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패는 부모보다 나쁜 부모 되기
ㅎㅎ
|2021.07.23 02:28
조회 496 |추천 1
내 부모는 여러 모로 나쁜 부모였음
몽둥이로 패는 건 기본이고 머리채 잡고 뺨 때리고 겨울에 속옷바람으로 집 밖으로 내쫓고 둔기로 머리 내리치고 목도 조르고 여러 가지 했음
이런 건 나이 먹고 떨어져 사니까 그냥 덤덤해지더라 이제 안 맞고 사니까 괜찮음
근데 저런 신체적 폭력보다 더 내 인생에 심하게 해가 된 부모의 유산이 있었음
이런 데 쓴다고 몇 명이나 볼까 싶지만 그래도 누군가가 보고 자기 자식한테 치명적인 실수를 덜 하길 바라면서 써봄
어릴 적부터 뭔가를 하고 싶다고 하면 부모 반응이 대체로 이랬음
나: 커서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어요
부모: 콩쿨도 입상 못 해봤으면서 무슨 피아니스트야
다른 뭘 말해도 비슷했음
나: 권장도서 100권 읽을래요
부모: 집에 있는 책도 다 안 읽는 게 퍽이나
느낌이 오십니까?
자식이 뭘 하고 싶다고 하면 초부터 치는 패턴임
수학 문제를 푼다고 치면 20문제 중 19문제를 맞았을 때 1문제 틀렸다고 혼내는 부모였음
4장짜리 보고서를 쓰면 문장 세 개가 이상하다고 혼났음
이렇게 컸더니 매사에 소극적인 사람이 되었음
뭔가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게 잘 안 되더라
처음부터 >>>완벽하게<<< >>>남에게 칭찬받을 정도로<<< 잘할 수 있는 게 아니면 시작도 안 하는 게 인생의 습관으로 굳어짐
돌이켜 보니 제대로 된 부모라면 자식이 뭘 하고 싶다고 했을 때 그게 성공하든 실패하든 상관 없이 일단 한 번 해보라고 밀어줘야 하는 거더라
실패한다 하더라도 뭔가 해본 경험이 남잖아
그럼 실패한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거에 또 도전해볼 수 있음
근데 >>>넌 실패할지도 모르니까 내가 제시해주는 안전한 길만 가라<<< 이런 식으로 양육하면 자식 스스로 뭔가를 해내는 역량이 전혀 길러지지 않음
주도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인재를 선호하는 시대에 완전히 역행하는 사람이 되는 거임
요새는 나 때랑 다르게 아이들이 귀하게 크니까 안 그럴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더라
의외로 자기 자식 꼽주는 부모 많음
부모: 하루에 한 시간씩 영어단어 외워
자식: 그거 말고 딴 거 하고 싶은데...
부모: 뭐 하려고?
자식: 영어 동화책 보면 안 돼요? 그것도 영어공부 되는데
부모: 너 어차피 안 볼 거잖아 내 말 들어
자식: (상처받음)
이런 식으로 자기 의견 얘기하는데 꺾어버리는 부모가 생각보다 많더라
자기 자식 바보 만들고 있다는 걸 모름...
실제로 애가 동화책을 보지 않더라도
일단 기다려봤다가 정말 안 본다 싶을 때 본인 말에 책임지지 않는다고 혼을 내는 게 낫지
처음부터 꺾어버리면 그냥 적극적으로 자기 말도 못 하고 하고 싶은 것도 없는 인간으로 만드는 거임
자기 자녀가 하는 말을 귀 기울여 들어주고 지지해줘야함
때리지도 않고 좋은 거 먹이고 입히고 자식 곱게 키운다고 자부하는 부모들이 의외로 자주 하는 실수임
이제 와서 하는 얘기지만 나 대치동에서 학원강사함
자식한데 100만원짜리 패딩 입히고 유기농만 먹이면서 고이고이 기르는데 자식 멘탈은 만신창이로 만드는 학부모들 참 많음...
한 달 사교육비를 얼마나 쓰느냐보다 자식을 존중하면서 안정된 정서를 가지도록 기르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는 걸 사람들이 좀 알았으면 좋겠음
번외로 나는 동생이 있는데
성적이 상위 10% 정도밖에 안 돼서 맨날 공부 못한다고 혼났던 나와 다르게 공부를 참 잘하는 아이였음 허구헌날 전교 1등 했고 부모의 기대를 제대로 충족시켜줌
근데 얘도 나처럼 부족한 인간으로 컸음(솔직히 걔가 나보다 ㅂㅅ됨)
이유는 간단함 1등에서 미끄러지는 순간 나처럼 까일 걸 알고 늘 겁에 질려 있었기 때문임
자식한테 적대적으로 구는 부모는 뛰어난 자식마저도 제대로 망칠 수 있음
애기들을 올바른 방식으로 아껴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