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간이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너를 써내려가 보고 정말 잊어버리고 싶다. 물론 좋은 내용은 별로 없다.
이십대 중반에 만나서 이십대 후반에 헤어졌다. 생각보다 짧은 시간이었다 생각했는데 그렇게 세아려보니 꽤 긴 시간이었더라.
사귀자는 말도 없이 어느 센가 연애를 하고 있던 우리가, 그 땐 어른들의 세계는 이런 거구나 막연하게 생각했었는데
시간이 지나 다른 사람과 저울질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그 때 너한테 나는 좀 더 무거운 저울 위의 추 정도구나 깨달아야 했다. 그러지 못했던 건 그래도 내가 무거운 추였구나 하는 미련한 안도를 했기 때문이겠지.
그 저울질이 잊혀갈 때 쯤 이었나. 연애 초도 아니었는데 너랑 난 그 때가 제일 애틋하고 따뜻했던 거 같다. 그 맘때 알게 된 바람. 이미 불고 지나가버린 바람이었는데.
내가 열심히 지었던 세상이 무너졌다. 넌 지금도 모르고 있을 많은 날을 거쳐서.
나는 너한테 뭐 였길래. 지나고 후회한다던 반성 말고 그 때 당시 너의 마음이 아직도 의문이다.
난 정말 너한테 뭐였어?
똑같이 느껴 봤으면 했던 원망 섞인 마지막 내 거짓이 너를 좀 아프게 했다면 다행이다. 내 적성에도 맞지 않는 복수란 걸 했다 치자. 그런 와중에도 난 옆에서 잠든 너를 끌어 안고 싶다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와 끝말곤 답이 없다는 걸 인정해야해서 잠든 네 손만 꼭 잡고 울다가 등 돌린 체 잤다. 잠에서 깬 너가 상처 받도록.
그립다. 온 정성을 다해 사랑했던 내가 그리고 네가. 밤새 해준 팔베개가. 내 팔에 감기던 네 뱃살도. 이런생각이 들고 있자면 상처 받았던 나를 끄집어내서 다시 너를 꾸역꾸역 집어 넣고.
이제 며칠 후면 이십대 마지막 점에 들어설 내가
그렇게 애틋하게 누구를 사랑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앞선다. 너가 남긴 트라우마를 앞세워 다른 사람에게 상처 줄까봐도 겁난다.
이 글을 마치고 나면 너는 그냥 내 과거에 머무르는 사람이길. 깊이 깊이 잠겨서 다시 떠오르지 않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