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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외국 기숙사에서 쓰는 인생 썰

스쿠너영이 |2022.02.17 22:33
조회 94 |추천 0

기분이 홀가분했다. 겨울방학도 거의 한달 반정도 남아있었다. 합격한 사람들은 이제 실용적으로 많이 쓰이는 회화 위주의 수업을 들었다. 어느 날, 학과 교수님이 수업을 진행하시면서 내게 물었다. 2학년부터 학회 활동을 해볼 생각이 없냐고. 방학 동안 자주 만나서 나름 친해진 교수님 이셨다. 조금 당황스러웠다. 해외 프로그램은 2학년 2학기 때 시작된다. 2학년 1학기를 마음 편하게 놀면서 보낼려고 했는데 학회 제안이라니. 이유를 물어보았다. 현재 인원이 많이 부족하다고 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해외 장학생으로 선정된 사람이 학회에 한 명 있으면 신입생들이 보기에도 관심이 생길 것이라고. 또 나는 기숙사에 사니까 언제든지 일이 생기면 도와줄 수 있으니까. 고민에 빠졌다. 학회 인원으로 활동하면 교수님들이 성적을 잘 주신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생각할 시간을 며칠 달라고 했다. 흠.. 이때까지 인싸로 학교생활을 했던 내가 많은 사람들과 이제 곧 들어오는 신입생들을 맞이 해야 하는 일을 한다니.


며칠이 지나고 다시 교수님을 만나 말씀드렸다. 한번 해보겠다고. 무척 좋아하셨다. 나도 뭐 지루한 일상을 강제적으로 바쁘게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생각했다. 시간도 잘 갈 것이고, 1년 동안 너무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다녔으니 이 참에 많이 만나 보는 것도 괜찮지 하며. 일주일이 지나고 기존 학회 인원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전부다 말은 처음 섞어보는 친구들이었다. 선배들 졸업식 준비로 바쁘다고 했다. 2월에 졸업식을 하는데 학회 후배들이 물품부터 이것저것 세팅하고 챙겨야 할 것도 많았다. 친해질 겨를도 없이 바로 이런저런 일부터 시작했다. 심지어 졸업식이 끝나면 바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신입생 대면식, MT등 일정이 빡빡했다.


겨울방학이 바쁘게 지나갔다. 영어 수업, 학회 일의 반복. 선배들의 졸업식 날이 되었다. 빈 강의실을 활용하여 이것저것 준비하고 있었다. 학회 친구 한명이 1층에 내려가서 박스 하나를 가져오라고 했다. 계단을 바쁘게 내려가던 와중 익숙한 얼굴을 마주쳤다.


“누나? 읭? 한국 언제 오셨어요?”


깜짝 놀랐다. 연락을 안하고 지냈으니. 저번 주에 들어왔다고 했다. 뭐 그 곳에서의 일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오랜만에 보는 누나의 웃음 그리고 목소리. 내게 어떻게 지냈는지 안부를 물었다. 해외 프로그램에 합격했다고 했다. 너무 너무 잘됐다고 같이 기뻐해주었다. 나도 많은 걸 묻고 싶었지만, 침묵을 지켰다. 그게 나을 것 같았다. 누나가 시간 나면 잠깐 들리라고 했다. 졸업식인데 사진이라도 같이 찍자고. 1층에서 박스를 가져온 후 바로 누나에게 갔다. 같이 졸업하는 친구들과 많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졸업식 가운과 모자를 쓴 누나를 보았다. 정말 잘 어울렸다. 축하 인사를 해주었다.


“누나 졸업 축하해요”


고맙다고 답해주었다. 그러곤 앞에 있는 친구에게 핸드폰을 건네 주며 사진을 부탁했다. 어색하게 서있는 내게 팔짱을 끼며 앞에 보라고 했다.


“너가 나한테 그냥 후배도 아니고, 자 웃어 웃어”


어색하게 활짝 웃었다. 누나에게 찍은 사진을 보내 달라고 했다. 둘이서 활짝 웃고 있는 사진이었다. 속으로 생각했다.


‘이 정도면 뭐 충분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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