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럽이 |2006.11.16 10:37
조회 31 |추천 0

송 진


호포행 이호선 지하철을 타고 가다
내릴 곳이 못골인지 지게골인지 자동문 앞을 기웃거리다
차창 밖 기둥 뒤에 서 있는 까맣게 불에 그을린 미아리 텍사스 그녀를 본다

달맞이 고개에 힘겹게 핀 보라빛 진달래꽃을 바라보다
동백꽃이 핏물처럼 번진 울산공업탑을 생각하다
일본의 지문날인 거부에 14년을 보낸 제일동포 최선애를 생각한다

어쩌면 봄은 생각만 하다 머리 하얗게 센 목련 같은 꽃

불에 타버린 그녀의 캄캄한 눈빛을
차마 마주 보지 못하는
무인 매표소의 쓸쓸한 이마

별의 뇌 깊숙이 박힌 칩 속으로
멀리 떨어진 섬을 충전하고
불에 타버린 그녀의 맨발을 충전하고
지친 레일 위에 퍼질고 앉아 목메어 우는 상복 입은 갈매기를 충전하는데

불에 탄 검은 입술
내 등을 툭툭 친다

여기가 제가 내릴 곳 맞나요?

재만 남은 그녀의 두 눈
충혈 된 내 눈동자의 젖꼭지
부드러운 쌀밥처럼 핥아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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