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
강반장과 최형사는 심각한 표정으로 한 보고서를 보고 있었다.
“역시 유전자 검색 결과도 김채연의 어머니일 확률이… 95%이상 이라니… 죽은 창녀는 그녀의 어머니가 틀림 없어요.”
“…”
“이젠… 어쩌죠…”
“만나 봐야지… 그녀를…”
“하지만 어찌 되었든… 그녀가 범인이라는 증거는 하나도 없어요…”
“그렇다면… 함정을 만들어야지…”
“…”
김채연은 서울의 한 호텔의 실내 카페에 도착했다. 그리고 예정대로 강반장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강반장을 보자 그녀는 본능적으로 적의가 고개를 들었다. 지금 김채연과 강반장은 탁자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어쩐일로 절 보자고 하셨죠?”
조금 초조한 기색이 엿보이는 채연과 달리 강반장은 매우 침착하고 여유로워 보였다.
“차부터 주문하죠”
그녀는 이미 옆에 와서 주문을 기다리는 종업원에게 차를 주문했다. 그리고 차가 올 때 까지 두 사람은 별 대화를 하지 않았다. 강반장은 계속 창 밖만 내려다 보고 있었고, 채연도 나서지 않고 침착하게 강반장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죽은 사람들의 공통점을 드디어 찾았습니다.”
뿔쑥 튀어나온 강반장의 이 말에 채연의 찻잔의 진갈색의 액체가 작게 진동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러한 채연의 심리를 강반장은 놓치지 않고 읽고 있었다.
“…그…래요…?”
“…”
“…”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무척 궁금하군요… 저도…”
“전혀 연관이 없었을 것 같은 사람들이 딱 한 사람만 빼고는 모두 연관이 있었어요…”
“딱 한 사람…?”
“네… 어린 소녀죠…”
“그렇다면… 공통점이라고 보기 어려운 것 아닌가요?”
“그래서 일단 그 소녀만은 예외로 하고 퍼즐을 맞춰보았죠?”
“그래서요?”
강반장은 그녀의 눈을 들여다 보며 나지막하며 교활하게 말했다.
“결론부터 말하죠!”
“…”
“범인은 당신입니다.”
그러나 강반장의 이 결정적인 단언에 채연은 전혀 동요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적어도 겉으로는… 그녀는 스스로 과장된 행동을 자제했다. 그녀는 오히려 강반장 보다도 더 냉철하게 행동했다.
“증거는…?”
그녀의 행동에 도리어 당황한 것은 강반장 이었다. 그녀의 행동은 강반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강반장은 첫 공격이 실패하자 어쩔 수 없이 처음부터 이야기를 침착하게 풀어가기로 결심했다. 어차피 간단하게 자신의 죄를 시인할 여자는 아니었다.
“우선… 그 사람들의 공통점…. 그건… 그들이 모두 서로를 잘 알고 있는 친분이 있는 사이였다는 겁니다. 아주 절친한 사이였었다는 거죠?”
“계속 하시죠…”
강반장은 오히려 자신이 심문을 당하고 있는 기분이 들어 불쾌해 지고 있었다.
“살해된 7명은 모두 젊은 시절 한 마을에 살았던 사람들 입니다. 바로 정혁필이 태어나고 자란 마을이죠… 그리고 당신의 고향이기도 하고요.”
“…”
“당신은 어린시절… 정혁필의 바로 옆집에 살았더군요… 그리고 두 사람의 부모님들을 친분이 있던 고등학교 동창들이었어요.”
“그래서요?”
“왜 그러한 사실을 지금껏 비밀로 한 거죠?”
“누가 물어보기나 했나요?”
“…”
이것 역시 강반장의 예상을 빗나간 것이었다.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서 알아보지 못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대답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자신도 사진을 보고 바로 식별하지 못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인 것이었다. 그러나 채연은 스스로 당당하게 호랑이 굴로 호랑이 새끼를 잡으러 들어서고 있었다.
‘젠장’
강반장이 이러한 생각에 잠긴 사이 채연이 불쾌한 얼굴로 반박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이 내 부모님과 친분이 있던 친구들 이었다는 것… 그것만은 인정할 수 없어요. 그럴리가 없어요.”
“…”
“그리고 그들은 내가 아직 어린 시절 대부분 그 마을을 떠났어요. 기억이 가물가물 하다고요.”
“…”
강반장은 잠시 한숨을 돌리고 말을 이었다.
“당신은 정혁필의 정신상태를 어린시절부터 잘 알고 있었어요. 그의 가족과 관계된 일 까지... 전부 다… 그래서 그를 당신의 살인계획에 이용하기로 결심한 겁니다. 아마 그 계기가 된 건… 아버지의 자살이었겠…”
강반장이 퍼즐조각을 짜 맞추는 동안 채연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채연은 지금 환청을듯는 듯 멍해 있었다. 무엇인가 다른 생각에 빠져 있는 듯 보였다.
“…아버지가 자살한 이유는… 어머니의 외도 때문…”
순간, 채연은 정신이 뻔뜩해 졌다.
“이봐요!”
채연은 갑자기 흥분해서 탁자를 내리쳤다.
“내 어머니를 모욕하지 말아!”
“그 마을에 살던 노인들에게서 이미 확인한 겁니다.”
채연은 식어버린 차를 그의 얼굴에 뿌렸다.
“닥쳐…!”
두 사람 사이에는 잠시 침묵이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