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언 부탁드리고자 글 남깁니다.
저는 31살, 남친은 37살
현재 결혼을 생각하고 만나고 있으며 이번 설명절을 맞아 남친 부모님댁에 놀러갔습니다. (처음 간것은 아니고 세네번 쯤 되네요)
원래 계획은 남친쪽 친구들과 강원도 여행을 갔다오는 길에 들리려고 했지만 코로나가 심해지면서 여행을 취소 하고 1~2박 정도 생각했던 남친네 방문 계획이 4박 5일로 늘어났어요.
모두 골프를 좋아해서 하루는 필드도 나가고 그 다음날은 다같이 스크린도 치고 그랬습니다. 부모님들께서 워낙 잘해주시고 편하게 대해 주셔서 그런지 스크린을 치다가 안되기 시작하니 저도 모르게 표정도 굳고 말도 없어지기 시작했어요. 대답도 잘 안하고 표정도 뚱해있고요… 한마디로 감정 컨트롤 못한거죠.
차 타고 돌아오는 길에 남친이 한마디 했어요.
“너는 원래 그런 애니, 아니면 진짜 니가 한 행동이 잘못된지 모르고 그러는거니? 왜 부모님이 니 눈치를 봐야돼?”(지난 추석 때도 비슷한 일이 한번 있었고 이게 두번째여서 그땐 대충 넘어갔는데 이번엔 화가 많이 났어요)
이렇게 계속 얘기하는데 사실 저는 누가 이렇게 막 쏘아붙이듯 얘기 하면 제 생각을 얘기 하는것도 정리도 안되고 말이 나오기 까지 오래걸려요. 왜그런지 모르겠지만 어릴 때 부터 그랬어요. 실어증 걸린 사람 처럼 목구멍에서 말이 안나와요ㅠㅠ 아무튼 차에서는 제가 꿀먹은 벙어리 마냥 가만히 있어서 더 이상의 대화는 못하고 금방 내렸어요.
집으로 올라가서 저녁을 먹으면서 남친이 부엌에 갔을 때 부모님들께 죄송하다고 말씀드렸어요. 제가 생각해도 제 행동은 예의가 아닌거니까요..
“어머님 아까 스크린장에서 제가 잘안되고 그러니까 심통이 나서 표정 관리가 안됐어요. 어린애 처럼 굴어서 죄송해요” 라고요…
어머님께서
“아휴 신경쓰지마 골프가 원래 예민한 운동이야. 엄마는 대장부 같은 성격이라 꽁해 있고 그러지 않아. 그럴 수 있어. 다 이해해. 너가 그냥 이렇게 집에 와 있는것만으로도 너무 예쁘고 고마워 걱정 하지마”
이런식으로 말씀 해주셔서 저도 다시 한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데 울먹울먹 하다가 울음이 터졌버렸어요.
부엌에서 듣고 있던 남친이
“내가 차에서 좀 혼냈어” 를 시작으로 남친 생각을 얘기 했어요. 생각나는대로 써볼게요.
부모님이 괜찮고 안괜찮고를 떠나서 내가 그런꼴을 못 본다. 자기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 하는것이 부모님이고 내 가족인데 너가 기본적인 감정 컨트롤도 못해서 그런 상황을 만든게 이해가 안간다.
나도 지난번 너네 어머니 처음 만났을때 뵙기 직전 우리 둘이 싸웠는데도 티 안내고 컨트롤 잘해서 별탈 없었는데 너는 왜 못하냐. 자기 기준에서는 납득이 안가고 너는 우리 부모님에게 잘 보이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는다.
너와의 만남을 다시 생각해볼 정도로 심각한 부분이다. (이 말은 진짜 부모님 앞에서 왜 하는건지ㅠㅠ)
나는 나만의 최소한의 기준이 있는데 그 선을 넘는 순간 쳐다도 안본다. 그냥 끝이다.
이런 이야기를 부모님과 저녁식사 자리에서 계속 언성 높이면서 하고 있었고 저는 한시간 이상 눈물만 흘렸어요. 부모님도 다 보고 다 듣고요.
물론 원인제공은 제가 했지만, 평소에 두분께 크게 예의없거나 잘못한거 없어요. 근데 이렇게 부모님 다 계시는데서 유치원생 혼내듯이 혼나고 있는게 서럽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나 혼자 이곳에서 이방인인데 남친과 부모님과 이렇게 세명에게 혼나는 느낌도 들고 그러더라구요.
앞에서 말씀 드렸듯이 어른들 계신데 저의 그런 행동은 백번 잘못한게 맞아요. 그런데 그런 부분을 지적할 때는 저희 둘이 있을때 지지고 볶고 할 문제인것 같은데 부모님 앞에서 너무 몰아가니까 속상했어요. 거기다가 부모님들께 예전에 싸운 내용 다 얘기 하면서 너 그때 이랬잖아 저랬잖아… 굳이 얘기 하지 않아도 될 얘기 까지 하면서 공개저격 당하니까 화도 나더라구요.
오빠는 부모님에 대한 효심이 굉장히 깊고 자기는 다른건 자기가 다 맞출테니 딱한가지 우리 부모님이랑 잘 지내는거 그거 하나 바란대요. 근데 그 잘지내는 기준이 너무 높을거 같고, 저랑 자란 환경이 너무 다른데 남친은 자기만의 기준이 있고 그게 정답이고, 거기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다 잘못된거다 라고 생각 하는것 같아요.
보통의 남자들은 여자친구가 부모님께 실수 했을때 어떻게 대처 하나요? 원래 이렇게 다같이 있을 때 말을 꺼내는지… 궁금합니다.ㅠㅠ
폰으로 쓰다보니 빠진 부분도 있고 그런거 같은데 그래도 조언 부탁드려요ㅠㅠ
추가) 댓글 보고 추가해요.
남친이 저 한테 훈계 할 때 어머님은 애를 왜 자꾸 울리냐 그만하라며 같이 우셨어요. 본인 딸 생각이 나셨는지 어쩌셨는지. (남친 누나는 아파서 서울에서 못내려옴)
너는 니 아빠랑 똑같은놈이라고… 아버님도 굉장히 고지식 하신 부분이 있어서 어머님도 힘드셨다는데 이거 도망치라는 신호 같기도 하구요… 그리고 제 편을 드는것 같으면서도 그래도 엄마는 아버님 한테 다 맞추고 살았다. 그게 길게 봤을 때 다 맞는 소리고, 손해 나는거 없더라 라고 하셨어요. 그래도 아들은 아빠 보다 더 낫다고 하시면서 너가 마음 넓게 이해해야 가정이 잘 돌아갈거래요. (제가 빨리 시집 오길 바라셔요)
남친이 술이 조금 들어가면 이렇게 한번씩 욱 할때 있는데 그럴 때 빼고 저를 정말 아껴주고 사랑해주는게 느껴지거든요. 만남도 1년 이상 되니 정도 쌓이고 함께한 추억도 많고 하니 헤어지는게 맞는것 같긴한데 힘드네요….ㅠㅠ
추가) 어젯밤에 글 올리고 오늘 아침에 추가합니다.
여기에 글 올리기 전에 친언니에게 당일 새벽 가장 먼저 전화 했었어요. 언니는 거기서 뭐하고 있냐고 당장 올라오라고 그럴정도로 화가 많이 났었구요. 언니 이야기를 듣고나서 많은게 잘못됐었구나 깨닫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뼈 때리는 충고와 의견을 듣고자 글을 쓰게 된거에요.
댓글들 읽으니 이제 좀 정신이 차려지네요. 제가 성격도 내향적이고 그런편이라 주변에 친구도 없고 항상 남친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그동안 잘 몰랐던것 같아요. (언니 친구는 가스라이팅 조짐도 보인다고 그러더라구요) 댓글 읽고 정말 많이 도움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무튼 저는 남친과 내일 만나서 헤어지자는 말을 하려고 합니다. 그 전에 첫번째로, 시부모님 되실 분들 앞에서 저를 그렇게 몰아세운것에 대해서 사과를 받고 관계를 정리 하고 싶어요. 제가 오빠에 비해 말빨도 부족하고 그래서… 어떻게 해야 논리적으로 얘기해서 사과를 받아내야 할지 모르겠어요. 분명 오빠는 자기 의견을 갖고 우길것이고, 제가 말한마디 잘못했다가 그걸로 또 꼬투리 잡히면 사과도 제대로 못 받을 것 같아서요
밀리지 않고 팩트로 조질 수 있게 도와주세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