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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100일 앞두고 삶의 낙이 없다는 남편..

쓰니 |2022.01.22 23:51
조회 6,273 |추천 3
안녕하세요. 혼자 일기를 썼는데도 답답해서 잠 못 이루고 있네요. 저도 잘한것만 있는 것 같지는 않아서 제가 잘못한 부분이 있으면 따끔하게 꼬집어 주시고, 이 결혼생활에 회의가 드는 제 마음이 정상인건지 한번 읽어주세요.
글이 많이 길어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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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단은 라면이었다.
유통기한 3개월 지난 라면.
나는 아이를 보고, 남편이 라면을 끓였다.
배가 많이 고팠던터라 기분좋게 라면을 먹으려는데 라면에서 좋지 않은 냄새가 났다.
누가 먹어도 다 느낄만큼 유통기한 지난 기름 쩐내의 냄새가.
남편한테 라면 이거 유통기한 확인해봤냐고 냄새가 난다고 하자 갑자기 버럭했다.
"아 그냥 좀 먹어! 유통기한 안지났어 무슨 냄새가 난다고 그래!"
다시 먹으려는데 아무래도 냄새가 심해서 라면봉지를 확인해봤다. 3개월이나 지났다...
남편은 항상 이런식이다. 결국은 확인해보면 들킬 사실을 순간 모면하려고 당당하게 둘러댄다. 너무 이상해서 확인해보면 결국 남편말이 틀린 경우가 많다. 처음엔 왜 모르면서 우기냐고 웃고 넘겼지만 이젠 솔직히 사람이 좀 이상해보인다.

"자기야.. 유통기한 지났잖아.."
"아 그래? 먹지마 그럼"
간단하네. 사람 예민한 사람으로 몰아가더니 유통기한 지났다는걸 확인하니 먹지말라는 한마디로 끝난다.

그동안 쌓여온 이런식의 반복되는 일련의 상황에 좋지 않은 기분을 꾹 누르고 남편한테 말했다.
"자기야 보통은 라면에서 냄새가 난다고 하면 아 그래? 유통기한 확인해볼게. 이러지 않아?"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남편이 말을 끊고 말한다.
"이렇게 자꾸 냄새난다 그래서 뭐 먹을때마다 내가 얼마나 스트레스 받는지 알아? 그냥 먹으면 되지 왜 자꾸 냄새난다는거야"

곰곰이 생각해봤다. 내가 음식 먹을때마다 냄새난다고 하는 이상한 사람인가??
절대 아니다. 지금까지 남편이랑 식사를 해도 수백번은 같이 했을텐데 과연 내가 정말 그랬을까.
오늘처럼 음식이 상해서 냄새난다고 할 때
말고는 그런적이 없다. 왜냐면 정말 음식이 상했으니까.
남편은 본인도 인정하고 어머님도 인정하셨다.
음식 버리는걸 죽도록 싫어하고 조금 상한 음식을 보면 괜찮아~ 하면서 그냥 먹는다.
나는 나대로 결혼하고서 그게 스트레스였다. 저 사람은 왜 상한 음식을 먹을까.. 건강 생각은 안하나?

남편이 자취할때 쓰던 고춧가루를 신혼집에 가져왔다. 양이 많이 남지 않았다.
어쨌든 요리할때 그 고춧가루를 썼는데 요리에서 이상한 맛이 나는거다. 그 고춧가루를 확인해보니 오래된 식재료에서 나는 쿰쿰하고 이상한 기름쩐내가 났다. 난 고춧가루에서도 그런 냄새가 날수 있는지 처음 알았다.
남편한테 아무래도 고춧가루가 오래되서 변질된것 같다고 새로 사야겠다고 하자 정색하더라.
"난 괜찮은데? 무슨 고춧가루가 변질이 돼~ 말이 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
남편은 비염이다.
모를수도 있겠다 싶었다.
결국 마트에서 새 고춧가루를 사긴했지만 그게 못마땅했는지 아직까지도 두고두고 이야기한다.
짠돌이라 마트가서도 식재료를 고를때 성분보다는 가장 저렴한 제품을 고르는 사람인데, 그 비싼 고춧가루라니, 오죽했겠는가.
얼마전 어머님이 오셨을때도 고춧가루 얘기를 하더니 오늘도 또 얘기하더라.

내가 도대체 언제 매번 냄새가 난다고 했냐.. 물어보니 저 얘기를 하더라.
"지난번에 고춧가루에서도 냄새난다 그러고, 어제도 피자에서 냄새난다 그러고, 지난번에 피자 먹을때 가짜치즈같다고 그러고!"

그럼 총 진짜 넉넉잡아도 10번인거네. 그게 저렇게 유통기한 지난 라면에서 냄새난다고 했다고 그냥 안먹었다고 길길이 날뛸일인가. 황당하다.

일단 어제 먹은 피자는 진짜 좋지 못한 기름 쩐내가 났고, 먹다보니 맛있네~ 하며 같이 맛있게 먹었다. 나는 상하지 않은 이상 음식을 가리지 않는다.
가짜치즈 같다고 한건 임신중에 입덧기운이 아직 남아있고 소화도 잘 안될때 어떤 피자가 유독 치즈가 고무처럼 질기고 소화가 안되서 밤에 고생하다가 다음날 말한건데 그게 두고두고 마음에 들지 않았나보다.

나를 음식에 까탈스럽고 예민한 사람으로 몰아가는데 넘 웃기다. 안가리고 잘 먹는 사람인데.
본인이 비염이라 상한 음식이나 식재료에 좀 둔감하고 오래된 음식이라도 버리는걸 아까워하는 사람이라.. 남편 눈엔 음식에서 냄새난다고 하는 내가 이상해보였나보다.

그런데 음식에서 끝나면 될걸 갑자기 남편이 급발진하며 엉뚱한 소리를 한다.
"요즘 내가 낙이 없어! 돈버는 기계같아! 애도 새벽 4시부터 보고! 회사끝나고 집오면 애보고 또 회사가고 애보고! "

아... 뭐랄까.. 그냥 듣는 내내 황당해서 헛웃음이 나왔다.
이게 출산한지 오늘로 98일된 산후조리 잘못해서 산후풍땜에 온 몸이 관절통으로 시달리며, 낯선 타지에 남편하나보고와서 지인도 없이 하루종일 애랑 둘만 지내서 우울증 올것 같은 와이프에게 할 소리인가?
낙이 없다라... 여유롭네. 삶의 낙을 찾다니.
나는 그러면 애만 케어할것이 아니라 저 사람의 낙이 없는 요즘의 나날들까지 케어해줘야 한단 말인가.
보통 남편은 7시반쯤 퇴근해서 9, 10시에 잠들어 4시에 일어나서 애기를 봐주는데 그것조차 남편이 돈버는 기계가 된 것 같다고 버거워하니 앞으로는 낮뿐만 아니라 새벽에도 내가 봐야할까.
보통은 밤에 아기가 잠들기까지 인내가 필요하고 시간이 오래걸려서 내가 재우는 편인데(남편은 지루한 행위를 오래 못한다.)
요 근래 몇번 남편이 재우려고 시도했다. 어제는 아이가 안자고 울자 그 어린 아이에게 "아 씨!" 하고 화를 내더라. 며칠전에도 그래서 내가 속으로 당황하고 놀랐는데 또 그러더라.
너무 막돼먹은 사람같고 실망스러웠다. 아기가 쉽게 잠 못드는게 당연하지 본인 잠 못잔다고 씨.. 소리가 나올일인가. 심지어 그때 시간 10시였다.
새벽도 아니고 10시!

돈버는 기계라... 하..
출산하고 온 몸이 아픈데 조리원에서 마사지 무료 말고는 못받았다. 왜? 비싸서.
집에 와서도 출장 마사지 못 받았다. 돈 아끼려고.
남들 받는다는 출산선물이나 용돈은 당연히 없다.
내가 막 집에서 놀면서 남편이 벌어온 돈 펑펑 쓰는 사람이면 뜨끔하겠다. 하지만 나는 얼마전에 짜장면이 너무 먹고 싶은데 돈 아낀다고 망설이자, 남편이 그럼 짜파게티 끓여주겠다고 해서 그거 먹고 만족한 사람이다.
이렇게 돈 한푼 쓸때 고민하고 아가씨때보다 터무니없이 마음대로 먹지 못하고 쓰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는 나한테 뭐? 돈버는 기계가 된 것 같다고?
너무 기가 막힌다.....
저 사람은 결혼을 해서는 안되는 사람이었다. 본인의 가정을 일구고 아이를 낳고.. 불과 아이 100일을 앞두고도 저런 소리를 하는데 앞으로는 살면서 어떨까?
너무 화가 나서 나도 정제되지 않은 언어가 나왔다.
"그럼 나는 낙이 있어..?"
"누가 들으면 월 천은 버는줄 알겠네!"
"자기는 결혼할 준비가 안된 사람인데.. 내가 미쳤지! 인성하나 보고 결혼했는데 자기애 안잔다고 이씨 거리고.. 인성 개쓰레기네!"
"결혼하고 살도 돼지같이 뒤룩뒤룩 관리도 안하고!"

나조차도 놀랐다. 나도 그동안 쌓인게 많았나보다.
얼마전엔 설선물로 남편회사에서 떡국떡이 나왔다. 남편은 그걸 나한테 사진으로 보냈고 나는 잘됐네 마침 집에 한우국거리 있으니까 떡국 끓여먹자 라고 답했다.

하지만 며칠 후 회사에 있는 남편에게서 전화가 와서 "떡국떡 동생네 보낸다? 어차피 먹지도 않을거 엄마랑 거기 사돈어르신이랑 나눠 가지라 하게." 라고 하는거다.
순간 묘하게 기분이 상하는 내가 쫌생이같고 내 기분이 왜 이러지 싶었다. 일단 기분이 이상한 나 스스로에게 실망하며 알았다고 그러라고 하며 전화를 끊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깟 떡국떡이 아쉬운게 아니라 남편의 마음 씀이 서운했던 거였다.
혼자 밥도 제대로 못먹고 애보는 와이프가 신나서 그걸로 떡국 끓여먹자고 한걸 대수롭지 않게 그냥 넘긴것. 그리고 우리 엄마아빠는 안챙기면서 동서네 부모님은 생각한 것. 이 두가지로 서운함이 크게 다가왔다. 물론 그깟 떡국떡이야 얼마하지도 않을뿐더러 사 먹으면 그만이지만 그 사람의 마음 씀씀이가 서운했다.
내가 느낀 이런식의 서운함이 나도 모르게 많이 쌓였나보다. 지저분한 생활습관에 대한 불만도 쌓이고.

어디 앉으면 무좀 걸린 발을 수시로 만지거나 각질을 뜯어 바닥에 버리는 것, 진짜 거의 매번이라고 봐도 무방할만큼 볼때마다 코를 파는 것, 사타구니에 손을 넣어 자주 긁는 것, 종종 소변보고 씻지 않은 손으로 우리 애를 케어하는 것, 저 행위들을 한 손으로 내 기분이나 건강상태와 상관없이 하지말라고해도 나에게 수시로 무슨 장난감 만지듯이 스킨쉽 하는 것..남편이 소변보고 난 자리에 소변방울이 바닥에 여기저기 튀어 있는 것, 손톱을 자주 물어 뜯는 것, 음식 먹을때 쩝쩝 거리는 것, 치실을 사용하고 나서 음식물 낀 더러운 치실을 집안 여기저기 놔 두는 것. 이건 왜 그러냐고 물어보자 한번 사용하고 버리기 아까워서 재사용하려고 그랬다고 한다.
한번은 치아에 낀 음식물을 본인 입고있는 티셔츠로 닦아내는 걸 봤다. 치아.
보통 음식물 손에 묻으면 본인 티셔츠에 닦는 건 예삿일이다.
그 티셔츠 입고 침대에서 뒹굴고 잠도 자고..
좀 다른 얘긴데 이사상담때문에 낯선 사람이 집에 와서 같이 대화중인데 갑자기 치실질을 막 하면서 대화를 해서 좀 놀랐다. 저 행위가 예의가 없다는 것을 아예 모른다는 것 자체가 교양없이 느껴지고 놀라웠다. 하긴, 우리 엄마아빠가 와도 엄마아빠는 앉아있고 본인은 쇼파에 드러누워 발만지며 대화하는 사람이니. 왜 그랬냐고 물어보자 아들같이 친근하게 다가가려고 그랬다한다^^;
너도 우리 엄마 앞에서 드러누우라며..^^

이쯤되니 내가 이상한건가 싶다. 나도 한 더러움 하는데... 내가 지금 깔끔떨고 있는건가??

말하자면 길다.
나 갑작스레 양수터져서 제왕절개 하는 날, 나는 무서워서 떨리는 마음 억누르며 수술 기다리고 있는데 그 옆에서 쇼파에 퍼져앉아 다리 까딱거리며 에스파 동영상 보던 남편이다. 따뜻한 위로의 말은
커녕 말한마디 없이 영상보다가 거기의 누가 중국인이네 어쩌네 하며. 심지어 내가 그 멤버가 중국인이라고 말해줬었는데 그걸 기억조차 못하고 있었다. 한귀로 듣고 흘린거지..^^
평소에도 대화다운 대화가 딱히 이뤄지지도 않는다. 내가 말하면 무대꾸일때도 많고, 뜬구름잡는 엉뚱한 소리를 하고 해서 인간다운 깊이 있는 대화는 바라지도 않는다. 남편은 진지한 영상이나 드라마도 싫어하고 무한도전이나 시트콤같이 짧막하고 웃긴 영상만 본다.
아기 태어나기 전, 신생아 케어법 이런 영상 좀 같이 보자니까 자기는 그런건 너무 지루하고 공부하는것 같아서 싫단다^^

아무튼 그 정도로 진지하거나 지루한 걸 못 참는 사람이니 부부간의 깊이 있는 대화가 가능이나 하겠는가? 일상의 대화는 가능하다. 표면적이고 원초적인 것.. 식사나 생필품 구매나 아기 밥 몇시에 먹였는지 이런 것들..

나야말로 삶이.. 외롭고 낙이 없다.
이렇게 정서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무엇하나
채워지는게 없는데.. 이 결혼을 지속해야 할까.

쓰고보니 단점만 썼다. 장점도 한번 써보자.
1.아기 목욕을 남편이 씻겨준다.
2.음식물쓰레기, 재활용품 분리수거는 남편이 다 한다.
3.빨래나 요리같은 집안일 잘 도와준다(청소기는 왜이렇게 하기 싫은지 모르겠다며 안한다. 결혼전에 본인이 좋아하는 비싸고 무거운 청소기를 사며, 내가 무겁다고 만류하자 본인이 한다더니, 내가 매일 하고 있다. 로봇청소기 사자니까 싫다더니..)
4.우리 부모님한테 싹싹하다.
5.천진난만한 구석이 있다.
6.아침형인간이다. 아이낳기 전부터 원래 5시나 5시반이면 일어난다.
음..
또 생각나면 추가해야겠다.


남편은 내 폭언에 화가나서 다른 방에 자러갔다.
이 밤이 지나고 나면 백일잔치라 양가 어른들이 올텐데..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웃는 얼굴로 맞이할 생각을 하니 막막하다. 내일 하루 기운내보자.
추천수3
반대수31
베플ㅇㅇ|2022.01.23 05:07
인성만 보고 결혼한다는 애들 태반이 이렇게 사기당함. 차리리 이것저것 재보고 결혼한 애들이 잘 삶. 대충 연애하는 몇 시간 속이는 게 뭐가 어려울까. 근데 무슨 인성 타령이야. 열 길 물 속은 알아도,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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