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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퇴 이유가 이 정도면

쓰니 |2021.05.29 19:34
조회 256 |추천 0

안녕하세요. 답답한 마음에 글을 적어봅니다.
저는 올해 17살이 된 여학생이에요.
저희 집은 굉장히 화목합니다. 이렇게 화목하게 변한지 2년 정도 됐네요. 저희 아빠는 엄마가 저를 갖게 되자 넉넉하게 살게 해주겠다며 사업에 뛰어드셨습니다. 실제로 성공하여 어릴적엔 큰 집에 살았어요. 하지만 그 사업이 망하고 저희는 방이 5개인 큰 아파트를 팔고 방 하나에 장판이 누런 작은 주택 1층을 얻어 이사를 가게 됐어요. 제가 8살이 된지 얼마 안 돼서요. 이때부터 부모님은 하루가 멀다하고 몸싸움을 하셨고 두 분 중 한 분이 집을 나가는 경우도 파다했어요. 어릴 때부터 이런 광경을 보다 보니 현재는 화목한 저희 부모님께 무언가를 말하기 두려워집니다. 부모님은 제게 손을 올리지 않으셨지만 술에 잔뜩 취하시는 날에는 “너를 낳지 말았어야 했는데…” 하시며 펑펑 우는 날이 많았어요. 물론 기억하지 못 하시고요.

이때부터 활발하던 제가 주눅이 든 상태로 학교 생활을 이어나갔어요. 당연히 친한 친구는 없었고 혼자 지낼 뿐이었어요. 이런 생활에 지쳐 중학교에 입학한 후에는 억지로라도 친구를 만들어 무리를 지어 다녔어요. 뭇 여중생과 다른 바 없어보였지만 마음 한 구석에선 병을 키우고 있었던 것 같아요. 평소엔 유순하고 착하게 대하다가도 무언가 수틀리면 그렇게 화를 냈어요. 물론 사람이 많은 곳에선 꾹꾹 눌러 참다가 혼자 있을 때 그 화가 폭발했어요.

온갖 욕ㅇㅡㄹ 하며 울었고 그 모습을 본 건 아홉살 크리스마스에 찾아온 저희 반려견 뿐이었네요. 저는 뭉치 때문에 살아왔다고 해도 될 정도로 뭉치를 사랑했어요. 처음 온 날, 처음 배변훈련에 성공하던 날, 날 위로해주던 눈, 하얗고 폭신한 털, 실신해서 자다가도 급하게 부르면 부리나케 달려오던 모습마저 선명한데 그 아이 마저도 올해 2월에 세상을 떠났어요. 해가 진 새벽 제 옆에서 숨을 거뒀어요. 어둠 속에서 뭉치를 안고 펑펑 울며 엄마 아빠를 애타게 찾던 순간이 잊혀지지 않아요. 아직도 뭉치 냄새가 가득한 담요를 버리지 못 하고 끌어안고 잠에 들어요. 점점 냄새가 날아가는 것이 너무 슬퍼요.

아무튼 그때 이후로 감정이 사라진 것 마냥 웃지 못 했어요. 감히 뭉치가 없는데 웃는 건 사치였으니까요. 그렇게 현재, 저는 얼마전 1교시 영어 시간에 공황발작이 왔어요. 순간 숨이 막히고 손발이 저리면서 책을 바라보지 못하고 헐떡였어요. 이러다 내가 미치겠구나, 죽겠구나 싶어서 제 자리에서 혼자 끙끙 거리다가 몇 번이고 반에서 뛰쳐나갈 충동이 들었을 정도예요. 약 10분? 정도가 지나자 진정이 되었고 덜컥 겁이나 부모님께 말하고 조퇴까지 했어요. 차를 타고 오는 내내 아무말 없던 엄마는 그냥 쉬라면서 병원에 가고 싶다는 저의 말에 버럭 화를 내셨어요. 네 나이에 정신과 약을 먹고 싶냐고요… 슬프고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왠지 모르게 감정이 식더라고요. 그 이후 방에 틀어박혀서 12시간이고 14시간이 잠을 자는데도 이상하게 계속 잠이 오고 좋아하던 음식을 아무리 들이밀어도 입맛이 사라지더라고요. 가위도 한참을 눌리고요. 학교에 가기 전날 밤. 그러니까 일요일 저녁엔 심장이 하도 쿵쾅 거려서 잠이 오지 않아요. 그러면서도 시험을 봐야 한다며 꾹 참고 울면서 공부하는 저도 싫고요. 잘난 애들이 너무 많은 학교에선 아무리 저를 사랑해도 자존감은 오르지 않았어요. 저를 사랑하며 한 발 내딛으면 열등감이 그 한 발을 돌아오도록 당겼어요. 그래서 현재 이렇네요.

부모님께는 말씀을 못 드리겠어요. 이게 충동적인 건가요? 점점 제가 이상해지는 걸 느껴요…ㅋㅋㅋㅠㅠ 어떻게 하면 이 우울감을 떨쳐낼 수 있을까요? ㅈㅂㅈㅂ 조언 좀 부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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