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겪은 일입니다.
저희 어머님께서 제천에 있는 한** 내과에 방문하셨답니다.
2~3일 전부터 코가 헐 정도로 콧물이 나오는데다, 내원 1일 전부터 온 몸이 무엇에 찔린 것처럼 아프신 게 몸살감기인가 싶으시더래요.(고열, 기침, 인후통, 미각이나 후각 손실 등 일반적인 코로나 증상은 전혀 없었고요.) 그래서 평소, 혈압약과 당뇨약을 처방받는 내과로 가셨다고 해요.(어머님은 제천에 홀로 계십니다.)
병원에 도착해 접수를 하고, 평소대로 혈당과 혈압을 재고 진료를 기다리셨고요.(웬일인지 어제는 체온을 재지 않더랍니다.)
진료실에 들어가자
의사 :(친절한 목소리로) 잘 지내셨어요?
어머님 : 네~.
의사 : 어디가 불편하세요?
어머님 : 온몸이 콕콕 찌르는 것처럼 아프고...
의사 :(윽박지르듯) 나가세요.
어머님 : 네?
의사 :(단호하게) 나가세요.
어머님 :(진료실에서 쫓겨 나오며) 아이고, 저 코도 헐었어요.
의사 :(병원 관계자에게-간호사인지 간호조무사인지 몰라 병원 관계자로 칭함)
***환자 체온 측정해.
어머님은 무슨일이 일어나는 건지 그저 어안이 벙벙했고, 진료실에서 수납 창구 앞으로 나오자 병원 관계자가 체온을 쟀답니다. 36.2도였는지 36.5도였는지 정확하지 않지만, 체온에는 문제가 없었던 듯합니다.
체온을 잰 후,
병원 관계자 :(병원 출입문을 가리키며) 나가서 기다리세요. 처방전 나오면 드릴게요.
어머님 : 네? 문 밖이요?
병원 관계자 : 네.
어머님은 병원 출입문 밖 복도에서 처방전을 기다리면서도 이게 무슨 일인가 하셨답니다. 팔순 나이에 몸살 기운으로 힘드셨으니 상황 판단을 못하셨던 듯합니다.
잠시 후,
병원 관계자 : (병원 출입문을 열며) 처방전 나왔고요. 보건소에 가서 코로나 검사 해보세요.
어머님 : (진료비 1, 500원을 주며) 네? 제가 왜요? 아이고, 나 검사 안 받아요.
병원 관계자 : (대답없이 문 닫고 들어감)
약국에서 처방전으로 약을 지으며, 코에 바르는 연고가 처방되지 않은 것을 알고, 연고도 하나 사고 집으로 돌아와 바로 약을 한 봉지 드시고, 휴식을 취하고 나니 그제야 상황 판단이 되셨던 모양입니다.
아, 내가 코로나에 걸렸을 수도 있어서 진료실에서 쫓겨난 것이구나. 그래서 병원 관계자도 나를 병원 밖에서 기다리라고 했구나....
황당하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하고, 혹시나 진짜 내가 코로나면 어쩌나 걱정도 되고, 지금이라도 보건소에 가봐야 할까? 거의 집에만 있었고, 사람들을 만나지도 않았는데, 괜찮겠지. 내일까지 기다려보자. 코로나가 아니라면 약을 먹었으니 좀 나아지겠지... 저희에게는 말도 못하시고, 뒤숭숭한 밤을 홀로 보내셨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와중에 약처방은 잘 내려주었는지, 아침에 눈을 뜨니 몸살 기운이 많이 좋아졌답니다. 저녁 때가 되니 증상이 거의 사라졌고요.. 안심이 되면서도 속상한 마음이 더 커지셨겠지요..
오늘 저녁 늦게서야 이 이야기를 듣고, 참 어이가 없었습니다.
코로나19 펜데믹 상황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할 만큼 어머님이나 저희나 막무가내로 살아오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어머님께서 마스크 쓰기를 거부했다거나 혹은 의사의 문진 결과 코로나 증상이 있음에도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셨다면 '나가세요'라는 의사의 태도를 나름 이해할 수 있을 수도 있습니다. '온몸이 콕콕 쑤시는 것 같다.'는 말이 끝나자마자 당신이 어디가 불편한 지 미처 다 이야기를 하기도 전에 그저 그 한 마디에 '나가세요.'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더군다나 감기, 몸살 기운이 있는 80세 노인에게 병원 출입문 밖 복도에서 기다리라는 간호사인지, 간호조무사인지 모르겠는 병원 관계자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코로나가 의심이 된다면 처방전을 줄 것이 아니라 의심 증상과 관련된 문진이 우선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아무런 정보 없이 온몸이 콕콕 쑤신다는 환자의 말 한마디가 진단의 이유가 될 수 있나요? 그 병원에 몸살감기로 오신 분들은 모두 병원 밖 복도에서 처방전을 받게 하는지... 그것이 의료진을 보호하려는 최소한의 대응이라고 할 수 있는지...
아무리 코로나 확산으로(작년 11월 말부터 한 달여간 제천은 코로나 확산으로 고생한 지역입니다.) 긴장 상황에 놓여있다 하더라도 의사이고, 간호사, 혹은 간호조무사이잖아요. 일반인이 그랬다면 서운하기는 하겠지만, 이해의 여지도 있습니다. 잘 몰라서 더 두려울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모름지기 의료인이라는 분들의 대응 태도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몰지각하지 않은가요?
히포크라테스 선서나 나이팅게일 선서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의 직업 윤리 의식이라는 것이 있을 텐데요...
평소에도 그렇지만, 지금같은 시기에는 더욱 너무나 고마운 분들인 것을 잘 압니다.
의사, 혹은 간호사, 간호조무사 면허를 따기 위해 애쓰신 것도 잘 압니다.
그렇지만 몸살이 나서, 그래도 한 달에 한 번 혈압약, 당뇨약 처방받는 고맙고, 믿을 만한 병원이라 생각하고 찾아간 80세 노인에게 너무 가혹한 거 아닌가요?
가족 중 누군가가 몸살 기운이 있어서 왔다고 했을 때도, 두 말도 묻지 않고, 진료실에서 나가라. 병원 출입문 밖에서 처방전을 기다리라 하실 것인지.. 아니면, 몸살감기로 병원에 간 것 자체가 잘못이었을까요?
내일 아침, 병원에 전화를 하려고 하는데.. 문득, 전화를 한들 무엇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들은 최소한의 방어적 진료를 한 것인데 무슨 문제냐 하지 않을까.. 아니, 그런 일 없었다... 증거있냐? 어머님이 과장하시는 거다..하는 거 아닌가... 뉴스를 통해 듣자하니 '금고형 이상,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을 때 면허를 최대 5년 동안 취소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두고 '과잉 입법'이라며, '참을 수 없는 분노를 표명한다'는 의사들도 있기는 한가 봅니다만, 그저 어느 집단이든 있을 수 있는 독특한 분들이겠거니 했는데, 동네 병원에서 이런 일이 있다니 무섭고, 겁이 납니다...
코로나 치료를 받고 완치된 분들이 느꼈다는 사회의 차가운 시선이 이런 것일까 싶기도 하고... 혹여, 나부터 특정한 상황에 놓인 분들에게 차별적 시선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니 그 시선의 정당성을 증명하려고 더욱 폭력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아닌지.. 그것이 일상이 된 것은 아닌지..
내일 제가 병원에 전화를 한다니 어머님께서는 '내가 병원을 옮기면 되니 아무 말 말라'고 하십니다. 혹여나 괜한 일로 자식들 걱정시키는 것은 아닌지 그것이 더 마음 쓰이시나 봅니다. 그깟 몸살 하나 참지 못하고, 병원에 가 괜한 봉변으로 자식들 마음 상하게 한 당신을 탓하는 어머님이시니까요.. 그 이야기를 들으니 어머님 혼자 지내시게 한 부족한 자식들 잘못도 있지 싶고, 그런 부채감과 피해의식으로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아닌가 저를 다시 돌아보기도 하는데... 도통 잠이 올 것 같지 않은 밤입니다.
어찌해야 할까요?
혹시, 제천지역 의사분들이 대부분 이럴 것이라고 오해하실까 걱정되어 덧붙이자면 'ㅌㅌ소아과' 선생님처럼 항생제를 최소한으로 쓰거나 '병원에서 다시 보지 말자'며 아이들 손을 잡아주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의술을 베푸는 분도 많습니다... 그런 분들께 폐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