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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이혼은 물음표가 없다.

쓰니 |2022.01.08 00:27
조회 12,638 |추천 85
이혼해야할까요? 이혼 해야겠죠? 라는 글들에
아.. 참 이혼하고 싶겠다.. 라는 생각도 들고 공감도 됐다.

어린 애 둘 데리고 이혼한 지금 내 상황에서 다시 읽어보니
진짜 이혼은 물음표가 없는 것 같다.

보여지는 모습이 지독하게 다정했던 사람.
너무나도 가정에 충실하고 따뜻했던 사람.
그리고 끔찍하게 감정적 이던 사람.

둘째 임신때부터 돌변하기 시작하더니
감정에 분위기에 유혹에 술에 휩쓸려 날 참 아프게 했다.
취해 차 안에 있는 놈 잡으러 가서 차문 열려고 하자
만삭의 와이프를 매달고 달려버린 너.
출산 수술대 위에서 제발 눈을 뜨지 말았으면 했다만..
그 몇번의 마취약도 들지않아 둘째가 태어난 모든 순간을
내 눈으로 직접 보았고 난 그때
아이들을 내 한목숨 걸어 지킬거라 다짐했다.

술에 취해 이유없이 애 들 앞에서 맞은 다음 날이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싹싹 빌고 몇날 몇일을 잘해주고
잊을 때 쯤 이면 다시 손을 들고
그럴때면 애들 부터 지키겠다는 마음에
애들을 부둥켜 안고 아픈소리 한번 내지 못했다.

온 몸이 터져라 두들겨 맞고 처음 친정에 간 날,
부모님께 부탁드렸다. 한번의 기회를 주자고.
엄마아빠 너무 속상하겠지만 마지막 기회를 주려 한다고.

그리고 정확히 2달 완벽하게 술을 끊더니
다시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퍼붓고 또 지옥이 시작됐다.

말이트인 애가 아빠를 밀치며
아빠 제발 하지마요 오열을 하던 순간
그 순간에도 집에서 나가지 못했다.

그 다음날 아침 아빠 품에 안기는 모습에
아이들이 어려서 나만 괜찮으면
다음 날이면 다 괜찮아지는 줄 알았고
차마 짐을 싸서 나올 용기조차 나지 않았다.
나만 참으면 이 가정을 지킬 수 있을 것 같았다.

화를 풀지 않는다는 이유로 3일 내내 술에 쩔어
방안에서 소리지르는 아빠를 두고
거실에서 누워있던 애가 내 귀를 막아줬다.
아빠 괴물이야 내가 지켜줄게.

그 길로 뛰쳐나왔다.
내가 돈이 있던없던 능력이 있던없던
내 가정을 지키기 위해 애쓸게 아니라
내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애써야 했다.

그렇게 나와 산지가 한참인데
단 한번을 아빠를 찾지않고 물어봐도 싫다고 하더니
몇일 전 마주친 아빠를 보며 한참을 얼굴을 비비고
뽀뽀하며 보고싶었다는 아이를 보며
단 1%의 미안함도, 뛰쳐나옴에 대한 후회도 들지 않았다.

이 아이에게 아빠의 좋은 모습만 남겨주고 싶다.
상처는 내가 받을테니 아빠와는 늘 즐거운 기억만 남길 바란다.

커버린 후 기억이 없을 첫째와
지금 핏덩이 같은 둘째가
시간이 흘러 왜 이혼 했는지 묻는 날이 올 때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도 사실 모르겠다.

주변에서 이혼사유를 묻는데
대답하기 조차 부끄러운 지금 상황이 너무 싫다.

세상에 소리질러 내가 너무 피해자라고 외치고 싶은데
도리어 자식도 뺏고 돈 욕심까지 부린다는 그 사람의
피해자 코스프레에 숨이 턱 하고 막힌다.

가정 폭력에 온갖 증거가 흘러넘치는데도
소송을 하면 길어진다는 이야기에 협의이혼을 선택했다.

결혼 생활하며 얻은 정신병에 약 없이는
일상적인 생활도 힘들지만
자식들을 위해 천천히 약도 끊으며 악착같이 살아보려 한다.

그냥 멋진 엄마가 되고싶다.
자랑스럽고 남은거라곤 사랑밖에 없는 엄마가 되고 싶다.

후에 애들에게 지금 내 선택을 이해받을 마음도,
당시의 내 처지를 설득시킬 마음도 없다.
그저 엄마가 있어서 행복해. 라고 해줬으면 좋겠다.

엄마만 있어서 미안해. 세상에서 가장 멋진 너희 둘만의 엄마가 될게. 사랑해 내 전부들. 엄마가 미안해.
추천수85
반대수9
베플ㅇㅇ|2022.01.08 22:05
첫째가 기억 못할거 같죠? 다 기억해요. 난 아직도 엄마 팔뚝, 눈두덩이 멍을 기억해요. 우리엄마는 이혼하지 않았고 내가 타겟이 되었죠. 그래서 부모를 용서하지 못합니다. 그 결정 정말 잘하신거에요
베플ㅇㅇ|2022.01.08 00:35
건강관리 잘하세요. 쓰니같은 이혼경험한 분들 갑자기 큰병진단받고 고생하는 경우 꽤 봤습니다. 애들도 애들이지만 내가 건강히 살아야 애들도 돌봐요.
베플ㅇㅇ|2022.01.08 21:01
아들한테 굳이 좋은 아빠로 남겨줄 필요 없어요. 사춘기가 되어서 엄마랑 부딛치니까 아빠한테 간다고 난리쳐서 마음에 상처받은 사람이 주변에 있어요. 고생고생 해서 남부럽지 않게 먹이고 입히고 해줬는데, 엄마랑은 맨날 지내니까 소중함을 모르고 아빠는 가끔 만나고 볼때마다 용돈주고 하니까 아빠를 더 좋아함. 그집 애엄마가 애들이 뭔 죄냐고, 남편 잘못한거 애들한테 입뻥긋도 안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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