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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딩 짝사랑

Akaps |2021.01.21 18:25
조회 443 |추천 0





처음 만났을 때 기억나? 고1 기말고사가 얼마 안남은 목요일 저녁이였어. 공부하려고 내 친구 A와 B와 도서관에 갔는데, A, B와 같은 반 친구였던 너도 전화를 받고서는 온다고 했어.


너가 온다고 했을때는 그냥 아무 생각 없었어. 페이스북에 이름을 쳐보고, 다시 수학 문제집을 펴고 공부했어. 그러다 20분쯤 지났을까, 도서관이 어딘지 모르겠다는 너의 전화를 받은 내 친구들이 너를 데리러 나갔고, 나도 따라갔어.

버스정류장 앞에 있던 너는 검은색 비닐봉투를 들고 있었고, 그 안에는 초코우유 4개가 들어있었어. 인사를 간단하게 하고, 도서관으로 들어와서, 국어 프린트를 펴고 공부를 하던 너의 모습을 봤어. (칸막이가 있는 독서실 책상이 아니라 마주볼 수 있는 6인용 책상이였습니다.)

그 뒤로는 도통 문제를 풀 수가 없더라고. P랑 C랑 계속 헷갈리고, 내가 뭘 쓰고 있는지, 뭘 보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심장도 좀 빨리 뛰더라고. 그래서 문제풀이를 접고 국어 문제를 풀어볼까.. 하다가 또 안되서 영어를 좀 볼까.. 영어도 안 되서 그냥 포기했지. 너가 계속 생각났어.

그때 너랑 친해지고 싶었어. 근데 어쩌니. 나는 살면서 XX염색체라고는 엄마, 누나, 할머니, 중1때 사귀었던 전여친밖에 없었고, 여사친은 한 명도 없었어. 그러니까,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지. 그래서 그냥 전화번호를 물어보고, 페북 친구를 걸었고, 갠톡하기에는 부담스러워서 A한테 단톡을 파자고 졸라서 결국 도서관에서 단톡을 팠어.

난 공부도 안 되고, A와 B도 공부하는 것 같지도 않고, 나랑 A는 저녁도 안 먹었고. 그리고 너랑 친해지고 싶어서. 얼마 전에 개점한 피자스쿨을 가서, 피자를 먹자고 단톡에 카톡을 보냈고, 4명끼리 포테이토 피자와 불고기 피자를 먹었어. 문득 앞을 봤는데, 너가 피자 먹는 모습을 봤어. 지금도 기억에 남아.

피자를 다 먹으니까 8시 반쯤 되었으려나, 그냥 가기 아쉬웠던 우리는 피방을 갔지 너도 골드였고, 나도 골드였고. 너는 서포터였고, 나는 원딜이였고. 그때 피방 자리가 4명 붙어있는 자리는 없고, 2개씩 난 자리밖에 없는거야. 그래서 나는 A와 B, 너에게 봇듀오끼리 붙어야 한다고 어필했고, 같이 앉아서 10시까지 롤을 했어.(다 졌지만)

집으로 흩어지고, 단톡방에서 몇 가지 얘기를 하다가, 자려고 누웠는데, 계속 너가 생각났어. 잠이 안오고, 그날 밤은 눈 뜬채로 보냈어.

며칠 지나니까 조금 친해진 것 같고, 기말고사도 끝났어. 여유가 생긴 우리는 몇 번 A의 집에서 모였어. 같이 라면도 먹고, 롤 관전도 해봤지만 내가 서툴러서, 좋게 친해지지는 못했어. 남자인 친구들과 친해지는 것처럼 친해졌어. 근데 나는 널 좋아하고 있더라고.

시간은 지나서 크리스마스 이브야. 나는 엄마랑 누나랑 영화보러 나왔었는데, 영화 보기전에 대형마트에 갔어. 근데 계산대에서 나오니까, 너랑 A랑 B가 같이 있었어. 그래서 인사하고, 영화를 보러 나왔어.

근데 조금 생각해보니까 너랑 같이 있고싶던거야. 그래서 영화관에 가다가, 친구 보러 간다고 가족에게 말하고, A에게 전화했지. 마술가게에 있다는걸 알고, 그리로 곧장 갔어.

갔는데, 너희 세 명 다 나에게는 관심이 없더라고. 너와 A는 마술에 정신이 팔렸고, B는 너만 보고 있었어. 그리고, 그 상태로 한 시간 정도 있다가, 몇 십분을 걸어서 카페로 갔어.

그때 나랑 A와 나란히 앉았고, B와 너가 나란히 앉고, 서로 마주보고 있었는데, 너랑 B랑만 얘기하고, 나한테는 한마디도 안해주던게 서운했어. 좀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관심이 없더라고.

내가 티를 낸 것도 아니고, 구애를 한 것도 아니지만, B가 질투났고, 너랑 B랑만 있는 상황이 짜증났어. 그래서 반 넘게 남아있었던 아메리카노를 남기고, 혼자 피방으로 가서 롤을 켰어.

근데 너가 자꾸 생각나더라. 너랑 만났던 첫 날에 같이 바텀 섰던거, 너가 라인전하다가 죽었을때 한 귀여운 변명들. 롤 조차도 짜증이 났어. 그 날 역시 잠을 못 잤고, 그 다음날도 잠을 못 잤어.

(다른 에피소드가 많지만 부차적 서술이 될 것 같아 안적을게요)

시간이 좀 지나고 고2가 됐을때는 그냥 친구로 지내자. 조금 포기하고 있을때. 너가 다른 사람이랑 사귄다는 말을 들었어.
(--걔랑 A와 B가 같은 학교였고, 저는 다른학교였습니다. 거리는 그렇게 멀지 않았습니다.)


그 소식을 들었을때, 속 편했다고 생각했어. 근데 내 행동은 전혀 아니더라고. 항상 A한테 너의 근황을 확인하고, 너랑 사귄다는 남자애 정보도 항상 물어봤어. 그러다 난 어떤 여자애랑 썸을 타게 되서, 걔랑 여차저차 해서 사귀게 됐어. 너랑 같아진 셈이야.

근데 내가 여자친구를 사귈때, 급류에 휩쓸려서라고 해야하나, 그냥 허탈감에 그런건지는 잘 몰라도, 내 감정도 걔한테 솔직하지 못했고, 계속 너가 생각났고, 걔도 내가 너랑 카톡하는걸 못마땅해했어.(그 카톡도 거의 졸라서 하는 수준이였고, 너도 3-4시간 지나서 항상 답장을 보냈어.) 그래서 결국 헤어지고, 비슷할때 너도 너의 전남친이랑 헤어졌던거 같아.

그리고 사건이 터졌지. A랑 다른 친구들이 너가 전남친이랑 사귀면서도, 다른 남사친들이랑 노니까. 너를 입에 담을 수 없는 말로 험담하고. 걔네는 학폭위에 넘어갔지. 너도 상처를 많이 받았겠지만, 문제는 나랑 B였어.

B는 이런 사건이 있었으니, 내 8년지기 친구인 A랑 손절해라. 자기는 이미 손절했다고, 말했어. 그래서 나는, 너랑 계속 친하게 지내고 싶어서. 너랑 항상 붙어있는 B의 말을 듣지 않으면 너를 더 이상 볼 수 없게 될까봐, 8년지기 친구에게 왜 그랬냐며, 왜 사과 안하냐며, 거의 통보하듯이 인연을 끊어냈어.

하지만 B는 A와 비슷하거나, 더 심하게 험담을 했던 자신의 친구는 손절하지 않았어. 지나가듯이 물어봤더니, 10년 넘은 친구를 어떻게 손절하냐며, 솔직히 좀 웃겼어. 바보가 된 기분이라 해야하나? 나는 너 하나만 보고, 주변 시선, A가 느낄 배신감 등등 수 많은걸 버리고 8년지기 친구를 끊어냈는데, B는 그저 꼬리 자르듯이 A를 내팽개치고, 너랑 잘 지내는걸 보니 화도 나고, 후회도 됐지만, 이런 주제로 너와 B를 대한다면, 다시 볼 수 없을거라 생각해서, 아무 일 없는듯이 지냈어. 단 둘이 영화 한 편 본게 우리 추억이라면 추억이랄까.

시간이 흘러서 고2 겨울방학이 왔고, 공부하느라, 학원다니느라, 너무 바빴어. 항상 너 생각은 났지만, 연락을 안 한지도 꽤 됐어. 나는 너가 날 안 볼 줄 알았어. 그래서, A를 찾아가게 돼.

A를 오랜만에 봤는데, 내가 들은 거랑 다른 이야기가 있었어. 나는 A가 너한테 사과하지 않은걸로 알았는데, A는 학폭위가 열리기 전에 이미 사과했다고. 그리고 너도 그걸 받아주고, 선처했다는걸 들었어.

솔직히 배신감 들었어. 이 사실을 B 혹은 너가 얘기해 줬다면 좋았을텐데. 이걸 A한테 들으니까, 너에게 듣는 것 보다 별로일거라고 생각했어.


----다음에 마저 쓸게요.. 궁금한거 있으면 댓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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