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집들이편-4각관계 돌입?
이미 아주머니가 음식을 마련해놓으셨다.
하지만 준비만 해놓고 가셨기 때문에 손님 대접은 순전히 서은과 석훈의 몫이 되었다.
토요일 5시쯤 이미 친구들이 도착했다.
특히 희윤이와 지수 그리고 혜민이는 먼저 도착했다.
서은이를 도와준다는 핑계였다. 석훈도 평소보다 일찍 집에 도착했다.
희윤이가 석훈이를 볼 때마다 눈빛이 야릇했다.
눈웃음을 치고 있는 것이 보인다.
석훈도 싫은 것 같지는 않다.
서은은 속이 끓는듯했다.
거실의 소파를 치우고 상을 차렸다.
석훈과 민석이 힘을 쓰는 일을 했다.
상을 다 차리자 그럴싸해 보였다. 서은은 안주인 노릇을 제대로 한 것 같아 뿌듯했다.
"선생님 댁 정말 좋아요.......서은이가 좋겠어요. 이렇게 좋은 삼촌을
두고........."
"서은인 그렇게 생각 안할걸.......나라면 아주 이를 갈 정도로 불만이거
든"
"설마요....."
서은은 왠지 머쓱해졌다.
"그렇게 생각한 적 없어요....."
서은은 반박했지만 석훈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
"정말 맛있어요.....저희가 번거롭게 해드린 것 같네요. "
민석이 진심으로 말하는 것이 느껴졌다.
"내가 한게 아닌데....뭐....간만에 나도 즐거워.....나도 대학생으로 다
시 돌아간 것 같고......"
"아직 애인 없다고 하셨죠?"
"그런데......"
"제가 애인 소개시켜드릴게요......"
잠시 석훈이 서은을 쳐다봤다.
"무척 구미가 당기는 일이긴 한데 아직은 그닥 생각이 없어......"
"왜요? 서은이 말대로 일중독자세요?"
"서은이가 그렇게 말했어?"
"네, 삼촌은 일중독자라 여자한테 별 관심이 없다구요......"
희윤이 그 말을 하는데 서은의 얼굴이 붉어졌다. 석훈이 재미있다는듯 서은의 얼굴을 쳐다봤다.
민망하다.
"전혀 틀린 말은 아니야......남잔 우선 능력이 있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거든. 안그러면 자신이나 주변사람들까지 같이 힘들어지는 거야.....물
론 요즘 시대가 그걸 매우 어렵게 만들고 있지만 자신과 가족을 책임지
기 위해선 여러가지 수반되야할 조건들이 많으니까......."
"하지만 선생님은 그런 걱정은 안하셔도 될 것 같은데요......"
"그렇게 봐주니 고맙군.....그건 그렇고 그렇게 소개시켜주고 싶은 여자가 있어? 너무 자신
있어보이니까 궁금한데?"
"선생님도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이에요....바로 저예요......"
순간 모두 할말을 잃은듯 했다.
아무리 자신감이 넘친다지만 저렇게 뻔뻔하게 자신이라고 말할 수 있다니 서은은 기가 막혔다.
석훈도 그 당돌함에 웃었다.
"물론 상당히 구미가 당기는 일이긴한데 서은이 친구잖아.....더욱이 희
윤인 상당히 경쟁률이 샐 것 같은데.....그 경쟁률을 뚫을 자신이 난 없
는데....."
"그건 전혀 어렵지 않을 거에요. 제가 보증할 수 있어요....."
희윤이 노골적으로 감정을 드러냈다.
"글쎄 생각해보지......"
석훈이 다시 웃었다. 하지만 전혀 싫은 기색은 아니다.
서은인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아무리 공주병 말기 환자라해도 희윤이 저렇게 적극적으로 대쉬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더욱이 석훈은 아내 앞에서 기분이 좋은듯 웃고 있다.
'저 인간, 자신이 결혼했다는 사실을 망각한 것은 아니겠지?
아니면 이 결혼은 그만큼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술이 오갔고 서은이는 홧김에 맥주를 음료수처럼 들이키고 있었다.
"너 벌써 취한 거야?"
민석이 걱정스럽다는듯이 서은을 쳐다봤다.
"아니...안 괜찮아. 이 정도엔 끄덕없다고...."
"그럼 괜찮지만.....그래도 걱정되는데....."
"여긴 우리집이야......취한들 뭐가 걱정이야....?"
서은은 그 모습을 석훈이 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저 남잘 화나게 해주고 싶은데 방법이 없다.
그래서 또 화가 난다.
"적당히 마셔......아무리 집이라도 술에 취해서 정신 못차리는 건 보기
싫으니까....."
"아, 역시 삼촌이야....내가 또 맘에 안들었나봐요?"
다시 둘 사이에 험악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 오히려 민석이 좌불안석같다.
"방에 데려다줄게.....가서 좀 잘래?"
"아니, 됐어........난 괜찮아."
"그런데 집구경을 제대로 못했어요....."
분위기를 바꾸려는듯 지수가 얘길 꺼냈다.
"선생님 방을 보잔 얘긴 왠지 못하겠고 서은이 방은 아까 대충 봤는데 깔
끔하더라구요......"
"저도 실은 선생님 방이 보고 싶었어요."
노골적인 희윤이다.
원래는 새침떼기인데 그녀가 이렇게 적극적인 모습을 보는 건 아주 드문 일이다.
"내 방은 비밀이야.....서은이도 내 방엔 거의 안들어와봤을 걸....."
"선생님 서은이 남자친구 여럿 됐던 거 모르시죠? 물론 지금은 민석이한
테 안주한 것 같지만....."
"무슨 소리야?"
민석이 민망하다는듯이 말했다.
"서은인 저래뵈도 인기가 많았어요. 선생님도 인기 많고 서은이도 인기가 많
을 걸 보면 정말 같은 핏줄이긴 한가 봐요. "
"여러 사람을 만나보는 건 좋은 일이지......내가 알기로도 서은인 남자친
구가 있었던 거로 알고 있거든....민석군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게 좋
을 거야....저뢰뵈도 정말 한 성질 하거든......바람둥이 기질도 다분하고...."
"갑자기 나 성토하는 장 같네.....너무 하는 거 아니야? 그리고 민석이
가 얼마나 괜찮은 앤데....꼭 민석이하고 나하고 바보만드는 거 같잖
아.....너 우리 삼촌이 맘에 들면 나한테 잘 보여야하는 거 아니야? 나 건
드려서 좋은 게 뭔데?"
"잠깐 이거 분위기가 험악해지는데.....너희들 얘기 나누고 있어. 아무래
도 서은이가 좀 취한 것 같다. 술을 마시면 꼭 실수를 하는 편이라 내가
그렇게 주의를 줘도 저 모양이군......."
석훈이 일어나서 억지로 서은을 일으켜 방으로 데리고 갔다.
"왜 그래요? 난 괜찮다구요."
"괜찮은 사람이 분위기를 그렇게 몰아가는 거야?"
"날 먼저 건드린 건 희윤이라구요. 오빠한테 잘 보이려고 날 건드리고 있
다구요. 더욱이 민석이까지 바보만들고 있잖아요."
"그냥 농담하는 거 가지고 왜 그래? 그리고 민석이가 그렇게 걱정되서 그
러는 거면 네가 좀더 신경써주면 되잖아....괜히 엉뚱한 사람 걸고 넘
어지지 말고....."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내 말이 잘못 됐어? 넌 지금 네 남자친구 걱정하느라고 살벌한 분위기
로 몰아가고 있잖아....."
"억지부리지 말아요......"
"관두자....괜히 분위기 망치지 말고 나가자....."
석훈이 나가자 서은은 울고 싶은 걸 꾹 참았다.
그리고는 마지못해 석훈을 따라나갔다.
"우리 분위기도 바꿀겸 밖으로 나가는 게 어때?"
"그럼 노래방가요. 전 선생님 노래 솜씨 정말 궁금했거든요."
"그러지, 뭐......하지만 난 원래 노래방가 도 노래는 안불러. 사람들이
뜯어 말리더군...."
2차는 집에서 노래방으로 옮겼다. 맥주와 음료수를 시켰다.
사실 서은의 노래솜씬 형편없었다.
그녀가 노래를 부를 때마다 사람들은 키득거리거나 아예 딴청을 하거나 할 정도의 솜씨였다.
그래서 서은은 왠만하면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
그러고보니 서은도 석훈의 노래솜씬 전혀 모르고 있다.
친구들이 돌아가면서 노래를 부르고 서은도 마지못해 노래를 불렀다.
모두 킥킥 웃고 있었다.
민석만은 예의를 차려가며 들어주었다.
서은은 석훈의 표정을 살폈는데 무표정했다.
그래서 그가 어떤 느낌으로 노래를 듣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서은은 왁스의 <<관계>>를 불렀다.
서은이 소화하기엔 좀 어려운 노래였는지도 모르지만 서은은 최근에 자주 듣기 시작한 이 노래를 불렀다.
자신의 마음이 담겨진 노래여서일까?
노래가 끝나자 사람들은 박수를 쳐주었지만 서은의 노래솜씨에 실망한 건 모두 사실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석훈이 억지로 끌려나가서 노래를 불렀다.
뜻밖에도 그는 tim의 <<사랑합니다>>를 불렀다.
그의 겸손이 무색해졌다. 부드러운 목소리와 애절한 가사가 모두의 가슴에 차고드는 것 같았다.
그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듣는다는 기대감은 이미 버렸다.
그런데도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
사랑받지 못하는 아내라는 것이 이렇게 슬플 수가 없다.
저 노래는 어쩜 자신 때문에 헤어진 미진을 생각하며 부르는 노래일지도 모르겠다.
눈물이 날 것만 같아 서은은 노래도 그도 외면하고 있었다.
노래가 끝나자 친구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서은은 박수를 치지도 못하고 그대로 앉아 있을 뿐이었다.
잠시 석훈이 서은을 쳐다보는 걸 느낄 수 있었지만 서은은 모른척 했다.
석훈의 옆자리에 앉은 희윤이 핸드폰에 석훈의 번호를 입력하는 것이 보였다.
이젠 자기를 거치지 않고 직접 대쉬한다는 뜻일 것이다.
서은은 온몸의 힘이 빠지는 듯한 착각을 느꼈다.
석훈과 희윤의 다정한 모습은 그렇게 서은의 가슴을 쿡쿡 찔렀다.
' 난 지금 질투하고 있는 걸까? 이러다 질투라는 것이 날 삼켜버리는 것
은 아닐까?'
노래방까지 끝나고 친구들은 아쉬운듯 돌아갔다.
석훈과 서은은 같이 집을 향해 걸으면서도 말이 없었다.
거리도 조금 떨어진채 걷고 있었다.
그런 그가 한참만에 입을 열었다.
"할아버지가 안좋으셔......난 물론 할아버지와 사이가 좋은 건 아니지
만 신경 쓰여.....그래서 가능하다면 할아버지의 소원대로 손주를 안겨드
려야하지 않을까 싶어....."
"뭐라구요?"
서은은 놀래서 그 자리에 서버렸다.
"강요하는 건 아니야.....아니, 잊어버려......난 원래 효
자하곤 거리가 머니까....내가 말을 잘못 꺼냈어...."
"당신은 날 좋아하지도 않잖아요.....후회하게 될 거예요....."
잠시 석훈이 서은을 쳐다봤다.
깊이를 알 수 없는 그래서 의미도 알 수 없는 눈빛이었다.
"당신 마음도 마찬가지잖아.......사람 마음은 변하기 마련이니까....."
석훈은 먼저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서은은 그 모습을 속상하게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의 사랑을 얻는 것은 왜 이리도 힘이 드는 것일까?
또한 그가 힘들어하고 있다는 걸 왜 몰랐을까?
자신이 아닌 다른 그 어떤 것들로 인해서 힘들더라도 말이다.
서은은 힘을 내어 석훈을 따라잡았다.
그리고는 그가 원한다면 좋다고 할 생각이었다.
"잠깐 내가 잊고 있었나봐. 1년이란 유예기간을 말이야.......
당신의 남자친구도.....그리고 나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말이야......."
서은은 힘이 쫙 빠졌다.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이였어요......"
"이럴땐 서로 의견이 잘 통하는군......."
석훈이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고 뒤에 따라가는 서은의 눈은 촉촉해졌다.
'아, 저 사람을 다시 만나고나서부터 말랐던 눈물이 나는가 보다......'
서은은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렇지 않고서는 나오는 눈물을 도저히 참을 수 없을 것 같아서였다.
누구 때문에 운다는 것이 갑자기 자연스런 자신의 일부가 되어버린듯 했다.
'사랑이란 왜 한순간 세상을 다 얻은듯 하다가
한순간 왜 세상 속에 혼자서만 길 잃은 것처럼
이렇게 막막해지는 것일까?..........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다.
이상하지.......사랑은 아주 막막한 순간에도 차마 포기하지 못하는
아주 묘한 무엇인가가 보다.....'
서은은 눈물을 잘 참아내고 크게 쉼호흡을 하고는 앞서가는 석훈을 쫓아갔다.
힘을 내지 않으면 슬픔만 더 커진다는 걸 조금씩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다른 사람의 사랑이 쉬어보여도 그 안을 들여다보면 세상에 쉬운 사랑
은 없단다.....'
서은은 그 말을 머리속에 되뇌였다......
&&&&&다음회부터 본격적으로 재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자신감이 넘치나요? 잼있게 읽어주세요&&&&&&&&&&&&&&&&&&&&&&&&&&&&&&&&&&&&&&&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