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평범한 직장인 입니다.
20대 때는 어디를 가나 사람들에게 파묻혀 지냈어요.
"철수랑 영희랑 결국 사귄대! 축하해주러 가자"
"영수 군대 간다는데 배웅해줘야지?"
"미희 남친이랑 헤어졌대..."
"선배들이 술마시자고 나오라는데?"
등등
너무 흔하고 시시콜콜하고 오히려 귀찮기까지 했던 일상들
체력도 많고 시간도 많았지만 돈이 없었던 젊은 시절
별다른 노력이 없어도 늘 바글바글 했던 주변 사람들과
외로울 틈 없이 찾아왔던 지난 사랑들...
그렇게 직장인이 되고 풍족하지는 않아도
옛날처럼 술자리 한번, 밥 한번 먹을 때마다
잔고를 확인해야 하고 그렇지는 않게 됐죠.
하지만 이제는 저를 찾아주는 사람들이 없네요.
결혼해서 약속을 잡기가 힘들어진 학창시절 친구들
일에 치여 사느라 낭만도 잃고 멀어진 대학시절 친구, 선후배들
20대 중후반까지는 그래도 어떻게든 이어오던 관계들이
이제는 사실상 연례행사 쯤으로 얼굴 잊지 않기 위해
모이는 사이가 되어 버렸죠.
그래서 평상 시에는 아무런 약속도 없이 일-집-일-집 무한반복
거기에 몇번의 이직으로 타지에서 자취생활을 하고 있고
코로나까지 장기화 되는 바람에 더더욱 외롭습니다.
꼭 연인이 필요하다기보다는 그냥 사람 자체가 그립네요.
연애야 뭐, 옛날처럼 사람들 틈에 끼어 있다보면
자연스럽게 될거라는 근자감 같은 것도 있고요.
그래서 문제가 바로 그 '사람들 틈에 끼어있기'를
못한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나름대로 이것저것 궁리는 해봤어요.
1. 동호회
여러 동호회를 가봤는데 제가 기대한 젊은 시절의 끈끈한 인간관계와는 많이 달랐습니다.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는데, 이성목적으로 온 사람, 취미만 하고 싶은 사람이었죠. 이성목적으로 온 사람은 동성인 제게 별 관심도 없고 '연애'라는 목표를 달성하면 쉽게 시들해지고 연이 끊어졌습니다. 이성인 경우는 너무 노골적으로 연애만을 원하는게 보이고 받아주지 않으면 곧바로 동호회를 탈퇴하는 경우가 많았죠. 취미만을 위해 온 사람은 그냥 자신의 취미활동에 필요한 AI로봇, NPC가 필요했을 뿐 저처럼 사람을 만나고 싶은 느낌은 아니었죠. 그 동호회의 컨텐츠에서 일정 실력 이상 쌓지 않으면 말도 안 붙여주는 사람들뿐이었습니다. 어떤 부류든 제가 원하던 '친구'와는 거리가 멀었어요. 너무 뚜렷한 목적이 있었고 커뮤니티를 구축하기보다는 개개인의 목적에 의해 그 목적이 서로 맞는 사람끼리 모였을뿐인 집단이었습니다. 이렇게 되니 그 동호회의 활동 자체도 그다지 재미가 없었습니다. 대학교 동아리는 제가 풍물 동아리를 했었거든요. 주제만 들으면 진짜 개노잼일 것 같지만 풍물 때문에 동아리를 하는게 아니었기 때문에 재미있었습니다. 풍물이 뭔지도 잘 모르는 대학생들이 모여서 그냥 서로 어울리고 끈끈한 상태에서 아무것도 안 하기는 좀 애매하니 풍물이라도 하자는 느낌이었죠. 하지만 동호회는 너무 실력 위주였습니다. 저는 사람하고 어울리고 싶을뿐 컨텐츠는 후순위인데 이 사람들은 컨텐츠를 위해 모여서 경쟁하고 더 잘해지려 노력하고 싶은 사람들 같았어요. 회사에서도 경쟁의 연속인데 취미활동 하러 와서도 경쟁을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2. 술모임
요즘에는 이런게 잘 활성화 되어 있었습니다. 카카오 오픈톡이나 소모임 등등. 진짜 어떻게 저렇게 매일 술을 마시면서 죽지 않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술을 마시는 모임들이 있죠. 동호회처럼 주 컨텐츠가 없이 '친목'이 우선 순위이니 좀 낫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들어가봤습니다. 하지만 다른 이유로 실망을 했죠. 술을 마시는게 나쁜 것은 아니지만 너무 술이 위주다보니 사람들이 너무 질이 떨어졌습니다. 진짜 오늘만 사는 것 같은 하루살이 같은 사람들이 너무 많았죠. 여왕벌, 여미새, 파벌싸움 등등 별 시덥지 않은 모임에 온갖 인간군상들은 다 있더군요. 그 안에 있으면 외로움은 좀 가실 수 있겠지만 인생에 너무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아서 그만두게 됐습니다.
3. 운동
이건 아직도 하고는 있습니다. 원하는 인간관계는 얻지 못했지만 그래도 건강은 얻었거든요. 복싱을 하고 있는데 스트레스도 풀리고 살도 잘 빠져서 좋네요. 운동을 하면서 회원들끼리 뭔가 교류가 있어서 친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하고 갔는데 사실 그런건 없었습니다. 그냥 각자 자기 운동하고 집에 가버렸죠. 눈 마주치면 인사나 좀 하는 정도?
4. 교회
이게 가장 제가 원하던 인간관계에 가까운 것 같아 보였습니다. 제게 신앙심이 있었다면 말이죠... 소모임이었나 오픈톡이었나 어딘가를 전전하고 있을 때 어떻게 연이 닿아 잠깐 교회에 끌려갔던 적이 있었습니다. 사람들도 다 좋고 서로 끈끈하게 친하게 지내는 것 같아 좋기는 한데 그때 깨달았죠. 신앙 없이 교회 다니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휴... 지금은 그냥 일-집-복싱-일-집-복싱 하다가 주말에는 소모임이나 오픈톡 모임 스르륵 눈팅하며 뭐 재밌는 것 좀 없을까 하며 시체놀이만 하고 있어요. 그 사람들이 술먹고 놀사람 그렇게 찾아대도 사실 가는게 별로 내키지도 않아요. 가봤자 처음 보는 불편한 사람들이랑 어색한 대화 나누다가 술 좀 들어가면 좀 풀어지긴 하지만 어차피 술김에 그런거라 다음날 되면 또 다시 서먹서먹 해질테니 말이죠.
30대 직장인 분들 뭐하며 시간을 보내시나요?
일에 더 집중해라, 부업을 해라, 재테크를 해라.
이런 자기개발 조언은 바라지 않습니다. 그거야 제가 알아서 하고 있어요.
나도 똑같아요... 누구나 다 그렇구나... 힘내세요...
이런 위로 공감도 감사는 하지만 바라지 않습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인간관계'에요.
이 단절된 인간관계를 회복하거나 새롭게 만들
확실하고 구체적인 해결책이 필요해요 ㅜㅜ
그러니 조언 바랍니다.
너무 외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