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 소리와 함께 시작하는 하루. 여느 때처럼 눈을 비비며 일어나 세수조차 하지 않은 채 옷을 갈아입고 모자와 안경 마스크를 챙기며 시작하는 출근 길.
남들은 내가 출근하는 시간에 이미 퇴근을 마치고 저녁식사를 하고 있겠지.
셔틀을 타기 전에 내뿜는 담배연기에 초조함을 날려보내고 도착한 현장에서 시작되는
고된 일. 추운 날씨 탓에 마스크 안에는 입김이 축축하게 젖어온다. 김이 서린 안경을 고쳐 쓰며 쉬는 시간을 기다리지만 더디게만 흘러가는 시간이 야속하다.
어느 새 식사시간이 되어 맛은 기대하기 어려운 식사를 마치고 일하면서 알게 된 동료들과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나누고 또 다시 일. 그리고 또 일.
이렇게 야간 일을 한지 벌써 수 년이 지났건만 왜 잔고는 늘어날 생각을 않는 걸까.
텅 빈 통장만큼이나 마음속도 허전한 요즈음 많던 머리 숱은 줄어만 가고 노화가 시작된 몸은 세포 하나하나가 비명을 지르는 느낌이다. 퇴근하는 길에 넷플릭스에서 화제가 된 좀비물 드라마를 보며 국뽕 한 사발을 채우고 집 근처 패스트푸드에서 산 햄버거와 콜라로 대충 끼니를 때우고 오랜만에 일기를 쓰고 있는 지금.
내가 가장 간절히 원하는 걸 생각해보니 부자도 아니고 앓고 있는 병이 낫는 것도 아니고 그저 하루하루 행복했으면 하는게 바람이다. 바쁜 와중에 쉬는 시간에 피는 담배 한 개비도 행복이고 추운 날 마시는 따뜻한 커피 한 모금이 행복이고 키우는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느끼는 부드러운 촉감도 행복이다. 돈이 많든 젊고 건강하든 아니든 간에 난 이따금씩 행복한 삶을 살고 있구나. 이 행복들을 놓치지 않게 더 부지런히 열심히 성실하게 삶을 살아야지. 남들이 보기에 찌질하고 없어 보여도 무슨 상관인가. 내가 행복하면 그만인 것을. 휴일 날 늦잠으로 해가 중천에 떠서 일어나는 게 남들이 게으르다 욕할 수 있어도 그 게으름 조차 내게는 행복이 아니던가. 조금은 이기적으로 사는게 내 행복의 비결인가보다. 그래. 행복해지자. 그것이 삶의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