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플 vip라서 가끔씩 유플러스 멤비쉽 통해 무료 영화를 봅니다.
유플 멤버스에서 예매해서 자리까지 고르면 되니 참 편합니다.
보통 아이를 재우고 홀로 영화관으로 향합니다.
코로나19로 극장 안은 사람도 적고 참 쾌적합니다.
짐을 풀고 편안히 광고 좀 보고 있는데
왠 여인이 제 얼굴을 살핍니다.
한두번 주변을 돌더니 낯선 제게 말을 겁니다.
"저 티켓 번호가 어찌 되시나요..?"
수줍게 고백하듯이 자기 티켓을 보여줍니다.
VIP가 좋긴 좋네요.
무료 티켓으로 인연을 만났네요.
같은날 같은 시각 같은 공간에는 1개만 존재해야할 티켓이 제 손에 한 장, 낯선 여인에게 한 장.
운명을 확인시켜 주기 위해 저도 부끄럽게 구겨진 표를 보여줍니다.
물론 저는 유부남이라 더이상 말을 섞지 않고 빈 자리로 이동합니다.
강렬한 첫 경험이 가시기도 전에 두번째 인연이 찾아옵니다.
유플과 cgv는 한달뒤에도 동일한 vip서비스를 제공하는데요.
한치의 오차 없이 다른 여인과 대화할 기회를 줍니다.
단, 이번엔 커플이라 남자와만 대화하고 커플의 행복을 위해 자리를 내 주었습니다.
이 정도 하면 충분한 부킹 서비스를 제공했다 싶은데,
VIP에게는 항상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나봐요.
3번째도 일관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차이가 있다면 제가 좀 늦어서 어둠을 뚫고
자리를 찾았으나 운명의 여인이 낯선 남자와 이미 자리를 잡고 있어서... 양보의 미덕도 보이지 못한 채, 빈 자리 찾아 떠난 점이겠네요.
어두운 조명과 빵빵한 사운드 속에서 낯선 여인과의 색다른 부킹!
꽤나 매력적인데 왜 이런걸 홍보를 안 하시는지 모르겠네요..
아.. 그런데 조금만 고민해 보니 어렴풋이 답을 알거 같네요.
예매 실시간 연동이 대단한 기술도 아닌걸 고려하면,
경쟁사가 모방할까봐 숨겨두는 거 같네요.
모방이 가능한 핵심 서비스는 가급적 숨겨야죠.
그래도 설마 비밀 부킹 서비스를 제공하겠냐 싶은 생각이 들어,
다시 소중한 기억을 되돌려 봅니다.
내가 잘못 앉아있었던 걸까?
티켓번호가 달랐는데 어두워서 잘못 본 건 아닐까?
중복부킹이라고 하면 누가 믿어줄까?
그래서 검색을 해 봤습니다. 부킹 서비스로 실제 인연이 된 커플이 있는지...
유플과 cgv 홈피에서 검색을 해도, 포털에서 검색해도
부킹서비스는 나오질 않으니 더더욱 미치겠네요.
나만 특별한 VIP건가...? 그러면 VIP+는 도대체 어떤 서비스를 받는단 말인가..?
궁금한 마음에 1대1 문의하기로 문을 두드렸습니다.
귀찮은 걸 제일 싫어하는 저는 색다른 부킹 서비스에 대해 유플과 CGV에 별다른 고마움을 표하지 않았는데요.
1.2번째 모두 그냥 무관심하게 넘겼습니다. 그러다 3번째 부킹 이후 3~4일이 지난 저녁,
불현듯 감사함을 표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왜 갑자기 글을 쓰고 싶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유플러스에서 무료 티켓팅을 해 줬으니 당연히 유플러스에 감사함을 표해야겠다 생각하여 글을 남깁니다.
유플로부터 장문의 답변을 받았는데요.
귀걸이, 코걸이같은 대답인데 어느 대목인지는 모르겠으나 마음 속에 여운이 가시질 않아 다시 여러번 읽어 보았으나 글의 깊이가 있는지 잘 해석이 안 되어 판에 올립니다.
하나씩 풀어보면
1) "저 또한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로서
고객님의 불편하신 마음이 공감되기에 죄송스러울뿐입니다."
- 저랑 같은 vip 부킹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는 뜻 같습니다. 비공개 부킹 서비스를 인지하고 계시네요. 그런데 왜 죄송하다고 하는지 모르겠네요...
2) "영화 예매 관련한 불편사항은
고객님의 입장에서 충분히 불편하실 것으로 판단되어
말씀해주신 건의 및 제안 사항은 즉시 반영은 어렵더라도
추후에는 동일한 불편이 발생되지 않도록
일회성으로 답변을 드리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담당 부서로 지속적으로 강력하게 개선 건의할 것을 약속 드립니다"
- (다른 사람은 안 불편할 수 있는데) 제 입장에서는 충분히 불편할 거라 판단을 해 주네요. 이래서 vip가 좋은가 봅니다. 또한 vip라 그런지 강력크한 약속을 줍니다.
즉시가 아닌 추후에,
개선하겠다가 아닌 담당 부서에 지속적이며 강력하게 건의할 것을 약속해 주시네요.
예매 실시간 연동이 대단한 기술도 아닌데 담당부서라 함은 전산부서는 아닐테고... vip마케팅 부서인거죠..?
그리고 친절하게도 불만 접수가 아닌 건의/제안으로 격상시켜 주셨네요.
3)
"고객님의 문의글을 읽고 어떠한 상황인지 충분히 알 수 있었으며
불편을 끼쳐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 드립니다."
- 제가 부킹서비스 경험을 잘 썼나 봅니다. 상황을 잘 인지했으며 미안하다고 하네요. 어떠한 상황으로 인지했는지는 모르겠는데, 저같은 사람이 과거부터 현재 미래에도 계속 있을텐데... 계속 인지만 할 듯 합니다.
읽을수록 명문인 걸 보면 vip대접을 확실히 받는 듯 합니다.
특별히 사실관계에 대한 사과나 문제점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일관되게 낮은 자세로 답변을 하고 있네요.
뭘 잘못했는지,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어떻게 개선할건지,
고객이 어떤 오해를 하고 있는지, 일시적 오류인건지,
아무것도 확인이 안 되는데 충분히 인지했다면서 담당부서에 건의를 약속합니다.
최초 작성시에 썼듯이 프로그램을 잘 만들어 놓으면 고객센터에서 일하는 분이 편할 텐데요.
답변주신 분을 탓하는 게 아니기에 조심스럽게 추정을 해보면
1) 실시간 예매 연동이 별 대단한 기술은 아니라 가정하면, 고객의 불편이 계속 발생하는 심각한 오류인 경우, 고객센터에서 담당부서에 강하게 얘기할 권한이 있어야 할 텐데 없으니 이런 식의 답을 하겠지요. 누적된 경험에 비춰 봤을 때, 이 정도 불편함은 다른 불편함에 비하면 대단한 게 아니다. 고객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감내해야 한다. 개선은 어렵다.. 를 돌려 말하시네요.
2) 저도 서비스업에 있기에, 보통 글로 남기기 부끄러운 경우 유선으로 설명이라도 하는데... 매뉴얼같은 모범 답안지를 꺼내고 컴플레인 중인 제휴사 혜택을 다시 혜택이라고 안내하는 걸 보면 다수의 고객으로부터 과다 불편이 접수되고 있어 감정 소비 없이 챗봇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보이네요. 저는 예매 시스템의 허접함을 지적하면서도 고객센터의 감정 노고를 생각하며 조심스레 적느라 글 쓰는 내내 감정 소비를 많이 했는데요...
남들이 다 하는 걸 못 하면 무능입니다.
안되는 걸 알면서 팔거나 서비스 하는 건 사기입니다.
프로그램을 만들다 보면 놓칠 수 있는 것들도 많이 있는데요.
예매하기 화면에서 중복 예매가 되는 건 심각한 오류인데도...
이상하게 저만 심각하네요.
코로나로 인해 영화관이 한산하여 빈자리가 있는데요.
빈자리가 없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공유경제 시대니 낯선 사람과 같이 앉으면 되나요..?
아니면 무료티켓인 제가 무릎에 앉으면 되나요..?
앞으로도 서비스를 이용하려고 하는데요. 자리에 앉아서도 주변을 서성이는 사람이 있으면 심장이 두근두근 할 듯 합니다. 또다른 부킹이 시작될 듯 해서.
모름지기 예매대행 서비스라면, 최소한 연동이 안됨을 밝히거나
연동을 해 두어야 합니다. 이게 안되면 창피하지만 예매하기 기능은 빼야죠.
고객센터로는 해결이 안 될듯 하여 여기에 올립니다.
(cgv에도 물어보고 싶지만... 귀찮아서 못하겠네요.)
많이 고민하다가
계속 반복될 거 같고 개선할 생각이 없다고 판단되어,
여기에 올립니다. 혹시나 개선이 될수도 있지 않을까 해서요.
유플을 굳이 떠나진 않을 거에요. 귀찮고 다른 곳 가 봐야 별달리 좋을 게 없어 보이거든요.
그냥 육아 아빠는 한달에 한번 영화 감상 만으로도 충분히 설렙니다.
다른 설렘은 원치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