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adhd로 망가진 가정

ㅇㅇ |2021.08.07 19:34
조회 256,240 |추천 1,332

초등 저학년 아이가 adhd에요
2년째 복약 및 치료 중입니다

전에 비해 나아진 점 분명 있지만
여전히 또래보다 충동,말,행동 조절 안 되고요
그 또래들을 코로나로 안 만나니 (사적모임)
저는 너무 좋은데
아이는 욕구 불만이 심해지는 것 같아요

할 일 알아서 잘 하지 않고요
공부를 많이 시켜서가 아니라
하루의 첫 할일부터 짜증 한숨쉬니
어째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아이들 특성이
할일 다 하면 ㅇㅇ줄게 ㅇㅇ보여줄게
로 회유가 안되고
내 가 지 금 이 게 하 기 싫 다
면 끝입니다 참는 것도 조절도 안 되는 거죠

문제는 저와 남편이 이제 너무 지쳐서
대응할 정신력이 남아있지 않다는 겁니다




아이를 자꾸 피하게 되고
끊임없이 말하고 요구하고 짜증내는 아이를 피해서
주말에 운동하러 간다고 나와서
차에 세시간 있은 적도 있습니다
운동 그 날 휴일인데 저는 미치겠어서 나왔고
주차장에서 공회전 못하게 하니까
에어컨도 안 틀고 있었어요 그래도 살 것 같더군요
땀범벅이라 본의 아니게 운동한 티는 났네요

주말 저희집 풍경은
남편과 제가 번갈아 누워있거나 폰보고
아이는 혼자 책 읽거나 게임합니다
할일 하라고 안 하면 그나마 짜증 안 들어도 되니까요
동네 술취한 할아버지 피해다니듯
부부가 이 방 저 방 옮겨다니며
아이 눈에 안 띄려고 발악을 합니다
짜증의 레이더에 걸리기 싫어서요
단 걸 너무 좋아해서 계속 요구하는데 안 된다 하면 짜증내고
키 재달라 해서 재주면 안컸다고 자기만 작다고 짜증
밥 차리면 먹은지 5분 안 되서 배부르다고 짜증



일일히 다 쓸 수는 없어요
저는 심한 무력감을 느낍니다
밥 잘먹어야 하는 이유
공부 숙제 해야하는 이유
방을 정리해야 하는 이유
남한테 예쁜 말 해야하는 이유
다 설명을 수천번 거듭해 주지만
통하지 않아서 그냥 입을 닫았어요


지금 저와 남편부터가 심하게 번아웃 된 것 같고
특별히 싸우지 않았는데도
주말에 얘기를 나누지 않습니다
참고 참는다지만 결국 아이와 마찰이 생기는
서로의 모습을 보면서
서로 이해하면서도 환멸을 느끼는 것 같고요
아이가 “또 시작” 했을 때 내가 겨우겨우 참고 있는데
남편 쪽에서 화를 내버리면
다 물거품 된 것 같아 저도 같이 폭발하고요
상대도 마찬가지겠죠



둘 다
아이가 크면서 나아질 거라는 희망이
별로 없습니다
5-6살 때부터 그 희망이 매년 산산조각 났거든요
매주 치료 가지만
가서 얘기하고 상담받고 다시 다짐하고 돌아오는
저의 모습이 너무 가식적이어서
그 또한 가증스럽습니다


이런 가정의 최후는 도대체 무엇일까요
아이가 하자는 놀이를 해도
결국은 막무가내 짜증과 눈물로 끝나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요즘 어느집이나 그렇겠지만
수업도 다 온라인이고 아이와 둘이 집에만 있는데
제가 이런 상태이니
아이가 제 눈치를 더욱 봅니다
저에게 하루에 미안하다는 말만 수백번 하는 것 같아요
제가 기분이 안 좋아 보이니까
들고가던 책만 떨어뜨려도 미안하다고 해요

물론 본인의 행동엔 변화는 없고
말 안듣고 짜증낼 건 다 내면서
그냥 미안하다고만 하네요
소아 우울증 금쪽이 보면서 비슷하다 느꼈어요





이 글에는 노력 부분이 빠졌네요
요지는 몇년 간 책 수십권을 읽으며
놀이, 대화, 훈육방식, 외부활동 등
노력을 해도 나아지지 않아 지쳐 나가떨어진
지금 상태에 대한 글입니다

그래도 그냥
가면을 쓰고 눈물을 삼키고
아이와의 시간에 있어 지속적인 노력만이 답이겠죠
어쨌든 미성숙한 아이니까요

추천수1,332
반대수31
베플ㅇㅇ|2021.08.08 01:36
이래서 애 낳기 겁난다 게임 캐릭터 잘못 뽑으면 삭제라도 하면 되는데..애는 저렇게 태어나면 버릴수도 없고
베플|2021.08.08 08:27
현직 초등교사이고 adhd 학생들 많이 만납니다. 고학년 adhd는 정말 더 힘들어요. 뭔가 아이들이 편견에 익숙해졌다해야하나.. 객관적으로 보면 adhd 아이 힘든거 맞구요. 누가봐도 쟤 왜러지.. 이런 느낌들어요. 근데 제가 느낀건 약물치료하면서 정말 티끌만한거라도 찾아서 칭찬해주고 래포쌓으면 정말 바뀝니다. 6학년 맡을때 전 담임쌤들 다 절레절레하던 학생 (저도 얘 배정받고 정말 싫었어요 ㅠㅠ 소문듣고) 3개월동안 진짜 싸웠어요. 이해가 안되서. 결론은 아이도 정말 힘들단거 .. 자기 맘대로 안된대요. 체육시간에 콩주머니로 협응력 기르기하면 일단 천장에 던지고 부수고 봅니다. 수업시간에는 교과서 하루종일 색칠하고 뜯어요. 가만히 있지 못해요. 항상 뭔가 손에 쥐어줬어요. 펀칭기를 준다던가 조그마한 가지고 놀 수 있는거 . 그리고 끊임없는 대화 칭찬 야단도..ㅋㅋ 말이 길어졌는데 adhd는 제가 1년간 함께 했을때 약물치료 받으면서 그 아이의 감정을 조금이나마 공감.. 해주면 걔도 알더라구요. 너무 어려서 그럴거에요. 조금만 더 지켜봐주시고 약물꾸준히. 학교 가면 담임선생님께 솔직히 아이의 상황 말씀하시고 자주 통화하세요. 전 아침에 애가 너무 활발하면(adhd약 먹으면 애가 좀 .. 힘이 없어져요 ㅠㅠ) 엄마한테 연락해서 어머니 오늘 누구 약안먹었죠? 에구 바쁘시면 저한테 보내주세요 제가 먹일게요 하고 학교에 여분약 두고 애들 몰래 먹였었어요. 이게 먹었다 안먹었다 하면 더 안좋다하더라구요. adhd가 이해가 안되서 혼자 다큐도 엄청 찾아보고.. 어머님도 육아로 우울증이 오셔서 이런 다큐 얘기하고 칭찬도하고 어머님이랑 저도 힘들어죽겠어요 어머님 어떻게 키워여 ㅠ 이러곸ㅋ 별 얘기 다했네요. 암튼 그렇게 올려보냈어요. 중학교.. 마지막에는 같이 중학교 가재서 싫다고 ㅋㅋ 너랑 안간다고.. 말이 길어졌는데. ㅠㅜ 이상해보이지만 자기가 그러고 싶어서 그런 애들 아니구요. 너무 자책하지 않으셨음해요.. 정말. 정말 힘내셨음 좋겠어요.
베플ㅇㅇ|2021.08.08 01:07
혹시라도 달리는 악플에 상처받지 마세요.. 치료를 받고 결심하며 돌아오는 본인이 가증스럽게 여겨진다는 말에 그 절망감과 무력함이 느껴져 마음이 아팠네요.. 저랑 오빠 둘다 20대 후반인데, 어릴 적 글쓴이님 아이와 비슷한 때에 ADHD가 있었어요. 정도는 조금 더 경미했겠지만 둘 다 있었고 당시엔 adhd라는 말조차 생소해서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넘어갔다고 해요. 특히 저는 집중력이 너무 약해서 지금까지도 스스로 집중력 훈련을 할 정도지만.. 확실히 청소년기, 성인기에 눈에 띄게 나아졌어요. 그리고 오빠랑 저랑 둘다 공부 잘했고, 특히 수학, 과학에 두각을 나타내서 둘다 서성한에서 공부했고 일도 잘 다닙니다..! 저는 의사가 아니라 좋은 조언은 못드리지만, 너무 과한 걱정만 하지 마시라고 하고 싶어요.. adhd를 조기에 발견할 만큼 아이에게 관심이 있고 아이를 사랑하신단거 알아요. 근데 아이가 무슨 큰 병을 앓고, 못할 행동을 하는 것처럼 아이를 여기고 지쳐하는 모습을 보여줄수록 아이는 내가 이상한가보다 라는 생각에 또 다른 보상행동을 할거에요. 조금은 자기 자신에게도 아이에게도 잘해보자 라는 다짐보단 잘될거야 라는 생각으로.. 특히 엄마 자신에게 조금 더 너그러워지길 조언드리고 싶어요. 좋은 엄마세요. 걱정 마세요. 아이들은 똑똑해서 그 마음 알거에요..
베플온리유|2021.08.08 12:23
나 외국사는데, 와 댓글들 진짜 충격적이네...ㅋㅋㅋ 우리나라사람들은 ADHD에대한 인식이 이렇게 무지한가?? 부모가 양육을 잘못해서 생긴거라느니, 후드려패라느니, 제대로 고쳐서 사회에 내보내라느니, 이런아이 낳을까봐 아이낳는게 무섭다느니...ㅋㅋㅋㅋㅋㅋ 남이 힘들게 털어놓은글에 이딴댓글 싸지르는 본인들은 정상인이라고 생각하는건가ㅋㅋㅋㅋ 외국애들은 이런댓글에 장난으로라도 그런 쓰레기같은 댓글은 안단다. 이게 바로 그 시민의식의 차이인가봄. ADHD는 전세계 아동인구의 5%정도가 가지고있는 흔한 정신질환이고, 부모의 양육방식때문에 나타나는 후천적질환이 아니라 태어날때부터 전두엽의 조절능력이 미숙한 선천적 질환이다. 부모의 양육방식이 ADHD를 악화시키는지, 아님 치료예후를 더 좋게하는지 판가름할순있을뿐이지 부모가 애를 잘 못키워서 ADHD가 생기는게 아니라고. 워낙 흔한질병중 하나이고, 조기에 발견해서 약물치료╋보조치료 적극적으로해주면 치료예후도 좋은편이라 외국에선 우리나라처럼 ADHD가졌다고 쉬쉬하는 분위기도, ADHD가진 부모들에게 힘내라는 동정의 시선도 많이 없음.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