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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 들기전 메인 뉴스를 보는데 안타까운 소식이 보였다.
생전 만나지도, 알지도 못한 사람의 죽음이지만
미안한 마음 뿐이다.
참 착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죽음이 더 쉬울 정도로 힘들었는데도
응사(응급 사직)를 하지 않은 이유가
남는 사람들의 업무 가중이 미안해서 라고 한다.
나도 그렇게 길게 간호사 생활을 한건 아니지만
어느새 근무표를 보면
내 이름이 중간 보다 훨씬 위에 있게 되었다.
그만큼 일하는 동안
수많은 응사를 봐왔지만 자신의 죽음이 응사보다 더 쉬운
착한 사람은 아직 보지 못했다.
참, 선배로서 미안하고 사람으로서 미안했다.
댓글을 읽어 봤다.
태우는 사람의 인격이 덜 되었다.
역시 군대를 안다녀 와서 저런 것도 못견딘다.
병원이 월급을 적게 줘서 인력이 없는거다.
백신 때문에 죽은건데 자살이라고 위조한다.(?)
등등
태우는 사람은 정말 싸이코패스, 소시오패스라
죽을때까지 태우는 걸까?
신규 간호사가 액팅(혈압 재기, 환자 이동 등 챠팅 및 주사, 투약을 제외한 모든 업무. 병원 마다 조금씩 다름.)을 혼자서
40명 넘는 환자를 담당했다고 한다.
환자 한명당 15분씩 계산하면 600분.
10시간. 이미 오버 타임이다.
어싸인(액팅 이외의 모든 업무. 주로 챠팅) 볼땐
20명이 넘는 환자가 담당이었다.
혼자서 20개가 넘는 진단을 가진 환자들과
20명이 넘는 보호자를 응대 하고 모든 일을 기록해야 한다.
이제 막 학교에서
한번 주사 놓는데 10분 넘게 걸리는 정석 간호 술기따위를
배우고 온 신규간호사가 감당할 숫자가 아니다.
정말 최선을 다해도 일은 무조건 남고
이것 저것 환자들의 정보가 머리속에 뒤섞여서
인계중엔 내가 무슨 말을 뱉고 있는지도 모르게 된다.
다음 근무자는 높은 확률로 선배다.
신규가 인계를 준다고 주저리 주저리 말을 하는데
대체 9시간 동안 뭘 한건지 싶은 생각 뿐이다.
인계는 말 그대로 앞 근무자의 일을 인계 받는거다.
인계를 받지 못하면 내 일을 시작 조차 할 수 없다.
물론 그동안의 경험으로 대충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눈치 챌 수 있지만,
생명을 다루는 일을 눈치만으로 넘길 순 없다.
신규는 자기가 못한 일을 마무리 하고 가겠다고 하는데
뭘 했고 뭘 못했는지도 모르는 애가 안쓰럽기 보다는
내 일의 시작이 늦어졌니 퇴근도 늦어질거란 생각에
화부터 나게 된다.
폭력이나 모욕은 절대 안된다는걸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못버티는 인간들도 더러 있다.
신규는 남아서 모든 일을 해결 했다고 하고 퇴근 하지만
선배 눈엔 지뢰찾기 게임 판을 펼쳐 놓고 가는 걸로 보인다.
진짜 생각지도 못한 참신한 일을 빼먹고 가버려서
의사, 환자, 보호자, 다른 선배 간호사에게
똑같이 인격모독 당하고
대신 사과하는건 인계 받은 선배 몫이다.
일부러 그러고 간걸까...?
그런 후배가 이쁘게 보이면
그게 오히려 정신 장애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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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남자 간호사다.
애석하게도 신체 튼튼에 빽도 없어서 군대를 다녀왔다.
14박 15일 야외 숙영 훈련도 다녀와보고
혹한기 두번에 유격 한번도 다녀와봤다.
입대 전엔 잘 몰랐던게
군대의 일과는 거의 대부분이 잡일이었다.
부대정비라고 아무도 발길을 안줄 곳의 잡초를 뽑고,
정리 되어 있는 창고의 물건을 전부 꺼내서 다시 정리해 넣고,
10명중 6명은 놀고 있고 4명은 일하고,
1시간 중 40분 일하면 20분 담배 피고 수다 떤다.
부대마다 업무량이 다르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갇혀 있고 통제된 생활을 버티지 못하고
후임을 괴롭히는걸 유일한 낙으로 삼는 인간들이 있었다.
대의 명분은 군기 확립이었지만,
짬이 차고 나서 봐도 갈굼은 즐길거리로 보였다.
간호사와 군대 둘 다 경험 해본 나는
감히 군대도 안다녀온 것들이
군대처럼 후배를 갈군다고 하는 사람을 보면
입원 해본 적도 없이 참 건강한 삶을 산 사람이구나 한다.
저런 환경에서 간호사가 일하는걸 본적이 있는 사람이고
따뜻한 마음을 지닌 사람이면 그리 말하진 못할거다.
그래도 그 둘의 공통점은 있다.
개개인의 인간성 문제도 아에 없진 않지만,
시스템의 문제.
군대는 마음대로 나가지 못하고 외부와 단절된다.
사회와의 단절 만으로도 스트레스가 되고
전쟁나면 가장 먼저 쏴버리고 싶은 놈이 내 옆에서
먹고, 자고, 씻고 한순간도 눈앞에서 사라지질 않는다.
가만히 누워만 있어도 스트레스가 쌓인다.
이런 시스템을 견디지 못하고 후임 갈구며
전역 날짜만 계산하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티고 있다고
생각한다.
간호사는 환자에게 해을 끼치면 안되는 의무가 있다.
하지만 한명이 감당하지 못하는 환자 수를
너무 쉽게 맡겨 버린다.
내 후배도 힘들겠지만
나도 힘든 시스템이다.
스트레스는 쌓이고, 누군가에게 내 감정을 뱉어야 한다.
이런 시스템을 견디지 못하고 후배를 태우면서
월급날만 기다리며 하루하루 힘겹게 버티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의 모든 노동은
최저에 맞춰져 있는 것 같다.
알바는 노가다가 아니면 무조건 최저임금.
간호사는 간호 등급 1등급 기준으로 최저 인력.
미국은 간호사가 물과 약을 가져다 주는 행위도
몇번 이루어 졌는지 매겨 돈을 받는다.
한국은 환자에게 들어가는 진단, 처방, 처치 외에
간호사가 해주는 일 대부분이
값이 없다.
간호사를 10번 부르던
1번 부르던
처치나 처방이 아니면 값을 지불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의료 보험체계는 간호사의 노동을
의사의 진단이나 처치, 처방의 부산물로 본다.
미국은 간호사를 많이 데려다 놓고 일을 시키면
그만큼 이익이 발생하지만
한국은 간호사가 1등급 보다 많으면
그만큼 손해가 발생한다.
결국 인력 부족으로 에러(실수)가 발생하고
그 에러는 결국 환자에게 위협이다.
신규 간호사 한명이 환자에게 베타딘(빨간약)을 정맥주사
한일이 있다.
의사는 전화로 베타신을 주라고 했는데
베타딘으로 잘못 알아들은거다.
그 신규는 귀가 먹은걸까 머리가 나쁜걸까?
시간이 없었을거다.
의사가 말한게 베타딘인지 베타신인지
다시 물어볼 시간도
왜 약을 주라고 한건지 환자에게 상태를 물어볼 시간도
처방난 오더를 컴퓨터로 확인 해볼 시간도
빨간약을 정맥주사 하는게 맞는지 곰곰히 생각 해볼 시간도
다행히 환자에게 큰 이상반응은 없었다고 하지만
내 후배가 그랬어도 아무일 없었다는 듯 넘어갈 수 있었을까?
보이지 않는 시스템을 찾아 고치고 바꾸려고 노력하는 것 보다
내 눈앞에 서있는 저 모든 일의 원흉에게 화풀이 하는게
훨씬 쉽고 화를 효과적으로 가라 앉히는
좋은 방법이 되어 버릴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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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다 쓰고 나니
뭔 말을 한건지 모르겠는게
주저리 주저리
딱 신규때 인계 줬던걸 보는 것 같다.
결국 하고 싶었던 말은
간호사 태움의 가장 큰 원인은
의정부 간호사 죽음의 원인은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여초 직장이라서?
그런것도 못견디는 요즘 젊은 것들이라서?
내가 겪어보지 않은 일을
겨우 두눈으로 밖에 담지 못하는 시선으로
그렇게 말하지 말자.
의정부 간호사의 죽음에
당장 눈에 보이는 태움 간호사들을 처벌하면
모든일이 해결되고 해피 엔딩으로 보이겠지만
반드시 어딘가에서 또 누군가가 목숨을 잃어 갈 것이다.
더는 그런 죽음이 없었으면 한다.
의정부의 이름 모를 간호사 선생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