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힘든 하루였네요.
다들 직장생활 괜찮으신가요
저도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고 경험도 별의 별 경험을 다 해봤다고 생각했는데
왜 매번 힘들까요.
매 순간마다 안 힘든 적이 없었던 거 같아요.
아무리 경험을 쌓아도 매번 또 다른 힘든 일을 겪고 자존감에 상처를 받고 익숙해지지 않는
상황들에 많이 힘이 듭니다.
다른 이들은 잘 버티고 잘 적응하며 또는 잘 순응하며 넘어가는 거 같은데 저는 왜 소화가 되지 않는 걸까요.
아니,,,
왜 내가 만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못된 사람들만 만나는 걸까..
내가 문제인가?
나이를 먹을수록 자신감도 떨어지고 세상이 무섭게 변해가는데 머리는 자꾸 굳어지고 위축됩니다.
나 같으면 저렇게 말을 안 할 건데 저 사람은 왜 저렇게 말을 하지.
상대방에게 상처 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지를 수 있다니..
아무것도 아닌 일을 가지고 왜 저렇게 까지 신경질적으로 말을 하는지 이해를 할 수 없어요.
서로 좋게 말을 하면 기분 좋게 해결할 수 있는 일을 왜 저렇게 감정 상하게 말을 할까요.
9시간 넘게 바로 한 뼘 거리에서 하루 종일 붙어 앉아 일하고 있는데..
서로의 숨소리도 서로의 모니터도 전화기도 전부 공유하고 있는 이 공간에서
보이지 않는 감정의 교류까지도 다 전달이 되는 물리적 거리인데 서로 조심해야 된다고
생각되는데 왜 한쪽만 조심하고 있는지..
오래 회사를 다닌 사람은 항상 갑입니다.
음... 한 회사에서 제일 오래 다닌 경리는 사장님보다 더 갑입니다.
사장님도 쩔쩔매는 최강 직원이지요.
아주 오래 다녀서 똑같은 일을 날마다 반복했으니 모르는 게 없고 본인이 최고가 되어 있어요.
사장님도 그 직원에게 모든 걸 일임하고 긴 세월만큼 큰 신임을 하고 있고요.
그 직원이 인간성이 훌륭한 직원이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어리석게도 사장님은 정말 모릅니다.
아니, 모를 거 같지만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전혀 모르는 거 맞습니다.
그도 아니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있겠지요.
그 직원이 얼마나 인성 쓰레기인지,, 다른 직원들한테 얼마나 함부로 대하는지,,
본인 앞에서만 착한 양으로 돌변하고 있는데 그 모습만 보고 믿고 있을 겁니다.
그래야 믿고 본인 사업을 해 나갈 수 있을 테니까요.
막말로 나한테는 안 그러니까요.
오늘도 저는 하루에도 몇번씩 둔갑하는 살아있는 천년 묵은 여우의 모습을 봤는지 모릅니다.
저는 일할 때 사장님이 자리에 계시는지 안 계시는지는 과장의 목소리 톤만 듣고 바로 알 수
있어요.
갑자기 애교 철철 넘치고 되도 않는 콧소리에 상냥한 목소리로 말을 하고 대답하면 사장님이 계시는 거고 뜬금없이 빈정대며 소리를 버럭 지르면 여지없이 사장님이 안 계시더군요.
저는 과장의 놀라운 변덕 처세술에 하루에도 몇번씩 가슴이 오르락 내리락 합니다.
그리고 저는 참습니다...
바보같이 호구처럼 참습니다...
그냥 내 감정을 드러내고 싶지 않습니다.
감정을 드러내서 불편한 상황에 놓이는 게 싫고 뭔가 내 감정의 바운더리를 보여주고 싶지
않습니다.
그도 아니면 내가 실수한 게 맞고 저년이 지적한 게 맞고 어쩔 수 없이 저년한테 뭐 하나라도
배워야 하는 내 위치가 짜증 나고 다른 사람들에게 이 상황을 보여주고 싶지 않습니다.
말대꾸해서 지게 되면 더 자존감 바닥으로 떨어질 거 같아 꾹 참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사장이 나에게 요구한 포지션이 어떤건지 느꼈습니다.
아니, 과장년의 교활한 가스라이팅일지 몰라도 어쩌면 사장님도 그걸 바랄지 모를 거란 불신이 들었어요.
과장년 왈,
"봐서 바닥 더러우면 좀 쓸고 자판기 커피 떨어지면 재깍재깍 채워놔야 하지 않나?
내가 말하기 전에 이런 건 좀 눈치 껏 해야 하지 않아?
사장님이 자기한테 좀 시키라고 하는데 내가 말하면 자기 기분나쁠 거자나,
좀 알아서 눈치 껏 좀 하지?"
저 말 듣는 순간 분노가 머리끝까지 차올랐다가 차갑게 식었습니다.
저는 출근과 동시에 저 넓은 사무실 다 쓸고 닦고 자판기 커피, 프림, 종이컵, 시럽 다 채우고
오후 중간에도 바닥 밀__질 다 합니다.
점심시간 30분 전에 직원들 점심 셋팅까지 다 해놓습니다.
이런 일은 막내로 입사했으니 당연히 기본적으로 도맡아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한번도 게을리한 적 없었습니다.
내가 청소하는 모습은 사장님이 한번도 본 적 없었겠지요.
늦게 나오고 일찍 들어가시니..
오늘은 바닥이 더럽지 않아서 안닦았습니다.
그랬더니 저렇게 말을 하네요.
아니아니, 내 말은 그 말이 아니라,,
내가 청소하러 입사했나요?
내가 왜 바닥 닦는 거를 눈치껏 알아서 해야 하나요?
아니 내가 왜 이런 일에 눈치를 봐야 하나요?
내 업무가 청소인가요?
내 업무는 단순히 허드렛일에 팩스, 복사, 과장년 수족처럼 잔 심부름이나 하는 업무인가요.
과장의 저 말에 사장님이 날 어떻게 바라보는지 느꼈습니다.
저 과장이 있는 한 나는 이 회사에서는 딱 이정도 밖에 안되는구나...
내 업무는 청소이고 사장은 과장 대신 밥 차리고 청소할 사람이 필요해서 날 고용한 거구나.
설사 사장님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해도 과장이 날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사장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겁니다.
왜냐하면 과장년이 이 회사 갑오브갑이니까요.
입사한지 5개월 되가네요.
생소한 업종이라 어떻게든 하나라도 빨리 배워볼려고 기를쓰고 애를 썼었습니다.
과장이 한 말을 빠짐없이 필기하고 곱씹고 해봐도 외계어처럼 도통 이해되지 않고
무슨 소련의 암호해독처럼 암호같은 말만 무한반복 소리질러서 심장이 굳어버렸어요.
이해를 못하면 풀어서 잘 설명해주면 좋겠는데 절대 그런 거 없습니다.
그냥 눈에 보이는 글자만 악을 씁니다. 나도 글자는 보입니다. 뜻이 안보일 뿐인데..
파일을 들춰보면 확 뺏어갑니다. 인상 쓰면서..
왜 그렇게 업무를 안 가르쳐 주는지 알 거 같아요.
과장은 천년만년 이 회사를 다니고 싶은 겁니다.
그 누가 자신의 자리를 넘볼까 봐 영리하게 쳐내는 겁니다.
대신 짬이 찼으니 허드렛일은 죽어도 하기 싫은 거에요.
음... 저는 그래서 퇴사를 결심했어요.
전 청소하러 입사한 게 아니니까요.
또 이 회사가 저런 시뷀스런 일까지 감내하며 배워야 할 대단한 회사도 아니고 내 업무가
참고 지내면 좋은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요.
난 그저그런 어느 회사나 한 둘 있는 일개 경리일 뿐입니다.
그냥 아침에 출근해서 내 밥벌이 할 수 있는 직장을 다니고픈, 기왕 다니는 거 조금은 즐거운
마음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원할 뿐입니다.
거기서 나아가 내 업무에 자긍심도 갖고 싶고 해내고 있다는 성취감도 느끼고 싶고 기왕이면
상사에게 인정도 받고 싶을 뿐입니다.
또 적응 못하고 관두게 됐을 때 돌아올 자괴감에 빠지지 않기 위해, 참을성이 없다는 남들의
평가질이 두려워 과장년의 미친지랄병을 참고 참아왔지만 그냥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는 이 고비를 넘기면 된다고 하겠지만 5개월이 되도록 일을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고
나를 청소나 잡일만 시키는 이 회사를 왜 참고 다녀야 할까요.
다음 주 월요일,
무사히 사표를 던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