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자존감을 회복하고 싶어요

하나 |2022.02.27 21:14
조회 7,480 |추천 21


30대 분들이 가장 많이 보시는 채널이라 글 남깁니다. 방탈 죄송합니다.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할지 싶지만, 어제 있었던 일부터 풀어나가보겠습니다.

저는 어머니만 보면 마음이 복잡합니다.

제 나이 37살, 10년전부터 우울증으로 정신과를 드나들었고, 5년전부터 심리 상담을 집중적으로 받다가, 3년전 상담사 분의 제안과 저의 결심으로 어머니로부터 분리하기 위해 독립을 했습니다.
(아버님은 이혼 후 3년전 사별하였습니다.)

이후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차츰 안정 되었고 한달에 한두번 정도 시간을 함께 보냈습니다. 요즘 어머니 댁 근처 병원을 다녀 일주일에 한번씩 찾아뵙던 중, 너무 잦아지면 힘들거라 적당히 조절하며 찾아뵈었습니다. 힘든 이유는, 제가 엄마를 만나면 자존감이 낮아집니다. 외모에 대한 판단, 집에 가져간 반찬을 먹지 않으면 에휴.. 한숨, 저를 평가하는 요소가 많아 어릴때부터 그 부분의 자존감이 채워지지 않더군요. 떨어져있을때는 건드리는 사람이 없으니 자존감이 떨어질 일이 잘 없다가 엄마를 만나면 늘 약한 자아를 건드리니 늘 예민해졌어요.
그래서 제가 좀 자신감과 자존감이 충만할 때만 찾아뵈었고 그럴땐 그런 얘기 가볍게 흘리게 되더라구요.

그저께 통화를 하던중 심심해서 저희집 오신다기에 마음의 준비를 했고 어제 여쭤봤을때 안오신다고 하셔서 한시름 놓고 있었습니다. 사실 최근에 일과 사람으로 많이 지쳐있었고 지속적인 실패경험으로 우울감, 자존감 저하, 번아웃… 복합적으로 정신적인 위험 신호를 받은 상태였습니다. 이럴때 엄마를 만나면 늘 안좋은 결과를 맞이했기에 다행이라고 생각했으나, 2시간 뒤쯤 카톡으로 너네집에 출발한다는 카톡이 왔습니다. 저는 오시지 말라했으나 이미 저희집에 도착하셨고 저는 그때부터 상당히 예민해졌습니다.

저는 “오지 말라고 하는데 왜 미리 얘기없이 오셨냐” 했고,
엄마는 “안오면 서운할 줄알고 왔다. 딸네 집에 오는데 허락받고 와야 되냐” 하셨고, 오랜만에 오셨기에 집 구석을 살피시며 이건 뭐냐하시며 웃으시더라구요. 전 어머니께 다 보여주고 싶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부정적 평가가 바탕이 된 분이기 때문에 저는 저의 모든 것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집에 오실때에도 제가 많이 아프거나 기분이 좋을 때만 모십니다. 설거지거리가 많은걸 위아래로 훑어보시는 그 눈빛도 마치 시어머니가 우리집에 잔소리하러 오신 것 같습니다. 그 순간이 너무 싫습니다. 그런 짜증스러운 감정이 올라오는 제 자신이 싫습니다. 저도 저를 낳아주신 어머니이지만 너무 싫습니다. 그냥 필요할때만 계시면 좋겠습니다. 순간적으로 너무 분노가 치밀어 “오늘은 혼자 있고 싶었던 날인데 왜 불시에 찾아오냐며, 엄마는 감정이란게 없는 사람이야?” 라고 소리를 쳤고 엄마는 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독립한 이후로 한동안 어느정도 저를 추스려가며, 나를 인정하고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는 연습을 하면서 좋아지던 상황이었는데, 지금 이 순간 갑자기 모든게 무너지는 느낌입니다. 3년전 독립하기 이전 그때의 느낌입니다.
아니 사실은 더 안좋은 것 같습니다. 제가 심리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어머니가 상당히 수동적인 것, 자존감 자체가 없는 것, 무시를 당해도 문제 인식을 못하는 것, 경계성 성격장애의 면모가 있다는 것 등을 알게 되면서 엄마를 보호하고 싶다기 보다는 나를 이렇게 만든 사람이야.. 정말 싫다.. 고 비난을 하게 되더라구요.

저도 잘압니다. 엄마를 바꿀수는 없고 제가 저를 사랑하며 다독이며 건강해져야 이 관계도 잘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을요.

최근 들어 경험한 실패 경험이 이렇게 힘든 결말을 가져올지 몰랐네요. 실패 경험을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회사에서 평판을 의식하고 완벽주의를 고수하다가 번아웃이 온 것, 그 힘든 마음을 의지할데 없다가 지인과 남자에 의존하다가 그 누구도 내 편이 되어주지 않는다는 허무함을 느낀 것, 그리고 헛헛할 때마다 마신 술.. 모든게 실패 경험으로 느껴집니다.

어머니가 느끼는 감정을 충분히 이해합니다만, 사과를 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예전에 제 감정과 상황을 전달드리고 대화를 해보려 했으나 이해를 잘 못하십니다. 이럴때 어떤 식의 소통을 시도하면 좋을지 고민입니다.
그리고 제가 실패 경험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데, 근본적으로 이 실패 경험들을 잘 정리하고 자존감을 다시 세울수 있을지도 너무 걱정이 됩니다.

저를 잘 다독이고 지금의 위기를 현명하고 지혜롭게 이겨내고 싶습니다. 물론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고, 좋은 경험을 하면서 자존감 회복도 가능할것이라는 것도 잘알고 있습니다만, 사고의 회로를 개선해 다음엔 이런 부정적 경험을 덜 하고 싶어서 조언을 구합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수21
반대수1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