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깝게..오랫 동안 병환을 앓고 계시던 시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결혼한지 이제 2년 되었고 시아버지는 결혼 전부터 위중하셔서 대화 한 번 못 해보고 떠나셨습니다. 한 번쯤은 영화 같은 일이 일어나 식구 적은 집이지만 시아버지 시어머니 울 신랑 저...알콩달콩 행복한 기억 만들고 싶었는데...좋은 곳으로 편안한 곳으로 가셨으리라 믿으며 보내드리고 오늘 집에 왔네요.
어머님 아버님 모두 형제가 엄청 많으신 분들이라..다행히 가족 분들이 많이 와 주셔서 코로나 시국에 지인분들은 모시지 못했는데도 북적북적 외롭지 않게 보내드릴 수 있었고요.
오자마자 나흘의 상중 기간 동안(사정이 있어 보통 사흘째에 발인을 하는데 저희는 나흘째에 발인을 했거든요) 지친 신랑은 곯아 떨어지고 한참 자는 모습 바라보다 이 마음을 어디에라도 털어놓고 싶어 잘 들어오지도 않는 판에 들어와 봤어요. 글이 좀 길 것 같아 먼저 사과드립니다.
아버님이 돌아가신 날...한밤 중에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은 신랑이 먼저 달려가고.. 1시간이 채 못 되어 엉엉 울며 전화가 왔어요...가셨다고..다급한 마음에 근처에 있던 친정 엄마에게 연락하고 같이 출발하려던 중, 이미 밤이 늦었고 손님이 오실 것도 아니니 그냥 다같이 고생할 필요 없이 일단 집에서 하루 자고 다음날 데리러 오겠다고 하더라고요..경우 없어 보일 것 같아 걱정하던 중, 시어머니까지 극구 일단 집에서 하루 자고 오라 하시는 통에 다시 집에 돌아와 하루를 자고 이튿날 신랑이 아침에 와서 함께 갔어요.
첫날은 저를 저희 집에서 자라하시고 둘째날 밤은 셋이서(밤 10시 이후에는 조문객을 받지 못하더라고요 코로나라서)그곳에서 자고..일어나서 제대로 샤워를 못해 찝찝하다는 말씀을 드리니 신랑에게 저를 근처 시댁으로 데리고 가서 씻게 해주고 데려오라 하시더라고요..ㅎㅎ 셋째날 밤은 발인 전 날이라 본인은 친척 분들이 몇 분 남아 주무실 거니까 저랑 신랑은 시댁 가서 자고 오라 하셔서 또 염치 없지만 편히 자고 오전에 다시 들어갔습니다.
위 상황만 보셔도 짐작되시겠지만..넵..저희 시어머니 진짜 너무 좋으세요. 뻥 조금 더 보태서 ㅎㅎ 친한 언니 같기도 하고 이모 같기도 하고 그런 느낌? ㅎ 명절 때 음식도 다 해주시고 염치 없이 오빠랑 쪼르륵 가서 얻어 먹고 어지간하면 설거지도 안 시키고 집에 보내버리시고요 ㅎㅎㅎ 김장을 꼭 하시는데 김장 때도 일부러 저 출근하는 날을 잡으셔서 한 번은 신랑 데리고 하시고 한 번은 신랑 이모님과 함께 하셔서 김장김치를 2년 째 얻어 먹는데 한번도 김장을 해본적이 없어요.
아무튼...이거 말고도 에피소드가 어마어마하게 많아요. 그냥 일상 자체가 사랑만 주시는 분이신데...뭐 대충 그렇습니다. 저희 엄마랑도 너무 잘 지내주셔서 저희는 양가 엄마들이랑 같이 여행도 가고 그랬어요.
그런데 사실 어머님은 시집살이도 꽤 하셨고 아버님 쪽이 전형적 경상도 보수적인 가정이었대요. 신랑 친가 분들도 잔뜩 오신 빈소. 잘 모르는 것이 태반이지만 그래도 울 어머니 좋은 며느리 얻었다는 소리 듣게 해드리고 싶어서 열심히 열심히 참한 며느리 코스프레(?) 비슷한 것을 했습니다. 걱정도 많았어요. 울 어머님은 그런 것을 안 시키시는 분이시지만 오빠 친가 식구들이 보실 때 ㅠ 모자란 점이 많을까봐...
그래도 나름 열심히 하려고 하는데 친가 고모님 중 한 분이 저에게 심부름을 몇 번 시키셨어요. 다른 친가 분들은 제가 막 해드리려고 그래도 본인들도 가족이니까 대접 안해도 된다. 필요한 거는 접객 도와주시는 아주머니께 부탁하겠다..하시는데 한 분이...흡..근데 그거 아시죠? 공부하려다가도 엄마가 '공부 좀 해라' 하는 순간 책장 덮어 버리게 되는;;; 그런 심보...진짜 별거 아닌 심부름이었는데 순간 확 화가 나고...흠..암튼 그렇더라고요 ㅠ
그래서 신랑한테 뭐라고 하고 싶어서...ㅠ 신랑 마음 엄청 아픈 중일텐데..그 와중에 신랑한테 화를 내려던 저도 진짜 나빴는데 ㅠ 암튼 그 순간 괜히 그런 기분 들었어요...신랑이 어디 있나 레이더를 발동시키자마자...상주 양복에 상주 완장, 표식 단 채로 쟁반에 밥을 한가득씩 나르고 있는 울 신랑이 보이더라고요.
예전에 다른 상가에서..얼핏 상주는 움직이는 거 아니다. 상주는 조문객만 받고 빈소만 지키는 거다. 하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는데...순간 그런 저런 생각이 나고 바삐 움직이는 신랑 모습을 보며 그 짧은 순간에 사랑에 빠졌습니다.
그런 맘이 들고 나니 그 후 신랑이 뭘 해도 다 멋있고 안타까워 보이더라고요..상주 표식 달고 조문객 맞는 모습을 보니 울 신랑 나보다 겨우 1살 더 많은 어린 나이인데 갑자기 더 훌쩍 어른이 된 것 같아 멋있기도 하고 존경스럽기도 하고..중간 중간 눈물 펑펑 흘리는 모습에는 저까지 눈물 펑펑 쏟을 정도로 애잔하고 안타깝고 보기조차 아까울 정도로 아끼는 마음이 들기 도 하고요.
상기간 내내 틈만 나면 슬쩍 와서 손잡아주며 고맙다고 너는 여기 있어주는 존재해주는 것만으로도 오빠한테 힘이 된다고 속삭여주고 아버님 영정 앞에 엉엉 울며 가시려고 이런 복덩이를 우리 가족으로 맞게 해주셨냐...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도 다시 사랑한다 어쩐다 ㅎㅎ 하더니 저희 엄마한테도 전화해서 뜬금없이 장모님 사랑합니다...하더니 저한테도 사랑한다고 말씀드리래요...ㅎㅎㅎ
울 신랑 참 자상한 사람입니다.
신랑은 좀 철이 든 사람이고 저는 좀 철이 없는 사람인데 ㅎㅎ 항상 아빠처럼 오빠처럼 남자친구이자 베프, 남편으로 최고의 남자라고 생각해요.
처음 만난 날, 실내는 답답하니 좀 걷고 싶었던 저를 한강 공원으로 데려가서 같이 산책하고 벤치에 손수건을 깔아주던 사람이에요 ㅎㅎ..저는 좀 낭만적이지 못해서 초면에 '아니, 연애를 글로 배우셨어요??;;' 하고 면박을 줬어요 ㅎㅎㅎ정말 어지간히 연애를 해봤지만 벤치를 털어주거나 자리를 봐주는 사람은 봤어도 손수건을 깔아주는 사람은 처음이었거든요.
아무튼...그렇게 연애 1년 하고 결혼해서 사는 2년 동안 정말 처음 그런 마음 그대로 지금까지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이에요.
집에 돌아와 잠들기 전에 이런저런 아버님에 관한 이야기 하면서...아버지가 전형적인 부산 남자셨고 집보다 바깥일에 열중하시는 스타일이셔서 항상 다짐했대요. 자기는 결혼하면 제일 행복한 아내로 살게 하겠다고요.
뭐라고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고맙고 사랑스러운 마음이 들어서 어디에라도 털어놓고 싶은데...상중에 이런 생각하고 있었다는 게 너무나 죄스러워서 고민하다가 판까지 왔네요...ㅎㅎ
새벽에...멍멍소리 같은 긴 글 혹시 누구라도 읽어주셨다면 감사합니다. 모두 행복한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