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반 연애후 지금 잠수 이별 느낌인데 너무 혼란스러워서 가만히 지난 날들을 생각해보니까 회피형 특징이랑 겹치는 게 너무 많네요. 그냥 표현을 잘 못하고 관계에 서툰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우선 연애 초에 느꼈던 왠지 모를 이상함? 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1. 30대인데 1년 이상 연애해본 사람이 없음, 대부분 100일, 길어봐야 6~10개월?
2. 본인은 싸우는 거 안좋아한다 말함, 이전 연인들과도 싸우면 그대로 해결 안되고 헤어진 경우가 많다함
3. 감정표현 못함, 그냥 사랑해 미안해 고마워 자주 안하는 건 물론이거니와 좋고 나쁘고 다 좀 표현을 못함. 만나다 보니 얘는 그 순간 순간 자기가 느끼는 감정이 뭔지도 잘 모르고 다음날 쯤 돼야 아는 거 같았음
4. 아주 사소한 부탁? 서운함?에도 방어적으로 반응함. 예를 들어 "늦으면 늦는다고 미리 말을해줘야지~ " 정도로만 말해도 그냥 아 그러게 그럴 수 있겠다 미안해ㅜ 이러면 될걸 자기가 어쩔 수 없이 그런 건데 어쩌구 저쩌구 말이 ㅈㄴ 많음
5. 4를 좋게 생각하면 또 나한테도 딱히 작은 걸로 뭐라 안해서 좋았음. 심지어는 진짜 열 받을만한 상황에서도 시간 좀 지나고 차분하게 말함. 그래서 나에게도 걍 알아서 좀 괜찮길 바란듯..
6. 친구 관계가 다 좀 가벼워 보임, 초반에 이게 너무 이상해서 속 터놓는 친구 있냐 하니까 속깊은 얘기 이딴 거 자체가 없다함, 그정도로 깊이 생각을 안하는 거 같아보였음
7. 6 두고 그럼 진짜 힘들 땐 어카냐 물어보니까 그냥 괜찮다 생각하면 괜찮아질 것이기에 그냥 괜찮다 괜찮다 한다 했음...
8. 데이트 후 집 가서 왠지 모를 연락이 좀 안되는 느낌..? 재밌게 만났으면 한창 꽁냥꽁냥해야 할 땐데 뭔가 답장이 느리고... 난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낌
9. 싸운 후에도 마찬가지 걍 전반적으로 사람이 좀 피드백이 없는 느낌. 뭘 느꼈다 뭘 생각했다 이런 거 안말해줌.. 싸운 후 얘가 진짜 괜찮은 건지 의문스러울 때가 있었음
10. 내가 한 반년 사귀고 얘가 뭔가 늘 지혼자 천하태평 같은 게 속을 모르겠고 개 답답해서 아 뭔가 이상하다 날 안좋아하냐 물어봄. 그때 타격을 받고 표현을 잘해보겠다고 하면서 좀 앵기는 거 같긴했는데 뭐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아지겠다거나 내가 이렇게 느낀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보거나 이런 건 전혀 없었음.. 모든 복잡한 문제를 엄청 단순하게 해석하고 별 생각을 안함..
초반부터 이런 걸 느꼈는데 사실 뭐 여자 문제도 없고, 연락도 대체로 잘되고, 자주 만나려 하고 잘해줘서 장점이 훨씬 많다고 생각했어요. 좀 진지한 얘기를 안하고 감정 교류가 안된다? 싶은 느낌은 있었지만 그냥 공대남이라 공감능력이 좀 떨어지나보다 이정도로만 생각하고 말았어요.
연애 길어지면서 찐 문제가 시작됨.
11. 내가 엄청 힘든 일을 겪었을 때도 공감능력이 결여된 느낌을 여러번 받음. 뭘 해결해달라는 게 아니라 내 마음 좀 알아달라는데 그걸 ㅈㄴ게 못함
12. 11와중에 자기 바쁘고 힘드니까 좀 이해해달라고 말함... 와 이때 진짜 내가 이기적이고 이해심 없는줄 알고 자괴감 오졌었는데..
13. 나 안 사랑하는 거 아니냐는 말에는 엄청나게 억울해 하면서 극구 부정하고 왜 자기를 못 믿냐 왜 몰라주냐 계속 뭐라함 ㅠ 말 안하면서 알아주길 바람
14. 내 감정들 다 이해 못한다고 느낄 수 있는 감정의 스펙트럼이 다르다고 함. 그러므로 내 문제는 내 동성 친구들에게 상담 받으라 함... 자기는 들어줄 수만 있다고. 근데 듣는 게 ㄹㅇ 물리적으로 앉아서 듣기만 하는 걸 듣는 거라 생각하는듯.
15. 시간 지나면서 점점 나보고 왜 원하는 답을 정해놓고 그걸 말해주길 바라냐는 식으로 말함... 난 내가 또 엄청 답정넌가 싶어서 고민에 빠짐...
16. 지 앞에서 울고 불고 난리쳐도 평온해보임... 아 좀 그만 좀 울어라.. 이정도의 반응만 함...
17. 결국 내가 못참고 오만말 다 하면서 헤어지자 하고, 얘는 펑펑 울고 난리더니 딱히 잡진 않음.. 다음날 내가 할 말 없냐 물어도 '나중에 할 기회가 있겠지...' ㅇㅈㄹ하길래 아 걍 지금 말해라 하니까 후회한다는 식으로..? 자기는 진짜 진심이라는 식으로 말함.
18. 그렇게 다시 만난 한 달간 너무 정상인 같았음. 내 말 들어주고 반응 잘하고 이러길래 와 굳 이랬는데 한 달만에 개 장문으로 자기 너무 힘들고 내게 들은 말들이 가슴이 찢어질듯 아팠던 거 같다고 늘 괜찮다 괜찮다 힘내면서 자기주문 걸었는데 이제 진짜 지쳤고, 우린 안맞는 거 같단 식으로 말함.
저 장문 글 보고 일단 처음 든 생각은, 와 뭔가 1년반 만에 속마음을 들은 기분..? 속시원하다. 말해줘서 고맙다. 그 후 미안했어요 내가 상처 줬나보다.. 근데 생각할수록 .. 내가 쌍욕을 한적도 없고, 비꼰적도 없고, 뭐 미친듯이 집착한적도 당연히 없고. 걍 싸우고나서 하루 시간 필요한 거 같아 보이면 그러게 냅두고. 이랬는데... 그냥 이사람에게는 내 감정을 날것 그대로 전달하는 거 자체가 부담인가..? 싶더라구요.자기는 엄청 노력한다고 맨날 말하는데, 솔직히 미안한 말이지만 뭘 그렇게 노력하는지 진짜 잘 모르겠고... 내가 몰라주는 건가 생각했는데, 이 사람 기준에서의 노력은 맞춰가는 것 그 자체를 엄청난 노력이라고 생각하는 거 같더라고요. 내 말에 방어적으로 안 굴고, 미안하다 하고, 대화하고, 이러는 거 자체가 힘든가봐요.
그럼에도 오래 만난 걸 보면 분명 얘가 노력한 게 있는 거 같은데 회피형도 개선이 되는 건가요? 어쨋든 자기 잘못 인정하는 걸 처음엔 힘들어했지만 나중엔 하기 시작하고, 먼저 진지한 대화를 시작하진 못해도 '기분 안좋은 일 있어?' 이정도는 묻기도 하고. 솔직히 그정도만 돼도 만날 수 있을 거 같은데 말이죠.
또 회피형은 가족관계에서 많이 드러난다던데, 가족은 화목했거든요.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근데 저렇게 장문으로 자기 너무 힘들다 지쳤다 하면서도 명확하게 그래서 이게 헤어지자는 건지, 그냥 하소연을 하는 건지 너무 헷갈리게 써놨더라구요. 아직도 널 보면 좋다, 뭐 이런 말도 있어서. 항상 저한테 절대 안헤어질 거고, 무조건 너랑 끝까지 갈 거고, 확신한다고 호언장담 하던 사람이라 설마 이게 진짜 이별인가 싶고 어안이 벙벙해요. 그래서 일단 길게 써서 사과하고 이해한다고 보냈는데, 답은 그냥 '좋게 말해줘서 고맙고 미안하네...' 이거 이후로는 만나서 얘기하자는데도 읽씹. 최소한 그러자, 말자 정도는 말해야 하는 거 아닌가싶으면서도 답답함에 너무 익숙해져서 걍 냅두고 있는데, 저 잠수이별 당한 건가요...? 내가 희망을 가졌던 것들은 다 그냥 '척'이었나... 너무 혼란스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