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몇 년 전으로 군에서 갓 제대했던 땝니다.
한 선배가 천안에 거주하는데 조형물을 만들어야 하는데 필요한 골판지가 없다면서
서울에만 파는 거니까 그걸 좀 사다가 보내줄 수 있겠냐고 부탁하길래
천안에 놀러갈겸 바람도 쐴겸 골판지도 갖다줄겸 직접 가지고 가겠다고 했습니다.
다음날 바로 사가지고 오후 늦게 출발했죠.
고속도로를 통하지 않고 일반국도로 평택을 거쳐서 가게 되었는데
그때 도시정비화?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지나가는 동네가 이정표도 바꾸는 작업도 하고
도로도 닦고 있고 몇 번 갔던 동네지만 좀 헷갈리더라구요.
쭉 곧은 길이 원래 제가 알던 길이었는데 길 옆으로 바리케이트를 주르륵 새워놓은 걸 보고
왼쪽 언덕길로 가면 수월하겠다 싶어서 그 길로 올라섰습니다.
가다보니 길이 험하고 좀 많이 돌아가는 듯한 느낌에 후진을 해서 빼려고 해도
길이 너무 좁고 옆으로 가파른 나머지 그냥 계속 직진을 했습니다.
가다보니 전형적인 시골동네가 보이고 약 2키로 정도 곧은 비포장 도로가 보입니다.
해는 이미 졌고 양옆으로는 대게 논밭이고 불이 켜진 논가가 드문드문,
비포장 도로 중간 1키로 지점에는 수은등 하나가 희미하게 불이 켜져 있습니다.
그 수은등을 지나다보니 왠 여자가 흰색 원피스에 맨발로 머리를 산발한 채로
머리를 푹 처박고 쭈그려 앉아 있는 겁니다.
그냥 별 대수롭지 않게 지나치면서 오른쪽 사이드미러를 봤습니다.
1초 전까지 그 수은등 밑에 쭈그려 앉아 있던 그 여자가 없습니다.
반사적으로 룸미러를 보고 왼쪽 사이드미러를 보니 왠걸 그 여자가 차로 쫓아옵니다.
그것도 미친듯한 속도로...
뭔가 해코지를 하려나보다 느낌이 들어서 악셀을 밟았습니다. 속도가 안 올라갑니다.
차가 수동도, 고장난 것도 아니고.. 스피도메타의 바늘이 딱 60에 걸려버리네요.
그 일 이후에 생각해보니 사람이 백미터를 10초에 주파하는 속도를 유지하면서
한 시간을 달렸을 때 갈 수 있는 거리가 40킬로미터입니다.
그런데도.. 차의 속도는 60, 여자와 차와의 간격은 점점 좁혀집니다.
1키로도 남지 않은 그 길을 왜 빨리 벗어날 수가 없는지...
계속 운전을 하는데 옆에서 자꾸 뭐가 아른거립니다.
획 봤더니 그 사람이 바로 옆까지 와서 달리고 있습니다. 얼굴을 보니 남자더군요.
원피스에 머리를 길게 기른 남자..
그때 차는 주행 중 속도가 사오십 정도가 되면 자동으로 문이 잠깁니다.
그런데 그 놈이 문을 벌컥 열어제꼈습니다. 다리는 미친듯이 달리는 채로
운전석으로 상체를 쑤욱 들이밀더군요. 무릎을 열심히 올렸다 내렸다 겨우 떨쳐냈습니다.
곧 또 들이밀어서 제 왼쪽 허벅지를 이빨로 꽉 깨물더군요. 피가 좀 많이 났었습니다.
무릎으로 얼굴을 몇 번이나 찍어서 또 떨쳐냈지만 곧이어 또 들어오려고 하더군요.
오른쪽 조수석 사물함? 그 안에 항상 알루미늄 랜턴을 넣어둡니다.
그걸 꺼내서 머리를 찍었습니다. 죽으라고..
제가 그때 신고 있던 왼쪽 운동화를 갖고 나가떨어졌습니다. 바닥에 나뒹굴더군요.
비포장도로의 끝에서 약간 돌아나가니 시내가 보입니다.
낚시 갈 때를 대비해서 항상 차에 놔두는 슬리퍼를 신었습니다.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마시면서 한숨 돌리고 바로 천안으로 향했고
선배네 집에 도착. 선배가 묻습니다. 땀에 쩔어가지구선 공사판에서 막노동 하고 왔냐고..
내일 얘기하자 하고 세면만 간단히 하고 쉬다 자려고 바지를 벗는데
허벅지 중간 쯤에서 바지가 걸려서 안 내려갑니다. 피가 떡이 돼서 늘어붙었더군요.
살살 뜯어내어 벗어버리고 걸레로 슥슥 대충 닦아냈습니다.
평택에서의 일은 선배한테 얘기를 안 했습니다.
워낙에 초자연적인 것에 대해 부정적인데다 믿지도 않을 뿐더러 미친놈 취급 받을까봐..
자고 일어나서 아침에 선배에게 줄 골판지를 꺼내주려고 트렁크를 열었습니다.
어제 그 놈이 나가떨어질 때 갖고 갔던 그 운동화가 골판지 위에 떡 놓여있더군요.
이 얘기는 1그람의 가감도 없는 순수 백프로 실화입니다.
아직도 그당시 그 사람이 귀신인지 사람인지, 그게 꿈이었는지 생시였는지,
아님 잠시 정신이 나가서 헛걸봤는데 진짜라고 착각하는 건지 저도 분간이 잘 안 섭니다.
다만 그게 귀신이라면 처음이자 지금까지는 마지막이었던 귀신 목격담이 되겠군요.
저는 미사어구 동원해서 맛깔스럽게 읽히도록 글을 매끄럽게 다듬지는 못합니다.
그저 그냥 그때 얘기 그대로만 적었습니다.
친구들에게 얘기했더니 세상에 이런일이.에 제보하겠다고 난리군요.
믿는 사람 반, 안 믿는 사람 반..
짧게 적으려고 그때 느낌이나 잡설 같은 건 빼고 최대한 간단히 적었는데 기네요..;;
스크롤의 압박이 귀차니즘을 자극할듯..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혹시 저랑 비슷한 장소에서 비슷한 일을 겪으신 분 있으신지..
있으시다면 리플로 남겨주세요.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