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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 싸우는 커플들을 위해.

글/댓글을 남기지 않는 프로 눈팅러이지만,

안타까운 사연같아 저같은 사람의 경험도 도움될까하여 몇 자 적어봅니다.

저는 중년 남성입니다.

부모가 자수성가 하셔서, 반지하에서 살다 지금은 서울에서 가장 좋은 편에 속하는 집에 살고 있습니다.

부친께서 사회적으로 명망 있으신 분이다보니, 기사나 인터뷰를 뉴스에서 접할 수 있는 분입니다.
(같잖은 자랑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집안 환경의 이해를 위해서 씁니다.)

제가 만났던 여자는 제 사업장에서 일하던 동갑의 아르바이트생이였습니다.

평범한 집안이지만 가족 간 사랑이 넘치는 따뜻한 분들이였습니다.

다만, 종교부터 집안, 학력, 가풍 등 모든 면이 너무 상이했습니다.

저희는 연애 시에도 서로의 바닥을 몇번이고 보았는지 모릅니다.
짧은 연애기간에 헤어지자는 말을 100번은 넘게 들었던 것 같습니다.

20대 초반에 그녀와 결혼을 결심 하였고, 양가 부모님께 말씀 드렸을 때, 극렬한 반대를 하셨습니다.

저희 집은 집안의 차이가 가장 큰 이유였고,

아버지의 사회적 위치상 결혼이 늦춰지길 바랬습니다. 상대집안은 종교의 차이가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저희집은 비슷한 집안과 결혼하길 바랬고, 상대 집안은 무교인 제가 교회에 다니길 원했습니다.


그런 주요한 이유들을 중심으로, 각자의 성품, 학력부터 다양한 이유들로 저희는 결혼을 하면 절대적으로 불행해지는 사람들 같이 되어버렸습니다.


20대 초반의 풋사랑.

그녀는 저를 처음 만났습니다.

지금이야 참 순수했구나 라고 생각하지만 당시에는 너무나 처절하게 사랑했고, 지키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모든 이유들이 우리를 또 다시 수렁으로 빠뜨려만 갔고, 우리는 또 서로의 바닥을 얼마나 많이 확인했는지 모릅니다. 그만 두자 라는 말. 욕설, 뺨을 치고 옷을 찢고,   함께 찍은 사진, 함께 나눈 글, 편지를 얼마나 지웠는지. 그렇게 우리는 수없이 서로를 뜯었습니다.

그런데. 저 이 사람 아니면 안되겠더군요.

그녀와 비슷한 사람은 있을지 몰라도, 그녀를 다시 만날 수는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다시 승낙을 받으러갔고, 종교를 믿는 것 부터 시작하라는 전제가 생겼습니다.

교회를 다니는 것부터 시작했지만, 과학이 종교인 제게는 이해가 잘 안됬습니다.

상대 부모님께 거짓말을 하고 싶진 않아, 솔직하게 종교는 평생가도 믿지 못할 것 같다. 다만 그녀의 종교생활을 막지 않고, 같이 다니겠다라고 말씀드리고 허락을 받았습니다.

제 부모님은 굉장히 보수적이신 분들이였고, 여전히 허락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어느 새벽에 말씀을 드렸습니다. 결혼해야겠다고..

당연히 예상했지만, 인정할 수가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전 이미 혼인 신고를 마쳤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저희는 결국 결혼식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수중에 모아둔 돈 한푼이 없어, 생각하시기 힘든, 말도 안되는 곳에서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처가는 사업이 망하여서 그 말도 안되는 곳에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저는 하루에 2시간씩 자며 혼자 2-3잡으로 8명을 부양했습니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하니, 매일 라면만 먹어도 저는 든든하더군요.
가끔 같이 넣는 만두가 저희에겐 행복이였고, 사치였습니다.

7년 후, 저는 그녀에게 반지를 그제서야 당당히 끼워줄 수 있었습니다.

양가의 축복과 저희의 자식들의 환호 속에서요.


그리고 6년이 더 지난 지금,

저희는 또 많은 바닥을 서로 열심히 확인하는 중입니다.^^

글쓴이 분들과 어려움의 깊이를 비교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저희는 닥쳐온 현실 속에서 너무나도 많은 대립과 갈등, 증오, 바닥을 경험했습니다.

물론, 그녀와 저에게 굳이 선택한 서로에게 가혹한 삶이라는 시각도 있겠으나.

저희는 서로를 위해 굳이 선택하였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저희가 지켜내고 함께 해온 시간을 사랑합니다.

지옥같이 싫던, 서로를 끌어내리던 갈등의 순간들도 이젠 웃으며 추억할 수 있습니다.


달리 되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부디, 이름조차 알 수 없는 저 같은 사람의 작은 이야기지만 서로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해보실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결혼할 정도라면 얼마나 서로가 애틋하고 그 사랑의 깊이를 제가 짐작할 수나 있겠습니까.

집안도 중요하지만, 결혼은 결국 평생을 함께 할 나의 반려자를 찾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서로의 사랑을 우선하셨으면 합니다.

이 글을 보시면 모든 것을 제쳐두고 서로 5분만 눈을 맞춰보셨으면 합니다.

두분. 정말 사랑하고 계시지 않나요?


달리 된다 하면.

다시는 상대를 세상에서 볼 수 없다면 정말 후회하지 않으실 수 있겠습니까.


살다보면, 육아부터, 현실적인 조건, 불의의 사고, 아픔, 죽음 등 더 많은 시련과 갈등이 생길 가능성이 있겠지요.

처음의 그 순간을 다시 생각해보십시요.


꿋꿋히 서로 손잡고 헤쳐나가며, "아 그때 우리 그랬었지" 하고 웃을 나날들이 오길 간곡히 바랍니다.

결혼을 하게 되어 연락을 주시면 제가 축하주 보내어드리고 싶습니다.

추천수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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