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답답히고 속상해 글남겨요.
저는 삼십대 중반, 남친은 세 살 많고 만난지는 십개월 정도 됐어요. 일로 알고 지내다 자연스럽게 사귀었어요. 꼭 결혼 약속을 한 것은 아니지만 대화 중에 자연스럽게 말이 오갔어요. 사람 성품이 정말 좋고, 부드럽고 자상하고 절 잘 대해줬어요. 게다가 자라온 환경 등등 비슷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너무 행복했죠.
저희 부모님은 대기업 계시다 정년퇴직하셨고, 저는 이 동네가 고향이나 마찬가지에요. 부자는 아니지만 큰 어려움 없이 살았고요. 남친은 아버지는 공무원, 어머니는 학교선생님으로 계시다 퇴직하셨고, 자신도 우리 동네가 고향이며, 지금은 옆 동네에 있는 부모님 명의 오피스텔에 나와 산다길래 그냥 그런 줄 알았어요. 또 외제차 몰고 엄청 화려하게 하고 다니눈데, 조금 허세스러워 보였지만 환경에 대해 크게 의심은 안해서 따로 물은 적은 없어요. 그냥 본인이 먼저 저런 식으로 말 하더라고요.
그러다가 싸움이 났어요. 남친 집에서 전여친들의 물건들을 발견했거든요. 그래서 제가 화를 많이 냈고, 또 어떤 물건을 감췄냐 다그쳐 물었어요. 자기는 몰랐다고, 너무 바쁘게 살아서 그런 게 있는지도 몰랐다고 설명했어요. 그래도 제가 화를 안 풀고 거짓말하는 거 다 아니 탈어놔라 했더니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일단 주식과 선물(?) 하다가 진 빚이 2억 넘게 있대요. 그 빚 중 5천을 부모님이 갚아주셨고, 나머지는 본인이 갚아나가는 중인데, 아직도 이자까지 2억 정도 남았다고 해요. 본인 월급받으면 거기서 일부 바로 나가고, 나머지로 생활한다네요. 그런 와중에 그렇게 과소비를 한다고 생각하니, 약간 어처구니가 없기도 했지만, 사는게 너무 숨이 막혀서 그랬으려니, 또 본인 돈인데 그러려니 했어요.
그리고 집안이에요. 아버지가 고아이고 이십대 초부터 고물상을 하셨대요. 그걸로 겨우겨우 자리잡아 먹고 살게 됐다고. 어머니는 그냥 가정주부시고요. 태어나 자란 곳도 우리 동네가 아니고, 지방이래요. 본인 표현에 따르면, “못배운 부모 밑에서 가난하게 자랐다. 사람들이 무시를 많이 해서 열등감이 심하다. 너랑 공통점이 없어서 이야기를 꾸몄다”라고 하더라고요.
또 하나 학벌이에요. 조기유학, 유명한 국내 특목고, 국내에서 그래도 좋은 대학교 졸업 후, 해외유학 또 다녀왔다고 했어요. 그것 역시 본인이 먼저 말하더라고요. 현재 그쪽 직장에 제 친구들이 몇 있는데, 그 정도 학벌 있어야 다니는 곳이라 그러려니 했어요. 저도 유학파라 평소 대화에서 조금 의아한 부분이 있었지만 전공과 학교가 다르니 그러려니 했어요. 그런데 역시 다 거짓말이고, 고향에 있는 대학나왔고, 사람이 똑똑한 편이고 좋은 기회들을 만나 지금 자리에 있더라고요. 이외 자질구레한 거짓말들도 많아요.
그런데…저는 헤어지는게 잘 안돼요. 그런 거짓말을 했어도 내게 금전적 손실을 입힌 것도 아니고, 사람들에게 얼마나 무시 당하면서 살았으면 그런 거짓말을 하면서 접근했을까 싶기도 하고요. 주식 빚도 7년 계획 안에서 완납할 목적이라고 하니 그렇게 하면 되겠지 하고 저 혼자 정신승리급의 합리화를 하고 있어요. 쓰면서도 제가 너무 한심하네요. 이별하기가 어렵고, 배신감 들고 미워야 하는데 그 사람 좋아했던 마음이 금세 사라지지가 않아요.
제게 따끔하게 말 좀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