만 그도 알고 있다. 손만 안 잡았을 뿐이지 마음이 온 몸이 이미 그녀에게 빠져 있다는 것을.. 뭐라 설명할 수 없을 정도의 상실감에 빠져 천천히 뒤돌아 집을 향해 가는데 익숙한 그녀 의 목소리가 그를 다시 돌려세운다.
"재민아! 이재민! 재민아! 잠깐만! 잠깐 만!!"
부드러운 머릿결을 바람에 찰랑이며 내 앞으로 달려온 그녀가 날 바라본다.
"공주님 하고 안 어울리게 왜 뛰어와요? 백마 아니 흑마 탄 왕자님하고 곱게 집에 가시지 않고 왜 날 불러요? "
망할놈 의 주둥이 같으니라고! 내 맘과는 상관없이 지 멋대로 말이 튀어나와 버린다. 소심한 이재민 이가 그렇지 뭐..
"무슨 소리야? 공주는 뭐고 왕자는 뭐야? 너 동화책 놀이 하니?"
"내가 무슨 애 에요! 그런 놀이나 하게!"
"재민아! 오해하지마 나랑 세현이 아무사이 아니야, 집안끼리 친해서"
"됐어요! 지금은 아니더라도 결국 누나는 세현형 같은 사람에게 갈 꺼 잖아요. 돈 많고 집안 좋은 그런 남자 누나에게 어울리는 그런 남자에게 갈 꺼 잖아요. 그 동안 나 갖고 논게 미안해서.."
"갖고 놀긴 누가 갖고 놀아? 너야말로 그 동안의 내 감정을 장난으로 만 생각했지? 그렇지? 내가 그렇게 우습니? 이재민! 민태희가 너에게 그렇게 우스운 존재야?!"
"누..누가 할 소리..를.."
흥분해서 말이 안 나올 지경이다. 나 이재민 평소 침착하고 냉정하기로 유명한 남자인데 이 여자가 자꾸 날 이상하게 몰고 간다.
"나는 돈도 많고 집안 도 좋아!"
"누나 ! 지금 불난 집에 부채질 해욧!"
"돈은 내가 많으니까 내 남자는 돈 없어도 돼"
"....!"
"집안은 빌어먹을 집안 만 아니면 되고"
"누..누나.."
"이재민! 마지막으로 정말 마지막으로 물어볼게.."
"민태희 아직도 이재민 한테 여자 아니니..? 결코 안돼 는 일이야?"
순간 세상의 모든 신에게 감사드렸다. 하느님! 부처님! 알라신! 기타 등등..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역쉬 절 버리시지 않았군요..!
"......그렇구나..역시 난 안되겠지..? 너에게 난 그저 누나 일 뿐이지..."
잠시 재민이 모든 신들에게 감사 드리느냐 대답을 못 하자 어느새 그녀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다.
"아니에요! 절대 아니에요! 태희누나! 누나 이제 누나 아니에요. 아니 예전부터 누나 아니였어요. 미안해요. 내가 미안해요. 제가 얼굴 잘생기고 몸매 좋고 공부만 잘하지 이런 거에는 영 잼뱅이 라 몰랐어요..아니 처음이라서 그랬나봐요. 그래서 사랑인 줄 몰랐나봐요"
"흑흑 재민아..흑..흑..너가 진정한 왕자구나 흑흑"
재민은 울먹거리는 태희의 얼굴에 손을 들어 눈물을 닦아주고 그녀의 짙은 속눈썹 위에 입을 맞추었다.
아 사랑하는 여자의 눈물은 달콤하구나! 누가 눈물이 짜다 하더냐! 이렇게 달콤하기만 한걸!
재민이 자신의 눈에 입을 맞추기 만 할 뿐 더 이상의 진도가 안 나가자 태희는 재민의 목에 팔을 두르고 그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갖다대었다. 이렇게만 하면 다음은 재민이 알아서할 줄 알았는데 왠걸? 또 한참을 그렇게만 있는 재민이다.
이걸 언제 키워 잡아 먹냐? 라는 생각에 태희는 거친 숨을 몰아 쉰 다음 벌어질 줄 모르는 그의 입을 열기위해 힘껏 그의 발을 밟아 주자 '악' 하는 소리와 동시에 벌어진 그의 입 속에 자신의 혀를 미끄럽게 넣은 뒤 제 멋대로 휘젓기 시작했다.
재민은 아픔도 잠시 갑자기 밀려오는 알 수 없는 감정에 정신을 차릴 수 가 없었다. 결코 싫지 않은 느낌! 언제나 꿈에서만 맛보았던 그녀 입술이 주는 달콤함! 취할 만큼 향기로운 그녀의 향에 재민 자신도 모르게 바쁘게 그의 혀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매끌거리 면서 뭉클뭉클한 그녀의 도톰한 혀에 자신의 온 몸을 맡기듯이 깊고 세차게 빨아 당기기 시작했다. 그것도 모자란 듯 이번에는 그녀의 입술을 피가 날 만큼 힘주어 간지럽히더니 서서히 그녀의 가슴으로 손이 올라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