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이 화력이 가장 세다고 하여 글 남겨봅니다. 양해부탁드려요.
저는 부모님에 대한 원망과 증오가 심각한 수준으로 큽니다. 제가 배은망덕하고 불효막심한건지 아니면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게 정상인지 조언을 구해보고자 글 씁니다.
저는 이번에 졸업하고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20대 중반 여자입니다. 고등학교때부터 대학생때까지 아버지는 도박에 빠져 몇억의 빚을 내고 정신적으로 가족들을 힘들게했습니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저에게 엄마가 의지를 많이 하셨습니다. 집안의 경제상황과 아빠에 대한 분노를 저에게 다 털어놓으셨고 저는 오롯이 엄마의 감정쓰레기통이였습니다. 아빠의 유서를 읽어야 했고, 가출한 아빠를 경찰에 신고해야했고, 아빠에 대한 엄마의 감정을 다 들어줘야했으며 집안의 경제상황이나 아빠의 개인회생 과정 등도 모두 알아야했습니다. 고등학생인 제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지만 아빠의 도박에 저도 책임이 있었습니다. 셋이 똘똘 뭉쳐서 이겨내야한다, 아빠가 도박을 끊게 내가 행동해야한다, 아빠를 용서해야한다 등 그 당시엔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지만 짊어지지 않아도 될 것들을 어린 나이에 짊어졌던 것 같습니다.
그 와중에 동생은 감당하지 못할 거라고 동생에겐 비밀로 하고 지켜주던 엄마도 참 원망스럽습니다. 계속해서 터지는 도박사건과 빚에 이혼하겠다며 모든 걸 털어놓더니 결국 이혼은 못하겠다고 자기팔자 자기가 꼰 엄마모습도 증오스럽습니다.
가정분위기는 당연히 좋지 않았고 아빠가 좀 감정적이시고 다혈질이신데 혼잣말로 쌍욕을 하거나 물건을 부수듯 큰소리로 다루는 모습에 작은 소리에도 깜짝놀라고 불안한 마음이 커져갔습니다. 살얼음판같은 환경에 스트레스와 불안이 심해졌던 것 같습니다. 반복되는 자해행위에 정신과 상담을 일년 반 정도 받으면서 집에서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엄마는 그 때 저에게 했던 행동들을 후회하십니다. 사과도 여러번하셨어요. 어머니가 자영업을 하시는데 적지 않은 돈을 버십니다. 그걸로 거의 십년동안 빚을 열심히 갚으셨고(아버지 월급도 포함입니다) 제 생활비와 학비 그리고 공부 비용까지 정말 남부럽지 않게 지원해주셨습니다. 저에게 실수도 많이하고 상처도 많이 주었지만 두 분 다 저를 사랑으로 키우려 많이 노력하신 걸 알고있습니다. 저와 동생을 키우기 위해 열심히 일하셨고, 많은 경제적 지원을 해주셨으며, 갖고싶은 거 먹고싶은 거 다 해주셨습니다. 서툴지만 사랑 표현도 종종 하시고 저를 많이 사랑하고 아끼는 걸 잘 압니다. 아빠도 평소엔 저를 애칭으로 부르며 저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십니다.
경제적으로 지원을 이렇게나 해주시는데 그리고 어쨌든 부모님인데 그거라도 감사해야한다는 압박이 계속 듭니다. 부모라고 완벽할 순 없는거고 감사한 부분도 많으니 그거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살아야한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실수를 하셨을 뿐 나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해주는 부모님인데 상처받은 마음을 모두 용서하고 받은 것만 생각하며 감사히 살아야하나 싶습니다.
근데 또 집에만 오면 아빠가 욕을 하진 않을까 큰 소리가 나진 않을까 하는 두려움과 당시 생긴 엄마아빠에 대한 뿌리깊은 증오 때문인지 집에 있는 매 시간이 불안하고 불편하고 힘듭니다. 가만히 있다가도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분노와 증오의 감정, 그리고 부모님에게 이런 감정을 가진다는 죄책감이 절 너무 힘들게 합니다. 제가 너무 이기적이고 은혜를 모르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