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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세 남, 지하철에서 대굴욕 당하다.

연발권총 |2008.11.27 11:44
조회 686 |추천 0

안녕하세요. 톡톡 즐겨보는 29세 직장남입니다.

맨날 쳐다보면서 낄낄대기만 하는 톡에 오늘은 글을 한번 올려보려고 합니다.

제 블로그에 먼저 올린 글이니, 반말로 작성되어 있는 것 양해 바랍니다.

거두절미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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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몸을 지하철 의자에 싣고 집을 향해 달려가던 어젯밤의 이야기.
늦은 시간이라 지하철 안은 매우 한산했고, 좌석도 텅텅 비어 있어 나는 내가 좋아하는 탑승구 바로 옆자리에 앉을수 있었다.

언제나처럼 귀에는 음악, 그리고 눈은 손에 들고있는 PMP문서기능으로 채우고 주변과의 완벽한 바리케이트를 완성한 나. 세정거장이 지나고 네정거장이 지나고 다섯 정거장이 지나가도록 거의 움직임 없는 자세로 이영도의 [퓨쳐워커]를 읽고 있었는데, 왠지 뭔가 이상한, 평소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눈을 들어보니 앞에 앉아있는 여성 두 분... 뭐가 재미있는지 한분은 얼굴이 벌개질 정도로 웃고 있었던 다른 한 분은 그 분을 말리는 몸짓으로 그러나 어쩔수 없는 대세인지라 자기도 쿡쿡대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는데.

저 아가씨들이 왜 웃지? 내 쪽 좌석에 뭐 재미있는 거라도 있나?

옆으로 고개를 돌린순간 두 아가씨의 웃음이 너무도 간단명료하게 이해가 되었다.

다리를 쫘악 벌리고 잠드신 아저씨의 가랑이 사이, 검은색 바지와 너무나도 대비되는, 남극의 빙하와도 같은 완전무결 흰색 컬러를 반짝반짝 빛내며 영롱하게 튀어나와 있는 속옷의 자태가 한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속옷 속에 들어있는 물건이 무엇인지는 내 당연히 알고 있었고, 나도 남자인지라 좀 지나치다 싶은 정도로 튀어나온 그 물건이 어떤 상태인지도 충분히 추측이 가능했다.

이 아저씨, 도대체 꿈속에서 만나고 있는 여성이 누구인지 모르나 꽤나 아름다운 여성인가보군.
에.. 그리고 꿈속에서 둘이 만나 뭘 하는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손 잡는것보단 진도가 나갔을 거라고 장담할수 있겠어. 아, 아니다. 남자를 만나고 있을지도 모르지. 성적 소수취향이실수도 있... 흠흠.

우야지당간에 그 아저씨, 오른손은 옆으로 집어던지고 왼손은 허벅지 위에 올려놓은 꾀나 역동적인 자세와 잘 어울리는 표정 - 턱관절을 최대한 사용하는 듯 벌린 입과 희번덕한 눈동자가 조금 드러나게 감은 눈, 일정주기로 벌렁거리는 콧구멍 - 으로 열성적 수면중이셨는데, 아무래도 깨워서 "참으로 곤란한 속옷의 노출이 있으니 귀찮으시겠지만 잠시만 기상해주셔서 지퍼를 올려주시면 앞자리 여성들의 안면홍조와 곤란한 호흡에 도움이 될 것 같다." 라는 말을 해 주기에는 좀 무리다 싶은 상황이었는데..

남성 동지로서 이 거국적 쪽팔림을 양산하고 있는 장면을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 죄책감이 들었고..

그래서 나는 그 아자씨의 지퍼를 올려주기로 결심했다.

옆자리로 슬슬 다가선 나. 아저씨가 중간에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그닥 큰 상황이 아니었지만 주변 사람들로부터 "다른 남자의 바지 지퍼를 올려주는 것으로서 쾌감을 얻는 남자."라는 시선을 받지 않기 위해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은 손짓 - 마치 아기 귀저기 갈아주는 아버지와 같은 완성도 넘치면서도 전혀 꺼리낌이 없는 - 으로 아저씨의 지퍼를 올려주려 했으나...

열린 지퍼를 통해 오랜만에 세상과 호흡하고 있는 아저씨의 물건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지퍼가 늘어나는 물건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 아저씨가 힙합바지를 입고있는 것도 아니니, 안에 내용물이 튀어나온 상태에서 내용물의 주인을 깨우지 않고 지퍼를 살며시 잠궈주는 행위는 결코 쉽지 않았다. 제.젠장...
어쨌든 최대한 인내심을 발휘한 나, 간신히 간신히 아저씨의 물건에 손을 대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지퍼를 반 이상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사실 앞자리 아가씨들의 시선이 있었기에, 남의 곤란을 보고 그냥 넘어가지 않는 건강청년의 모습을 연출해 보고 싶은 욕망도 조금은 있었기에.. 작업을 끝낸 후 다시 앞자리 아가씨들에게 시선을 돌렸는데.

거의 숨도 쉬지 못할 정도로 웃고 있다.

왜들 저러지? 저 아가씨들 떨어지는 낙엽만 보고도 눈물을 한일자동펌프처럼 뿜어낼 감수성으로 보이지도 않는데. 종료된 상황을 저렇게까지 적극적으로 음미할 필요가 있나? 이상한 성격들이군... 흠.

암튼 내릴 정거장에 도착한 나, 아직까지 질기게 웃고 있는 아가씨들을 뒤로 하고 바로 옆의 문으로 내렸다.
내리자마자 바로 앞에 부착되어 있는 거울을 본 나. 걷잡을 수 없는 충격에 휩싸였다.





내 지퍼가 열려 있따!!!!!!

허..허억!! 반사적으로 문이 닫히는 지하철 안을 보고야 만(!!) 나, 평생 잊지못할 모습을 본다.

숨쉬기가 힘겨워 거의 꺽꺽대면서 웃고있던 그 웃음녀, 나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미소를 보냈는데 내가 심리학이나 독심술에는 전혀 조예가 없지만 저 미소, 적어도 수십가지의 의미는 담겨있을 듯한 저 미소를 보면서 저 아가씨가 진심으로 비웃던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수 있겠다.

내 지퍼 열고 옆사람 지퍼 닫아주고 있었으니... 죽도록 비웃음을 당해도 정말 할말이 없군.

허, 허허. 허허허....

젠장. 시중에서 쥐약이 얼마에 판매되고 있나? 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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