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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산건가요..

익명 |2021.07.15 02:20
조회 16,805 |추천 162
저는 30대 후반 여성입니다.

어느덧 결혼도 하고 3살아이도 있는
평범한 가정의 아내이자 엄마 입니다.
요즘 아이를 키우며 제 어린시절을 많이 생각하게 되요.


저는 초등학교 저학년때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장례식장에서 언니랑 장난치다 고모님께 혼났는데
혼내시며 하시던 말씀이 아직도 기억나요.
눈물이 안나와도 울라고...
죽음이 뭔지도 모르던 나이에 아버지를 보내드렸습니다.
아버지의 죽음을 제대로 느끼지도 못할나이였어요..

그 이후 우리 가족의 삶은 그냥 막장 쓰레기였어요.

엄마는 엄마나이 40세에 신랑을 먼저 보내고
알콜중독자가 되었어요.

주변이나 가족중에 알콜중독자가 없는 사람은
절대 몰라요.
그 고통을..


초등학교때부터
학교 끝나고 집에 가는게 지옥이였어요.
집이 가까워지면 어김없이 들리던 음악소리.
술에 만취된 엄마가 볼륨을 최대한 올려서 듣던...
음악소리라기보단 견디기 힘든 소음이였던 그소리.

지금 생각하면 그냥 듣기싫으면 집에 안가면 그만인데
그때는 왜 그렇게 열심히 집에 가서 그 소리를 끄고 또 끄고
엄마와 실랑이를 벌이며 그리했는지 이해가 안가요
어려서 그랬을까요 그게 내가 해야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을까요

참..
생각해보면 어찌 그 세월을 그 어린나이에 견디었나 싶을정도로
너무 불우한 유년시절이였어요.
엄마 아빠 두분다 없는거와 다름없었거든요.
매일 술이 취해있는 엄마...
나갔다 들어오면
항상 다른 남자가 데려다 주던가
집까지 데리고 왔어요.

언니와 저는 언제부턴가
쌈닭 악바리가 되있었어요.

서로를 지켜야했거든요.
술취한엄마와 모르는 아저씨들로부터..

일반사람들은 상상할수도 없는 상황들이
수도없이 많았으나,
불행중 다행으로 그 환경에서 자라면서
범죄에 노출되거나 나쁜일은 한번도 없었어요.
아버지가 하늘에서 보살펴주신게 아닐까 싶어요.

힘든 유년시절을 보내고
자립할수있는 나이가 되어서도
엄마는 여전했어요.

혼자 힘으로 일어날수없는 지경에까지 몸이 망가지고
나서야 술을 그만 드셨어요.
언니와 저는
유년시절에는 알콜중독엄마를..
커서는 거동이 불편한 엄마를 평생 책임지며 살고있습니다.

엄마의 삶을 보면서
나는 인생을 제대로 살아야지...
한번 사는 인생인데
부모는 내가 골라서 태어날수없어 불우한 유년시절을 보냈지만
성인이 되고나서부터의 삶은 내가 노력하면 얼마든지
잘살수있지않나 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살았습니다.

연애는 계속 했지만 딱히 결혼을 해야 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솔직한 심정으로는 부모,환경 때문에
나를 저평가하는게 싫었고 내가 어찌할수없는 그현실이
싫었습니다.

하지만
인연은 있다고 하죠..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에 항상 부정적이던 제가
어느새 결혼까지 하게 되었어요.


너무 착하고 자상하고
헌신적인 남편을 만나

사랑스러운 아들을 낳고
가정을 이루며 살고있습니다.

아들에게 항상 눈을보고 웃으며
이야기 합니다.
엄마가 많이 사랑해 아들~~
그럼 고개를 끄덕이며 활짝 웃어보이는 아들..


오늘은 그 아들의 웃음을 보며
갑자기 어린시절의 제가 너무 불쌍해지더라구요...
그 어린 나이에 너무 일찍 철이 들었던..
마음을 닫아버렸던 어두워던 나의 어린시절이
한없이 불쌍했습니다.
가슴한켠에 뭉클했던 장면이 생각났기때문일까요..


어김없이 취해있던 어느밤..
엄마의 술심부름에
깜깜한 밤길을 걸어 슈퍼가는길에
보이던 빨간 십자가..

어린 나이에 무슨 생각이였는지

그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길바닥에서 두손모아
기도를했습니다.
이건 꿈이야 자고일어나면 진짜 부모님이 나를
데리러오실거야. .
내일 꼭 나를 데릴러 와주세요..

활짝웃는 아들의 얼굴에 어린시절 저의 얼굴이 오버랩되어
갑자기 너무 서글퍼졌습니다.



지금 너무 행복한데
가슴 한켠에는..
시궁창이 있어요.
꺼내고싶지않고 기억하고 싶지않지만
있습니다.
오늘은 말하고 싶었어요.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었습니다.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네요.

힘들었지만 행복하게 살려고 노력했고
그렇게 살고있다고 말하고 싶은 마음에 적어보았습니다.
생전 안하던 짓을 다하네요..
아버지께 들려드리고 싶었을까요...

모두 좋은밤되세요








추천수162
반대수1
베플ㅇㅇ|2021.07.16 13:59
고생했어요 언니! 이제 꽃길만걸어요
베플흠흠흠|2021.07.16 14:08
그때 그날로 돌아가 기도 하던아이를 꼭안아주고 싶네요 ㅠㅠ 아가 네탓이 아니야 ~ 앞으로는 행복한 일들만 있길,..기도합니다 ~
베플|2021.07.16 14:43
이렇게 잘 커주어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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