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0대 중후반 여자입니다.
조금 긴 글이 되겠습니다. 두서가 없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정말 절박하고 마음이 찢어질 것 같아 여기서라도 위로를 받고 싶어 글을 씁니다. 부디 상처가 될 수 있는 대답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저에게는 오늘로 843일된 남자친구가 있어요.
남자친구는 대학교 입학 동기였어요. 제가 졸업반일때, 이 친구는 군복무 후 복학을 했고 급격하게 가까워져서 사귀게 된 케이스에요.
사실 만난 과정이 정상적이진 않았어요. 저랑 썸탈때, 이친구는 여자친구가 있었거든요. 전여친은 A라 부를게요. 이친구 말로는 "군대 있을때 A가 연락이 왔었고 심적으로 외로운 상황이라 사귀게 되었지만 서로에게 무관심 연애였고 지금은 A를 좋아하지 않는다. 맘 떠났고 헤어질 예정이다. 나는 너를 좋아한다"
그렇게 저랑의 연애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이제 행복한 연애만 하면 되겠구나 싶었는데 코로나가 시작됐네요.
제대로된 여행도 못가고, 맘편히 놀러다니지도 못하고, 극장은 커녕 차에서 밥먹고 노는 데이트를 위주로 간간히 동네에서 술한잔 마시고.. 그래도 행복했어요. 그래도 깨가 쏟아졌어요. 전화와 카톡으로 핸드폰을 손에서 놓은 새가 없었어요.
그런데 요즘 이친구의 행동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저만의 기우인 줄 알았어요. 제가 공시를 준비하고 있다 보니 예민해진 줄 알았어요.
밤 늦게까지 공부하는 저를 기다리길래 '피곤하면 먼저 자도 괜찮아. 자긴 내일 일 가야하니까' 라던 저의 말에 '그래도 여자친구가 밤 늦게까지 공부하는데 어떻게 그래. 기다릴래' 라고 했던 그가, 지금은 말 없이 잠들어 버리네요. "피곤해서 먼저 자는건 당연한거야. 그치만 자면 잔다고 톡 하나만 남겨주라. 자기가 기면증처럼 갑자기 잠드는 것도 아니고 침대에 누워서 핸드폰하다가 잠드는 거잖아. 그럴때 침대에 누웠어 라고만 남겨주라" 라는 저의 말에 "나도 모르게 잠드는데 어쩌라고"대답을 하네요..
평소 연락도 마찬가지에요. 집에왔다. 나 이제 씻을거다. 밥먹을거다. 공부할거다. 쉴거다. 매번 예쁘게 남겨놔줘서 공부할때 걱정하지 않도록 해주던 그였는데 이제는 제가 먼저 물어봐야하네요. 연락이 뜸해졌다고 서운함을 비추니까 "내가 연락하기 전에 자기가 연락을 한거잖아. 나도 연락을 안하려고 했던건 아니야. 내가 연락이 뜸해졌다고 하는 이유를 모르겠네" 라고 하네요. 마치 제가 조급증에 걸린 사람이 된 것 같아요.
오늘은 데이트 도중, 이친구가 누군가와 메신저를 하더라구요. 카톡인지 뭔지는 정확하게 보지 못했으나 저장된 상대방 이름에 이모티콘이 붙어있더라구요. (000이모티콘) 이런식으로요. 하트인지는 정확하게 보지 못했어요. 다만 이모티콘이였고 핑크빛? 주황빛? 이였다는거..
순간 뭐지 싶어서 누구야? 물어봤더니 "아니야" 하고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어라구요. "뭔데. 보여줘" 라고 하자, "왜 남에걸 훔쳐보는데? 왜 보려고 하는데? 보여주기 싫어" 라고 하더군요.
평소에도 종종 이 친구가 저랑 있을때 핸드폰을 하면 저는 항상 물어봤어요. "누군데? 왜?" 그럴때마다 "응 누구야, 뭐때매 연락했대' 라며 화면을 보여주던 그였어요.
그런데 오늘은 끝까지 보여주지 않더군요.
"나 이런거 의심하기 시작하면 집착 심해질 것 같아. 내가 보면 안되는 내용이야? 나한테 보여줄 수 없는 사람이야?" 라는 제 말에 그냥 보여주기 싫다더군요.
그대로 그냥 집에 와버렸어요. 데이트하다가 이렇게 집에 와버린건 처음이에요. 그런데 절 잡지도 않고, 연락도 없더라구요.
집에오는 그 길이 그렇게 쓸쓸하고 비참할 수 있다는걸 처음으로 알았네요.
집에와서 한시간 넘게 기다렸는데도 연락이 오지 않아 제가 먼저 전화를 했어요.
밖이래요. 미용실간대요. 머리가 짧다고 투덜거린게 오늘이었는데 갑자기 다듬으러 간대요. 다왔으니 끊재요. 얘기 좀 하다가 들어가면 안되냐고 물어봤더니 사실 친구 집앞이래요. 친구가 다운펌 해준다고 했대요. 왜 처음부터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냐 물어보니 "그러게" 라고 대답하네요.
아까 핸드폰 왜 안보여줬냐 물어보니까 그냥 보여주기 싫었대요. 그러다가 갑자기 사실 엄마였대요. " 어머님 그렇게 저장 안해놨잖아. 그리고 평소에는 어머님이랑 대화하는거 보여줬잖아" 물어봤더니 그냥 이름을 그렇게 바꿨고 보여주기 싫었대요.
그러면서 제가 걱정하는 그런거 아니니까 그냥 믿으래요.
의심스러운 행동을 하면서 어떻게 믿냐고, 못믿겠다고 했더니 "그래 알았어" 라고 대답하네요. 뭘 알았다는거죠.. 그냥 믿지 말고 계속 의심하라는 건가요..
저는 ISTJ고 이친구는 ISPJ에요. 극 이성적과 극 감성적이어서 초반에는 다툼도 있었어요. 제가 너무 냉정하다고.
그런데 이제는 제가 사랑받고 싶다고 오열했더니 사랑하니까 널 만나는거야 라며 무덤덤하게 얘기하네요.
예전에는 제가 직장 다니느라 일할때 연락이 뜸하면 서운하다 속상하다 하던 그였어요. 미안한 마음에 조금이라도 더 연락하고자 바꾼 저였구요.
"과거에 자긴 내가 의심스러울때 이렇게 행동했잖아. 그래서 난 자기의 의심을 풀 수 있게 이렇게 행동했잖아." 라고 했더니 "그땐 그때고, 지금은 아니야" 라고 말을 바꾸네요.
"자기라면 내가 자기처럼 행동했을때 의심하지 않을 것 같아?" 라고 물어봤더니 "그럴만한 사정이 있나보다 할거야" 라네요.
이 친구는 제가 연락하는 여자의 프사가 남자라는 이유로 혼자 오해하고 기분 상해있던 사람이에요. "이 사람 여자다. 이 사람이 이 배우를 좋아한다." 설명해주고, 카톡 내용 보여주자 그제서야 오해해서 미안하다고 했던 사람이에요. 그런데 오늘은, 예전에는 그랬지만 이제는 제가 의심스러운 행동을 해도 그러려니 넘겼을거라고 하네요. 저는 이 친구에게 거짓말을 하거나 몰래 무언가를 한 적이 없어요. 맹세컨데 저는 거짓말을 극도로 혐오하거든요.
연락도 마찬가지에요. 친남동생과 지방에 다녀올 일이 있었을때, 저는 꼬박꼬박 톡을 남겨놨었어요. 나 이제 출발한다, 도착했다, 이제 뭐한다, 어디간다. 그때 제가 통화를 안하고 톡만 남겨둔게 서운했었대요. 그래서 앞으로 통화도 더 잘하겠다고 약속하고 제 행동을 고쳤어요.
물론 제가 집착이 심하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거에요.
그치만 이 친구는 저랑 썸탈때 여자친구가 있는 상황이였고(물론 전여친과 사랑의 감정이 아니었다고 하지만..) 저랑 사귀는 도중에도 어머님 사무실로 일 도와드리러 간다 해놓고 친구랑 술마시러 가고, 여사친 연애상담 해주느라 연락하고, 이런식으로 자잘하게 사고를 친 이력이 있어서 저는 더욱이 걱정을 하는거에요.
5일전 주말에, 한시간 넘게 '권태기면 잘 이겨내보자. 우리 서로 더 열심히 노력하고 사랑하자. 서로 믿음을 잘 주자.' 라고 얼굴 보고 대화했었어요. 그런데 오늘 이런 일이 또 발생하네요.
항상 싸우고 나면 제가 먼저 찾아가서 얘기를 해요. 풀자고.
항상 제가 먼저 손 내밀어요. 화해하자고.
이번에도 제가 넘어가야 하는건가요. 그냥 믿으라는 이 친구의 말대로 무작정 믿어야 하는건가요.
그가 변했다고 생각하는건 제 착각인가요. 제가 의심병이 심해진건가요.
이 연애..제가 계속 잡고 있어도 괜찮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