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8살 유부녀 입니다.
20년도 가을에 결혼했는데 벌써 두 해나 지났네요.
요즘들어, 아니 전부터 천천히 든 생각이지만 진지하게 이혼이 하고싶은데 너무 안좋은 이야기들이라 가족이나 친구들한테 털어놓기도 어렵고 해서 글을 남깁니다.
제 생각이 아직 어리고 많이 이기적인지 친동생이다 생각하시고 조언 부탁 드립니다.
이혼이 하고싶은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감정적인 남편의 태도 입니다.사람은 누구나 감정적이지만 (물론 저도요) 제가 옆에서 너무 힘이 들 정도로 감정적입니다.저보다 5살이 많아서 어느정도 기댈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정반대네요 ㅋㅋ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잊지 못할 일들을 적어볼게요.
(1) 제가 결혼을 일찍해서 (결혼이야기 나왔을 때가 입사해서 이제 막 수습뗀 상황) 모아놓은 돈이 없었습니다. 입사 후 1년도 지나지않아 결혼준비를 시작해서 벌면 다 스드메 등 결혼준비 하는데에 사용했어요.제가 산 청소기가 그냥 10만원대에 가성비 좋다는 청소기 였습니다.크리스마스날 트리를 만드는데 트리에서 나오는 가루가 바닥에 떨어지자 청소기로 빨아들이는데 잘 안된다면서 갑자기 가만히 있던 저에게 너는 뭘 이딴걸 사왔냐고 화를 내더라구요.항상 뭐가 잘 안되거나 안좋은 상황이 생기면 이유를 찾습니다. 이런식으로 본인 아닌 다른것에서요..그리고 그 탓을 합니다.
(2) 제가 자궁 쪽이 안좋아서 수술을 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환자 옆을 지킬 수 있는 인원은 1명이었고 남편이 가주겠다고 해서 이틀밤을 옆에서 지켜주었어요.입원실에서 3명이 같이 생활하다 보니 새벽에 간호사 선생님들이 들락날락 하며 검사나 주사를 놔주시거나 하시더라구요.그것때문에 잠을 못자겠다며 짜증을내고 성질내며 피곤하다고 하는데 환자인 제가 눈치를 보며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너무 서러웠어요..그럴거면 차라리 먼저 온다고 하지나 말지. 연차 쓰고 와서 필요한거 챙겨주고 머리도 감겨주고 한건 정말 고맙지만 아파서 수술하고 누워있는 사람한테 할 소린가 솔직히 정이 떨어졌습니다.
(3)남편은 국가직공무원(소방,경찰,교정직렬) 입니다. 아무래도 공무원 중에 나이드신 분들이 좀 권위적이고 일도 잘 안하려고 하면서 부하직원들에게 시키기만 하니까 그런 것들이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나봐요. 이런 대우 받으며 200만원 중반정도의 월급을 받으며 생활하고 원하지 않는 일을 하니 힘들다며 스스로 우울감이 들고 감정조절이 안되는 것 같아 제가 병원의 도움을 받아 볼 것을 권유했습니다.병원에 갔더니 의사선생님께서 남편과 상담을 한 후 남편이 지금 심각한 상태라고 약을 지어주셨습니다.남편이 내 생각보다도 더 많이 힘들었구나 싶어 어르고 달래고 잘 받아주는 편입니다. 근데 이게 한도끝도 없네요. 매일이 제가 감정 쓰레기통이 되는 기분입니다.회사에서 누군가가 일을 안하고 시키기만 하거나 안좋은일이 있으면 쌍욕은 기본입니다.이야기할때 저한테 하는건 아니지만 욕을 섞어서 하기도하고 끝없이 부정적 입니다.회사에 누구를 찔러 죽이고 싶다느니, 이러곤 살기 싫다느니, 회사 밥이 너무 맛이 없어서 다니기 싫다, 음식물 쓰레기 같은 밥만 주는 이딴 회사를 다녀야 하나, 출퇴근할때 운전하는게 너무 힘들고 스트레스다, 고인물들이 너무 많다 등등.. 알고 있습니다. 공무원이 겉만 번지르르 하지 실제로 다니면 크게 좋지 않다는 것도 알아요. 특히나 본인이 자기계발을 하며 자아실현을 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다는것두요. 성과위주가 아니기 때문에 도태되어있는 기분이 들 것 같습니다. 근데 저도 한두번이지 받아주기가 너무 힘듭니다. 어느정도는 스스로 감정을 가라앉히고 오늘 이런 저런 일이 있었는데 그래서 힘들었다 이런식이면 매일이고 들어줄 수 있을거같은데 말이예요..
(4)회사생활에 환멸을 느끼는 남편은 지금 진심으로 열심히 하는 주식을 업으로 삼고 싶어 합니다. 이 부분은 저도 믿고 응원해줍니다.제가 지금 퇴사하고 공무원 준비중입니다. (내년 3월 시험까지 생각중이예요..) 그래서 합격하면 바로 남편 휴직하게 도와준다고 약속 했습니다. 허튼 곳에 함부로 돈을 쓸 성격이 못된다는것도 잘 알고, 그냥 뇌동매매를 하거나 재미로 하는게 아니라 정말 열심히해요. 주말에도 공부하고 퇴근하고 와서 밤늦게까지 공부합니다. 이런 부분은 참 배울점이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요. 열정적입니다.그리고 저를 믿고 외벌이 생활을 하며 도와주는 것에 고마운 마음이라 저도 남편이 원하는건 할 수 있게 최대한 도와주고싶어요.그런데 회사에서 힘들때마다 일정부분 제 탓을 합니다. 그리고 저에게 알게모르게 짜증을 냅니다.저 때문에 그만두지 못하는거라면서요..혼자였으면 모아둔 돈도 있었겠다 1-2년이라도 휴직 할 수 있잖아요. 그러니 안좋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그 생각의 끝은 바로 일 안하고 공부하는 저 인거겠죠.심할땐 저보고 나가서 돈 벌어오라고 한 적도 두세번정도 있네요.어느정도 이런것들을 친정 부모님께서 알아서 그런지 큰돈은 아니지만 저 독서실 다니고 책 사라며 매달 20만원씩 보내주십니다.이런 말들을 자주 들으면 자존감이 너무 낮아집니다. 제 처지를 생각하면 비참하기도 합니다. 나 아직 20대고 어딜가든 항상 밝고 가진건 없어도 긍정적이었던 내가 왜 이렇게 되었나 싶기도 하고.. 그래서 놔주고싶다는 말도 여러번 했습니다. 나랑 이혼하고 오빠 하고싶은 주식 하라고, 그럼 돈 들어갈데도 없고 회사도 안다녀도 되지 않느냐 했더니 그때는 또 그렇게 너랑 이혼하고 돈벌면 뭐하냐 다 너랑 잘 살려고 하는건데 라고 합니다. 저는 그렇게 번 돈 필요 없습니다. 돈 많은거 좋죠.. 그런데 그렇게 눈치보고 상처받고 번 돈이 뭐가 소중한가요.차라리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이혼하고 부모님집에 들어가서 죄송하지만 1년 길면 2년 정도 지원 받으며 오로지 공부만 하고 싶습니다.저도 나가서 사람만나는거 좋아하고 일하는거 좋아하고, 스트레스를 받을거면 회사에서 일을 하며 받는게 더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열심히 일하고 돈 벌고 싶어요.
(5)시어머니가 출근길에 남편에게 전화를 해서 건강검진 받은 결과를 이야기 하셨나봐요. 남편에게 출근 잘했냐고 전화를 했는데 목소리가 다 죽어가길래 운전하면서 무슨 일 있었느냐 (평소 출근길 매너없는 화물차나 난폭운전자들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하고, 열을 많이 냅니다.) 하니 엄마가 산부인과랑 안과에가서 검진을 받았는데 백내장 초기증상에 관절이 60대 수준이고, 자궁에 근종? 이 있다더라 하면서 나 우리엄마 영양제 사줄거야. 하며 반협박식으로 성질을 내더라구요.결혼 전에는 2-30만원 하는 혈압약도 주기적으로 사 드리고 건강식품이라는건 다 챙겨드렸는데 결혼하고 더군다나 외벌이가 되니 사주지 못하는 이런 현실이 짜증이 났나봐요. 제가 그래서 그래 사드려~ 하며 근종은 수술해야한대? 몇센치래? 이런 간단한 질문들을 했고 작아서 수술은 안해도 된다는 대답을 들었습니다.자꾸 심란하다 어쩐다 하면서 죽상이길래 제가 남편에게 오빠 우리도 내일 건강검진 (실제로 그 다음날 저희 부부 종합검진날 예약을 해놨었어요.) 받으면 젊은데도 이곳저곳에서 병명이 나올거야~ 너무 걱정하지마~했더니 그때부터 노발대발 젊은사람이랑 나이드신분이랑 같냐는둥, 너는 엄마가 아프다는데 이것저것 질문도 없고 관심도 없다는둥 (시어머니 50대 후반입니다.) 하면서 화를 내더라구요.그래서 제가 아니 오빠..큰건 아니니까 그렇게 걱정하지 말라는 의미였던거고, 그렇게 따지면 우리엄마 한달 전 쯤 자궁절제 수술 했는데 연락 한통 하다못해 괜찮으시냐는 카톡 한통 한적 있어? 라고 했더니감정 주체를 못하고 니네 엄마는 어쩌구 저쩌구 하더라구요.그 때 정내미가 다 떨어져서 더 이상은 못살겠다고 어머님 잘 챙기고 하고싶은거 다 해드리면서 살으라고 내가 나가겠다고 하고 친정집으로 짐 싸들고 간 적이 있습니다.어머님 50대 후반인데 관절 나이가 60대면 괜찮으신거 아닌가요? 하..
(6) 효자 였던(?) 남편의 지난 행동들이 아직도 생각하면 밉네요. 지금은 너무 많은 일들을 겪으며 제가 힘들어하니 나아졌는데 그래도 문득 생각이 납니다.예를 들면, 신혼여행가서 주변사람들 드릴 기념품을 사는데 '우리엄마는 혈압높으니까 새싹보리''우리엄마는 밤에 이런 과일주로 반주하는거 좋아해'이런식으로 기념품 사다가 아차 싶었는지 마지막에 계산 전에 눈 앞에 보이는 과일청을 집고 저희 부모님 드린다네요.저희 친정엄마가 신혼여행 잘 다녀오라고 50만원 주고, 저희 외할머니도 잘 놀다오라고 50만원 주시고 했는데 작은거 챙기기는 커녕 시어머니 생각만 하나봐요.물론 저는 어디 갈때마다 양쪽 부모님들 선물 다 똑같이 샀습니다. (7)바로 윗 이야기랑 겹치는 효자 썰입니다. 신행 다녀와서 저희 부모님이 이바지로 한우+과일+정종 이렇게 드렸습니다. 제가 남편에게 우리 부모님이 이바지 간단하게 하실건가봐 했더니 시어머님에게 말씀 드렸나봐요.시어머니도 답바지를 미리 준비 해 주셨더라구요. 한우+보리굴비+정종 이렇게요.엄밀히 계산(?) 해보자면 과일보다는 보리굴비가 세배 이상은 비싸죠.남편 핸드폰 보다가 시어머니랑 주고받은 카톡을 봤는데
시어머니 : 답바지 하느라 돈 많이썼다. 50만원이나 썼어남편 : 근데 우리집이 더 많이 쓴거같아시어머니 : 우리아들 잘 봐달라고 엄마가 한거야
이런식이었는데 뭐 시어머니가 어떻게 말씀 하시든간에 상관없지만 남편이 저렇게 계산적으로 생각하고 있었구나..싶어서 실망스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무튼 저 때도 정이 많이 떨어졌었네요..
잊혀지지 않고 생각나는건 이정도입니다.
남편이 잘하는것도 많아요.멀쩡할때는 사랑도 무한정 주고, 물심양면 도와줄때도 많습니다.순수하고 속은 착한 사람이라는것도 알아요.이런 이야기들을 결혼 초 주변 몇몇 사람들에게 털어놓았는데 아무도 안믿을 정도로요.하지만 화가 나고 힘든 상황에 놓였을 때 감정조절을 못하고 부정적인게 저에겐 너무 큰 단점입니다.화도내고 어르고 달래보기도 했고, 집도 나가니 본인 딴에는 노력은 하는 것 같지만 옆에서 힘이 드네요..그래서 차라리 애 없을때 갈라서야 하는건가? 싶은 반면에 내가 너무 예민한가, 이기적인가 생각도 듭니다.돈도 못벌면서 너무 많은걸 원하는건가 싶어요.
인신공격은 자제해주시고 현실적인 조언 부탁드립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익명으로 털어놓으니 좀 한결 낫네요.
저는 다시 이런 잡념은 내려두고 열공하러 가보겠습니다~!!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