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할머니 생신 챙기는거 미치도록 싫어요

ㅇㅇ |2021.06.25 12:36
조회 7,026 |추천 22
제 외할머니는 정말 너무나 멋진분이셨어요.살아생전 지혜롭고 다정하고 총명하신 분이셨습니다.얼마나 대단하신 분인지 말로 다 설명할 수 없어요. 연세가 95살이 넘도록 막내손녀의 생일을 기억해 주시는 분입니다(저 뿐만 아니라 손주손녀들 증손녀증손자까지 다요 너무 대단하지 않아요?). 집안 대소사 다 척척해내고 어른들간의 트러블도 각각의 사건을 하나하나 들어주시고 혼낼건 혼내고 용서할것은 용서하며 백살이 다 되어가 이제는 귀가 잘 들리지 않음에도 어른으로서의 모습을 완벽하게 보여주셨던 제가 가장 사랑하는 분입니다. 어른이란 이런거다 나타내 주시고 정명하다 못해 완벽하셨던 그리고 사랑을 쏟아 주셨던 외할머니. 내리사랑은 완벽했고 흔들림없이 굳건하면서도 사실은 그 어렵고 힘든 시기를 극복해내신 분입니다. 장례식장에서 어른들이 이야기하던 과거사를 듣는데 정말 파란만장한 삶을 사셨더군요. 저는 그것을 돌아가신 뒤에나 알았습니다.어릴때 잠못들면 외할머니가 옆에 누우셔서 옜날 이야기를 조곤조곤 해주셨어요. 오늘이 6.25라서 6.25때 겪으셨던 일화를 해주셨던게 더 기억나네요.
서론이 길었는데, 아무튼 완벽한 외할머니 밑에서 자란 저희 엄마는 
시집살이의 끝판왕 무식의 종점 더이상 갈곳도 없을만큼 막장의 막장. 악의없는척 생각없는척 이간질해대는 가부장 대마왕 친할머니를 만나 고생 고생 개고생 생고생을 다 겪었습니다.당연히 딸인 저한테도 온갖 일거리 다시켜먹었죠. 초등학교 2학년때부터 엄마가 안쓰러워 전부치고 상나르고 행주로 닦고 머리카락 주으러 다니고 제삿상 차리고 밭에나가서 풀뽑고 하.... 아버지와 친할아버지가 쉴드쳐도 무식한사람이 신념을 가지면 얼마나 무서운지 친할머니가 몸소 보여주셨습니다.그 할머니가 일으킨 수없이 많은 사건 사고와 어처구니없던 차별들. 당황과 황당을 넘어선 지옥의 골짜기 같은 일들 말해서 뭐합니까.... 어차피 지나간 시간을 바꿀수 있나요? 앞으로가 쟁점이죠.고모가 할머니의 이간질에 속아 저한테 엄마뒷담 해댈때도 속으로 열불이 치솟아도 참았어요. 그 할머니의 미래가 보이니까요. 누가 모시고 싶어하겠어요? 뻔한 수순이죠.
그렇게 생각했는데 제 엄마는 그렇지가 않아요. 아직도 외할머니 생각에 눈물을 글썽거리고 그리워하시고 외할머니에게 받았던 애틋한 사랑을 친할머니에게 배풀고 싶어해요. 그렇게 당하고 고생하셨어도말이예요.
그래서 더 싫어요.친할머니 생각하면 천불이 나고 짜증나고. 꼴도보기 싫어요. 그 할머니는 첫째손주인 제 이름도 틀려요! 그래서 더 비교가 되요.하는짓 행동 말투 모든게 다 비교되서 더더더더 싫어요. 엄마가 모신다고 하면 제가 집안 뒤짚어 엎더라도 반대할거예요. 맨날 뭐 달라 뭐 해줘라 어디 아프다 치과가야한다 돈달라 그래놓고 어디서 공짜로 받은것은 자신이 잘나서 그런줄 아는 할머니를 보면 아주 천박해요.엄마가 할머니 용돈 챙겨드려야 된다고 돈 붙여주신다는데 제가 몇마디 했다가 오히려 꾸중먹고  빌어먹을 생신 챙겨드리러 가야해요. 그나마 요새 늙어서 예전처럼 저한테 함부로 말 싸대지 않으니 후딱 밥먹고 헤어지려구요. 진짜 미치도록 싫네요. 그렇게 좋아하던 고추달린 손주한테 생일 챙겨 받으시지 뭐하러 머리카락 줏으러 다닐 이름도 틀리는 손녀한테 챙김받는지 모르겠네요.
아무튼 저는 늙으면 외할머니처럼 곱고 멋지게 나이 들고 싶네요.
푸념글 싸질러서 미안합니다. 오늘따라 유난히 외할머니가 그립네요.
ㄱ ,ㅖ ㅈ,ㅣㅂㄴ ㅛㄴ <-맨날 할머니가 저한테 해대는 말이였는데 짤려서 수정했어요
추천수22
반대수1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