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연 끊자는 친정엄마, 어떻게 할까요

ㅇㅇ |2021.01.11 09:29
조회 7,460 |추천 32
판을 즐겨보면서.. 언젠가는 친정엄마 얘기를 좀 써보려고 한참 쓰다가, 너무 길어져서 포기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도 아마 복장터지는 일이 있었던 것 같네요. 지금도 한참 망설이다가, 정말 조언을 구하고 싶어 써봅니다.. 글이 좀 길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어린 아이 키우는 40대 초반 워킹맘이고요, 결혼 전 자취 포함해서 친정에서 나와 산 지는 대략 5년쯤 되는 것 같아요. 친정에서는.. 제가 어렸을 때부터 사건사고가 많았습니다. 결론적으로는 바람핀 아빠와 엄마의 이혼, 그로 인해 시골 조부모님댁으로 보내져 5년 정도를 엄마와 떨어져 살았고, 중3때부터 엄마와 다시 같이 살게 되었습니다. 하루하루가 전쟁이었어요. 그냥 꾸지람이면 됐을 일은 항상 너 죽네 나 죽네 연 끊자로 끝이 났고, 전 머리로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몇날 며칠을 싹싹 빌어야 했죠.저는 모범생이었거든요. 몇 십년 지기 엄마 친구들도 인정하신 착한 딸이었구요. 엄마 마음에 들지 않을지언정 문제를 일으키는 딸은 아니었습니다. 참다못해 20대 초반에는 자살 시도도 했었을 정도로.. 전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엄마를 공부해보기로 했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제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가 없어서, 내 엄마가 아닌 객관화한 대상으로 공부해보기로요.엄마도 불우했습니다. 가부장적인 외할아버지, 형제들과의 불화, 아빠와의 이혼.. 경제적 어려움. 매사 부정적인 엄마는 많은 피해의식, 우울증, 낮은 자존감을 가지고 있었고, 그걸 방어하기 위해 (엄마 입장에서는) 자존심을 높였던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 정도 노력하고 나니, 이해라기보다는 받아들여지게 되더라고요. 엄마를 있는 그대로 보자.. 조금은 편해졌습니다. 
그런데 저와 같은 과정을 겪었던 우리 오빠는 그렇지 못했던가 봅니다. 외곬수에 아집있는.. 별로 열려있지 못한 성격이 되었습니다. 
그런 오빠가 결혼하고 일정 기간 따로 살다가, 첫째 조카가 태어난 후 엄마와 제가 살고 있던 집으로 들어와 같이 살게 되었습니다. 좁은 집에서 복닥거리며 사는 것도 힘들었지만, 엄마와 오빠 새언니.. 제가 보기엔 다 각자의 상처와 아픈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었던 그 관계는 정말 어려웠습니다. 
연 끊자가 주기적으로 반복되었고, 언젠가 본 듯한 트러블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저는 견디다 못해 독립하고, 독립 후 인연을 만나 결혼을 했고.. 좋은 시댁과 남편을 만나 행복하게 잘 살고 있지만 항상 마음 한 켠이 무거웠었죠. 
결국.. 오늘 아침 출근길에 엄마 전화를 받았고.. 엄마는 울면서 짐 싸는 중이라고, 집을 나갈 테니 연 끊고 살자시네요. 결국 맨 몸으로 쫓겨나게 되었다고요..(현재 오빠와 같이 사는 집이 장기전세입니다. 엄마 돈도 보증금에 들어가 있는 상태구요. 오빠 성격상.. 당연히 쫓아냈을리는 없습니다. 장남으로서 엄마를 모셔야 한다는 의무감과 책임감에 짓눌려있는 사람이에요.) 자식들한테 발등 찍혔다고, 너네가 엄마 삶을 조금이라고 알겠냐면서요. 원망하셨어요. 속으로 저는.. 엄마한테 칼부림 당해 본 자식의 마음은 생각해 본 적 있더냐고 되묻고 싶었지만 가만히 있었어요. 할말이 많았지만 하지 않았습니다.제가 환갑기념으로 드린 팔찌를 팔아서 생활비 하시겠다고, 매달 20만원씩 생활비만 부탁하자시네요. 그러마 했습니다. (남편도 동의하는 부분이고, 제가 경제적으로 어렵지는 않습니다.)제가 글을 쓰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지금 제가 정상인가 싶어서에요. 그간의 모든 상황과 그로 인한 부정적인 감정들.. 밑 빠진 독에 물붓기 같습니다. 걱정하고 염려하고 정신적인 소모를 했던 그 모든 상황들이 지겹습니다. 
이렇게까지 냉정한 제 마음이 정상은 아닌 것 같아.. 겁이 납니다. 새해 첫 날 오빠와 트러블을 겪은 엄마는 며칠 전부터 집을 나가야겠다는 뉘앙스를 풍기셨었고, 제가 엄마의 SOS를 알아차리고 오빠와 통화하고 조율하는 개입을 해주기를 바라셨던 듯 싶습니다. 제가 출근하는 중인걸 알면서도 전화하셨던 것이, 당장에라도 쫓아와서 말려주길 바래서 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전 그렇게 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믿을 수 없게 마음이 착 가라앉은 상태네요. 엄마가 돌아가시면 이렇게 냉정하게 굴었던 스스로를 미친듯이 후회할까요? 자꾸 생각이 꼬리를 물어서.. 지금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 길인지를 모르겠습니다. 
 

추천수32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