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1일 오후 3시경 자녀사칭 보이스피싱으로 인해 지금까지 약 930만원의 피해를 봤습니다. 원래는 3000만원 넘게 피해를 볼 뻔 했지만 바로 대처를 취했기에 그나마 이정도에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뉴스보니 요즘 보이스피싱이 기승이라더라, 누가 저걸 믿어? 믿는 사람이 바보지 등등 당해보기 전에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생각들입니다. 나는 안 당해라고 생각해도 그 피해자가 본인이 아닌 가족이 될 수 있습니다. 너무 뻔하고 단순한 방법이지만 실제로 당했고 여전히 같은 수법으로 당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이 글을 씁니다. 보이스피싱에 한번 당하면 피해를 구제받을 확률은 거의 없습니다. 억울해도 카드결제, 현금인출, 대출 다 당한 본인이 갚아야 합니다. 긴글이 될 것 같지만 꼭 읽어보시고 같은 수법에 당하는 일 없길 바랍니다. 저희가 당한 상황이 알려져 한명이라도 억울한 사람이 줄었으면 좋겠습니다.
우선 저희가 당한 수법과 피해 사실에 대해 간략하게 요약하여 적고 자세한 부분은 뒤에 이어가는 형식으로 쓰겠습니다.
처음엔 자녀를 사칭하여 휴대폰이 고장나 연락을 못받으니 부모의 휴대폰으로 아이폰을 구매하고 싶다는 식으로 문자가 왔습니다. 원격조종 어플을 깔게하고, 개인정보를 요구하고, 휴대폰을 만지면 처음부터 결제를 다시 해야 하니 만지지 말라는 식으로 아무에게도 연락을 못하도록 상황을 유도합니다. 원격조종 당하는 휴대폰은 계속 검색창에 휴대폰 구매를 검색하는척 하고 간간히 대출 문자 내역을 지우며 각종 인증을 하는데 쓰입니다. 이렇게 해서 고작 1시간만에 대기업이 운영하는 모 사이트에서 상품권이 730만원 결제되었고, 이후 보험사와 은행에서 대출 신청 2500만원, 현금서비스 200만원, 대포폰 2개가 개설되었습니다. 상황을 파악한건 그로부터 약 4시간 뒤 자녀가 집에 귀가했기 때문이고 이후 바로 휴대폰 전원을 끄고 카드사와 은행에 따로 전화를 걸어 동결시켰으며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카드사나 112에 신고하면 이후 취할 조치를 알려주니 차근차근 해나가시면 됩니다.
이제부터 자세하게 적겠습니다. 먼저 이름, 휴대전화와 같은 개인정보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결제를 위해 정보를 입력하는 과정에서 4번 가량 실패했는데 이때 위장한 가짜 사이트에 속아 넘어간 것으로 추정됩니다. 오전이 이런 일이 있고 같은날 오후 3시경에 자녀를 사칭하며 연락이 왔습니다. 피해자인 저희 어머니는 평소에 시사에도 밝으시고, 사건이 있기 전에 가족끼리 보이스피싱이 판친다는 대화를 나눈 적도 있습니다. 보이스피싱에 대해 충분히 안다고 생각했기에 당신이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될거라곤 상상도 못했고, 못했기에 되려 사기에 넘어갔다고 생각합니다. 자식이 도움을 요청하는데 마음 안 흔들릴 부모가 어디 있을까요? 막상 연락이 오니 뭐에 홀린듯 개인정보를 주셨다고 합니다. 이성적으로 보면 수법이 빤히 보이지만 심리적으로 그러지 못한 상황을 유도합니다. 정신을 차려보면 이미 당한 후이고 왜 그랬지? 라는 자책이 꼬리를 물기 때문에 금전적인 피해도 그렇지만 심리적인 2차 피해가 보이스피싱의 가장 무서운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찰에 신고한뒤 경찰차를 타고 경찰서에 가는 와중에도 은행과 카드사에 도움을 받아 계속 연락을 하며 빠뜨린 부분이 없는지 체크했습니다(관련 내용은 문자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명의 도용을 신고하고 계좌를 동결시키며 추가로 나타날 수 있는 피해를 최대한 막고 이제 수습에 들어갔습니다.
대출과 현금서비스, 대포폰, 상품권 결제순으로 적겠습니다. 피해가 그나마 천만원 안쪽에서 끝난건 대출을 막았기 때문입니다. 오후 3시에 피싱을 당했고 대출이 신청되었지만 상황을 안 즉시 카드사에 연락해 모든 금융거래를 동결시켰으며 시간이 늦어서인지 미처 돈을 빼가진 못했습니다. 저희는 보험사, 주거래 은행에서 각각 2000, 500씩 대출이 신청되었고 만약 대출 신청이 되었다면 본인 명의 통장에 대출금이 들어오기 때문에 이후 카드, 은행사에서 상황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음날 바로 대출금을 갚아 2500만원의 피해는 면할 수 있었습니다. 소액의 이자는 나왔지만 이자도 이후 보이스피싱을 증빙하는 서류를 보내면 반환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오픈 뱅킹처럼 다른 대출 여부를 확인하시려면 나이스지키미, 계좌통합관리리는 어플과 사이트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일명 현금서비스는 은행에서 제공하는 단기대출서비스로 보이스피싱 현금인출책이 ATM기에서 직접 빼갔습니다. 요즘엔 카드가 없더라도 어플을 깔아 신분증으로 인증을 하면 QR코드로 쉽게 현금 인출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최대 금액이 200만원이라 피해는 이정도에서 그쳤고 현재는 경찰과 함께 cctv 분석중에 있습니다.
대포폰은 엠세이퍼라는 사이트에서만 확인이 가능합니다. 전화상으로 확인이 불가능하고 확인시에 공동인증서가 필요하니 은행에서 기존 인증서는 폐기하고 새로 발급받으시길 바랍니다. 저희는 통신 3사 중 이용중인 통신사를 제외한 나머지 두 곳에서 명의도용 알뜰폰 개설이 확인되었습니다. 이용중인 통신사에 연락해서 또 다른 휴대폰이 개설됐는지 여부는 다 알 수 없으니 번거로우시더라도 직접 엠세이퍼 사이트에서 확인하셔야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습니다. 대포폰은 또 다른 범죄에 사용되고 최악의 경우 그 범죄에 동조한걸로 상황이 흘러갈 수 있으니 꼭 확인하시고 명의도용 사실을 알려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피해가 가장 크고, 가장 할 말이 많은 상품권 결제입니다. 상품권은 피싱범이 피해자의 카드로 상품권을 직접 구매하거나 혹은 구매를 유도한뒤 사용해버리면 추적이 어렵기 때문에 가장 통상적으로 쓰이는 방법인듯 합니다. 실제로 관련 피해사례는 인터넷에 검색만해도 차고 넘치지만 피해를 구제받은 사례는 한 건도 보지 못했습니다. 저희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모 온라인쇼핑몰에서(이후 '중간상') 고작 1시간 만에 730만원이 결제되었습니다. 노출된 카드 외에도 같은 은행의 내일 배움 카드까지 해서 총 2개의 체크카드에서 결제됐습니다. 상품권은 계정당 일일 한도가 80만원이라 여러 계정을 사용하여 결제를 하였고 이때문에 피해 사실 파악이 늦고 관련 정보를 받아보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저희는 피싱을 당하고 4시간 후에 중간상 고객센터에 상황을 알리며 아직 사용 안된 상품권이 있다면 환불받고 싶다고 연락했습니다. 여기서 아쉬운 부분은 앞서 말한 한도 80만원 때문에 여러 계정이 도용되어 중간상 측에선 정확한 피해규모를 확인 못했고, 마냥 이미 다 사용되었다고 말한 점입니다. 다음날 다시 전화를 걸어 확인했을 땐 상품권의 사용일이 다음날이라고 들었기 때문에 피해를 줄일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합니다. 그 중간상은 경찰에 상품권 결제를 말하자 마자 아 그 업체? 라고 나올정도로 범죄의 온상으로 악용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피싱 1시간 만에 730만원이 여러 계정을 통해 그 중간상에서 결제되었다는 그 자체가 이를 뒷받침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대응 메뉴얼 하나 없이 마냥 기다리라고 하는건 피해를 키우고, 정말 애꿎은 상담원만 잡는 꼴이라 애석할 따름입니다.
어쨌든 이렇게 730만원은 이미 다 날린셈 치고 경찰측에서 알아보라는 상품권 핀번호와 상품권이 사용된 시간, 사용처에 대한 정보를 요청했습니다. 그렇게 이틀동안 씨름하는 과정은 촌각을 다투는 문제에서 상품권 판매처의 연락처는 개인정보라 알려줄 수 없다, 비록 그쪽이 연락을 안 받지만 우리가 연락할테니 기다려라 입니다. 그리고 이틀 동안 씨름의 결과는 판매처가 답을 안주니 어쩔 수 없다, 타인의 계정이 사용되었으니 알아도 알려줄 수 없다, 경찰의 협조 공문을 받아와라 였습니다. 이럴꺼면 처음부터 경찰의 협조 공문을 달라고 요구하던가 애초에 경찰이 물어보라 한거기 때문에 저희 입장에선 황당할 뿐이었습니다. 시간은 흐를때로 흐르고 이제 관련 사항은 경찰을 통해 들으라는걸로 일단락되었습니다.
보이스피싱을 당하고 수습을 하면서 내내 든 생각은 요즘 코로나로 인해 경제적으로도 힘든데 보이스피싱까지 당하면 극단적인 선택으로 까지 이어질 수 있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도 피해는 계속 되풀이 되고 있으며 인터넷에 검색만 해봐도 똑같은 수법으로 피해자가 끝없이 양산되고 있다는걸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심리적으로 당할수 밖에 없이 상황을 유도하는 조직적인 보이스피싱 단체, 피해규모를 줄일 수 있음에도 절차에 가로막혀 마냥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우리나라 보이스피싱의 현주소입니다. 경찰에 신고하더라도 보통 범죄단체가 중국에 있어 잡기 힘들다고 합니다. 예방이 최우선이며 더이상의 피해가 없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