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9세로 내 생에 가장 잘한 일은 지금의 신랑을 만나
14개월의 사내 아기를 키우고 있는 것 입니다
아기를 키우는데 힘든 것 보다 좋은 기억이 더 많네요
아기가 얼마나 천사냐 하면요
50일 좀 넘어서 목욕 씻길 때
손에 머리 받혀서 씻기는데
아기가 움직이다가 제 손을 벗어나서 물에 퐁당 빠졌어요
어이쿠 하면서 아기 안았는데
놀랐는지 가만있더니 금새 으앙~~~ 하지요?
미안해 잘 받혔어야 했는데
하니까 다시 울음 멈춰서
목욕 씻기니 언제 그랬냐 듯 발버둥치면서 놀더군요
백일 좀 안됐을 땐요
아기 외출하는데 외출 준비 다 끝내놓고
하필이면 아기에게 물을 먹이고 싶었지 뭐예요?
그래서
물병에 물 담고
어? 이상하다? 했음에도
그대로 누워있는 아기에게 물 주려고 기우는 순간
물 뚜껑이 빠지면서 난데없는 물세례를 받았지요
뚜껑을 닫았어야 했는데 안 닫고 이상하다고만 느꼈던 거죠
화가나서 우는 아기 안고
미안해 미안해
달래주니 금새 울음 그치죠?
젖은 옷 말리고 다시 물주니 언제 그랬냐 듯 방긋방긋 웃지요?
우리 아기는 남들보다 좀 늦어요
240일에 스스로 앉기 시작했는데
요 녀석이 기어다니지 못하고 데굴데굴 굴러다니다가
원하는 곳에 앉았어요
근데 자꾸 내 주위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와서 앉아서
뒤로 휙 돌다 내 무릎에 이마가 부딪혔지요?
얼마나 아프겠어요?
한 두번도 아니고 짜증도 났겠죠?
조심성없는 엄마한테
그렇게 울면서 짜증내는 아기 안고
미안해 거기 있는 줄 몰랐어 조심할게
하면서 달래주면 뭐라뭐라 종알종알 대면서 따지지요
그러다 기분 풀리는 건지 어떤건지
제 품에서 자다가 일어나면
날 보고 손을 내밀고 손 잡아주니 방긋방긋 웃지요?
어쩜 그리 화도 잘 풀리는지 모르겠어요
14개월 요즘은요
안아주면 가고 싶은 곳을 손을 뻗어 가리키고요
누워 있으면 일어나라고 그 작은 손으로 제 팔을 잡아 끌어요
그러다 일어나면 제 품으로 폭 안겨요
그리곤 손을 뻗어요
일어서라고요
그렇게 온 몸을 다해 저와 소통해요
소통하는 재미 쏠쏠합니다
전 제가 딸을 원해서
둘째까지 낳아볼까 했는데
시어머님께서 제 아기 꾼 태몽이 둘째 셋째 다 아들낳을 꿈이래서
일찍이 하나로 끝내자 했지요
그런데 내 아기 커가는 모습보니 자꾸 아쉬움만 남아요
그래서 제가 신랑한테 얘기 했죠
누가 나한테 넌 둘째 무조건 딸이야 하지 않는 이상
딸 낳을 자신 없는데 우리 딸 하나 입양할까?
임신 아기는 나도 모르는 사이 내 뱃속에서 생겨나
얼굴도 모르고 그저 기다리만 하죠
그렇게 기다리다가 낳으면
3주 정도 되야 사랑한다 말해 주게 되더라고요
아기 낳자마자 갑자기 사랑이 솟아나는게 아니더라고요
입양은요
내가 사랑을 듬뿍듬뿍 줄 수 있는 아기를
내가 직접 선택해서 바로 사랑한다 말해줄 수 있을것 같아요
하지만 신랑이 반대했죠
그래서 둘째 포기했죠
딸 낳을 자신이 없어서
그런데 도저히 안되겠는 거예요
뱃속에 있을 때 느꼈던 태동 다시 느끼고 싶고
처음 만났을 때 들었던 울음소리 다시 듣고 싶고
산후조리원에서 수유하러 가면
눈만 멀뚱멀뚱 뜨고 있는 모습이 보고 싶고
한 달 쯤 응애 응애 울음 소리도 다시 듣고 싶고
그래서
에잇 이왕이면 딸이 좋겠지만 아들도 상관없어
우리 둘째 하자 해서
둘째 계획하는 요즘이예요
제가 요즘 듣기 싫은 말이
신랑도 하는 말인데
하나는 외로워 둘은 있어야지
첫 째 외롭다고 둘째 하는 것이 아닌
순전히 둘째 아기를 위해
처음 느꼈던 기분을 다시 느끼기 위해 둘째를 원해요
이렇게 원해도 될지 안될지 모르는게 임신이고요
아무리 원해도 안되는 게 임신이예요
그런데 말이에요
그 16개월 아기는 뭘 그리 잘 못 해서
고통속에서 별이 되었을까요?
입양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도 있는데
왜 힘들게 입양해서 나쁘게 했을까요?
처음 기사 제목 봤을 때 외면했어요
너무 마음이 아플 것 같았거든요
일 주일에 한 번 유일하게 보는
그것이 알고 싶다도 외면했어요
마음이 아플 게 뻔하니까요
그런데 연이어 쏟아지는 기사에 안 보고 싶어도
안 볼 수가 없어 무심코 본 게
하필이면 CCTV 동영상이었어요
아이고
어린이집 선생님 품에 안겨있다가
남자한테 아장아장 걸어가는 모습
그 모습이 뇌리에 박혀 위가 쓰리고 눈물이 멈추지 않아요
그러다 참을 수 없어 오열합니다
우리 아들은요
졸리면 제 품에 폭 안겨요
가만히 제 품에 안겨서 저를 안아줘요
그 모습이
16개월 아기와 매칭이 되면서
참을 수 없는 복받침에 가슴이 미어집니다
왜 입양했을까요?
차라리 파양을 하지 왜 그랬을까요?
분리할 수 있을 때 분리하지 왜 울고불고 막았을까요?
친 딸과 같은 성별의 동생을 주고 싶어서
혹시
친 딸과 같은 성별의 장난감 동생을 주고 싶어서?
만약에 말이죠
친 딸이 쇼파나 침대에서 놀다가 실수로 밑으로 떨어졌는데
아기가 밑에 있어서 실수로 애를 밟았어요
아기가 아파서 울었는데
잘 못을 한 친 딸을 야단치는 것이 아니라
아파서 우는 아기에게
뚝 그쳐 언니가 실수한 걸로 뭘 울고 그래
하면서 다그쳤다면요?
그래서
친 딸이 누워있는 또는 자고 있는
아기의 배를 수시로 밟았다면요?
그런데 아무도 제지하지 않아서
친 딸은 그게 잘 못인지 아닌지 판단이 흐려졌다면요?
지금 장씨가 구치소 수감된 마당에
안씨가 직장 짤리기 전에 먼저 사표냈다면서요?
지금 코로나로
교육기관 휴무 가능한데
혹시 친 딸이 어디가서 말할까 싶어
직장도 안 다니겠다
친 딸과 24시간 붙어있을텐데
그럼 어떤 세뇌시킬지 모르잖아요
그 집에선
16개월 아기를 위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던 거겠죠
그렇다면
장씨는 단순 체벌이었다
안씨는 단순 방임이다 할 수 있죠
단순 체벌로 인해
아기의 뱃속이 참담하기 이를 데 없기는 어렵겠죠
그럼 남은 단 하나가 원인일 수도 있을 거예요
정인아
16개월 아기 천사 정인아
너의 이름을 몇 번이고 불러본다
조금만 참지 그랬니
조금만 참다 내 뱃속으로 들어오지 그랬니
내가 네 엄마 해줄게
이제라도 내가 너의 엄마가 되어 줄게
뭐가 그리 급해서
그리 빨리 왔다
빨리 가버린거니
정인아
너의 이름을 부를 때 마다
가슴이 사무치는데
넌 얼마나 힘들었니
차라리 어린이집에서 쓰러지지 그랬니
넌 그토록 아기 천사라 꾀도 없었겠지
한 번만 더 와주렴
한 번만 더 기회를 주렴
한 번만 더 와서 사랑 듬뿍듬뿍 받고 가렴
널 온갖 정성을 다해
보살펴 줄게
사랑해 줄게
제발 한 번 만
딱 한 번 만
내게 오면 너의 그 해맑은 웃음
지켜줄게
아기 천사 정인아
너에게 보내 준 목걸이
잘 간직했다가
우리 먼 훗 날
꼭 만나자
널 세상의 누구보다 큰 사랑으로 꼭 안아줄게
길 잃지 말고
아프지 말고
울지 말고
널 잊지 않을게
사랑한다
오늘도
나는 너를 눈물로 가슴에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