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시한 그녀
황선애
빨간 옷
색시한 모습
많은 과일 중에서도
먼저 눈에 들어온다
백설 공주를
유혹했던 모습으로
"얼른 날 먹어봐"
잽싸게 손에 쥐고
덥석 깨무니
새콤달콤한 맛
눈이 지그시 감기며
입가엔
행복한 웃음을 띤다
어릴 적엔 귀한 사과라
가을이 되면
시제나 제사 잔치 때나 먹고
껍질이라도 얻어먹으려고
상 차릴 때 기다렸던 일
첫 딸아이 가지고
새콤한 사과가 먹고 싶었는데
대신 귤을 사먹었던 기억
오랫동안 보지 못해
국광처럼 사라졌나 했는데
먼 이곳까지 화려한 외출
잊었던 미각 자극하며
뜨거운 혈 전신에 흐르며
색시하고 상큼한
그녀 모습을 꿈꾼다
해마다 시월이면
잠시 왔다 사라지고
얇은 껍질 때문에
살작만 부딪쳐도 멍이들고
장기 보관도 어려워
시대의 흐름 따라
찾는 이 없어지면
언제 사라질지 모르지만
"사랑하는 홍옥아!"
내년에도
후년에도...
잊지 않고 기다리마
시월의 기다림에
상큼한 미각으로 닦아온
귀한 너의 만남은 행운이야
*시작메모
자전거 페달을 열심히 밝으며 집에서
3킬로나 되는 농수산 시장으로 향했다
유난히 새콤한 과일을 좋아하는 난
과일이 떨어지려고 하면 마음이 불안해진다
농수산 시장에 도착하니
와~ 빨갛게 잘 익은 홍옥으로 눈길이 쏠리자
침이 꿀꺽 넘어간다
얼른 상자에 있는 사과를
바지에 쓱쓱 문지르고 한입 베어먹는다
새콤달콤...
눈을 지그시 감고 맛에 도취하여
고개를 살래살래 흔든다
안동에 살 때 시월이면 동네 과수원에
탐스럽게 주렁주렁 달린 빨갛게 잘 익은
빨간 홍옥을 보면 지나가던 발길을 멈추고
한참 동안 넑을 잃고 쳐다보고
침을 꿀꺽 삼키며 지나가곤 했다
껍질이 얇아 멍들고 얼을 까봐
종이상자에 왕겨를 넣어 포장해서
저장하곤 했는데 좀 지나면 푸석거리고
아삭아삭한 맛이 없어져 저장성이 약한데다가
신품종에 밀려 사라져가는 추세라
귀하고 귀한 경북 사과를 10년 전
이곳 대전으로 이사 와선 첨 먹어본다
15킬로 한 상자 사서
집에 와서도 계속 먹어대니 속이 거북하다
무 동태 찌게 한사발 들이키고 나니
속이 편해지자 계속 먹어 속이 떨떨하지만
배가 꽉 찰 때까지 먹었다
아~ 행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