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이 바닥을 치는 이야기라 주저리할 상대가 없어서 여기에 끄적여 봅니다
20대 후반 여자, 직장생활 무리없이 하고 평범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저는 제 태생과 기질을 좋아하지 않아요
오랜만에 엄마를 만나고 왔습니다
언니는 최근 한 달 정도 다니던 회사에서 잘리고(말귀를 못알아먹는다나요) 편의점 알바를 하고 있다고 하네요
남동생은 공익 근무 중입니다. 대학은 안 갔고 중학교 졸업 후 고등학교를 자퇴했다가(학교 부적응) 실업계 고등학교에 복학해 졸업했습니다. 막내라 가장 어릴 때 필요한 돌봄을 못 받고 자라 이렇게 됐다고 어머니께서 안타까워하십니다.
남매가 넷인데 여동생은 스스로 일년 돈 벌어 현재 CPA 시험 준비중입니다. 저는 교대 졸업 후 교사로 재직 중입니다.
자라온 환경이 좋지 않았어요. 어머니께서 제가 9살 때 이혼하셨고 네 남매를 혼자 맡아 키우셨어요. 마땅한 직업이 없으셨던 터라 어린 자식들 두고 혼자 고군분투하시다가 기초생활수급자 등록하고 국가지원 받으며 자랐습니다. 남들과 다른 것 어릴 때부터 인지했고 물질적인 건 고사하고 바쁜 어머니 밑에서 정서적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자랐습니다.
어디 그냥 던져놔도 알아서 잘 해먹고 사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런 성향도 아닙니다. 눈치없고 답답한 게 이 집안 특성이라 언니도 회사에서 눈치껏 적응하지 못하고 잘렸겠지요. 저도 스무살 들어 첫 알바 시작했을 때 욕 오지게 먹는 애물단지였습니다. 강한 언니들은 답답한 저랑 일 안하려고 시프트 바꿔달라고 요구해서 일이 잘 겹치지 않았는데 겹칠 때면 제게 화를 많이 냈습니다. 없는 눈치 봐가며 일상적으로 자책하며 꿋꿋이 1년을 버텼습니다.
어려운 환경은 극복했다고 생각해요. 직장도 자리잡았고, 번 돈으로 차근차근 삶의 질을 개선해 나갔습니다.
아직도 극복하지 못한 건 타고난 기질이지요. 이십대에 성향이 상극인 사람들과 부딪쳐가며 내 기질을 개선해보려 애를 썼지만 그럴수록 자존감은 떨어지고 스스로를 미워하게 되더라구요. 어느 정도 눈치는 키웠다 하더라도 제 본질은 뜯어고쳐지지 않구요.
눈치없고 답답한 모습으로 미움받아오다보니 우리 가족에게서 그런 모습이 보이면 너무 싫습니다. 우리 지역에는 전세 사기가 많아서 월세로 살고 있다고 말했더니 월세는 비싸지 않냐는 엄마. 그렇다 비싸다니까 깔깔 웃습니다. 비싼데 왜 멍청하게 월세를 살고 있냐는 듯이 말입니다. 그러곤 말합니다. 그래 거기 오래 살거 아니니까 전세는 안 되겠다고 말입니다.
제가 오래 살아도 이 지역은 전세사기가 많아서 안 된다고 다시 말합니다. 그럼 화들짝 놀랍니다. 전세 사기가 있냐구요. 앞에서 말했는데 흘려듣고 딴소리 하는 게 우리 집 국룰입니다.
제가 이런 모습이 싫어 엄마한테 화를 내지만, 저를 보는 다른 사람들은 제 모습을 제가 보는 엄마의 모습과 같게 볼 것입니다. 안 그러려고 애쓰고 노력하지만, 사람들과 대화에서 아차 하는 순간들이 있고 제가 느끼지 못하는 선에서 다른 사람들이 느끼는 것도 분명 있을 테니까요. 제 단점을 숨기려 애쓰다보니 사람들에게 저를 잘 드러내지 않게 됩니다.
연애를 할 때도 이런 자기혐오는 부정적으로 작용합니다. 자연스럽게 나와 비슷한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상대에게서 내 단점이 보이면 그 순간 정이 탈탈 털립니다. 더 마음을 열지 못하겠어요. 나랑 비슷한 사람 만나서 답답하게 살 바에야 혼자 사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합니다.
누군가에게 말하기에 제가 너무 꼬인 사람 같은 거죠. 기질을 뜯어고친 분이 계시면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아니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사는 방법이라든지요. 후자는 답답해서 싫네요. 타고난 성향이 사랑스럽고 시원시원한 사람들이 부러울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