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딩 판녀는 반에서 평범이하인 찐따 친구들과 다니며 애들의 무시를 받는 타입임.
그도 그럴게 판녀와 판녀 친구들은 딱히 예쁘지도 않고, 공부를 잘하지도 않음. 하나같이 도수높은 안경과 긴 치마 길이, 똑같은 아우터를 일주일 내내 입고옴. 그리고 체중도 다들 통통 이상 아니면 피틀스틱급으로 말랐음.
판녀는 자신의 친구들이 쪽팔리다고 생각하면서도 쟤네가 아니면 친구가 없으니 싫어도 억지로 같이 다님.
그러면서 잘나가는 일진 부류의 아이들을 동경함. 속으로는 '나중에 쟤넨 커서 뭐하고살려나 ㅉㅉ'라고 생각해도 사실은 매우 부러워함.
판녀는 학교 수업시간에 멍때리면서 망상을 함. 망상 내용은 항상 똑같음. 자기가 갑자기 ㅈㄴ 존예 여신이 돼서 복도를 지나가면 다들 예쁘다고 말이 나오고 일진 친구들과 친해지고 옆학교 잘생긴 남자애한테 연락이 오고 에스크 질문이 엄청나게 달리고... 그치만 현실은 ㅈ망임.
현실에서 일진 친구들은 판녀를 만만하게 보는지 대놓고 뒷자리에서 찐따같다고 지들끼리 깔깔 쳐웃음.
판녀는 화가났지만 아무말도 못함.
일진 친구들에게 화가 나기 보단 초라한 자신과 자신의 친구들에게 화가남. 그치만 겉으로는 티내지않고 자신의 친구들과 쟤네뭐냐고 뒷담을 깜.
복도를 지나가면 잘생기고 날티나는 남자애들이 대놓고 웃으며 낄낄거림. 너무 극혐이었지만 판녀는 남자애들한테도 조롱당하는 급이라는 생각에 눈물이 찔끔 나옴.
일진이들은 판녀에게 매 쉬는시간마다 "친구야~" 라고 부르며 다가옴. 판녀가 어 뭐지? 기대감에 대답하면 역시나 일진이는 뭐를 빌려달라는 부탁임. 판녀는 '나를 ㅅㅂ 호구로 보나'라고 생각하면서도 호구같이 빌려줌. 일진이가 자신에게 말을 걸어준 사실만으로도 뭔가 괜히 기분이 좋음.
집에 온 판녀는 인스타그램을 켬. 그러나 판녀의 인스타 그램 팔로워 수는 고작 40명 남짓... 그건 판녀의 친구들도 마찬가지였음. 인스타를 켜도 구경할게 없음. 일진 친구들은 애초에 맞팔조차 해주지않음.
간혹가다 착한 인싸 친구들이 판녀도 맞팔해줬는데, 판녀는 같은반 인싸 친구의 인스타 계정을 타고 들어가 팔로잉 목록을 염탐하기 시작함. 그중에는 판녀의 반과 학교에서 유명한 일진들도 있었음.
판녀는 일진들의 인스타 아이디를 외워뒀다가, 자신이 따로 만들어둔 인스타 비공개 계정으로 접속함.
그 비계는 팔로워0 팔로잉0 인 염탐용 계정이었음. 그 계정으로 일진 인스타를 검색하고 들어가서 파워 염탐을 시작함. 게시물도 살펴보고 인스타 스토리와 하이라이트도 살펴봄. 그리고 프로필 링크에 걸려있는 에스크에 들어감.
에스크에 달린 질문도 쭉 구경하다가 판녀 자신도 일진 에스크에 질문을 남김. 질문은 당연히 엄청난 욕과 비꼬는 말과 근거없는 인신공격이었음. 판녀는 그렇게라도 자신의 열등감과 질투심을 풀음.
인스타 염탐도 다 하고 할게없어지자 판녀는 판녀답게 네이트판을 켬.
판녀는 네이트판에서 자신의 눈사진을 찍어 "[댓글부탁해] 내 눈 어때?"라는 글을 올림. 뭔가 반응을 기대했지만 조회수는 올라가도 댓글은 0개였음.
슬퍼진 판녀는 엉거주춤 자신의 방의 전신거울 앞에서 자신의 전신셀카를 찍어 얼굴은 가림. 이번에는 "[댓글부탁해] 나 몇키로로 보여?"라는 글을 적음. 그러자 댓글이 하나씩 달리기 시작함. 댓글 반응은 대부분 되게 말랐다, 부럽다, 다리 예쁘다 등등의 반응이었음. 판녀는 속으로 '아 내가 마르긴 말랐지 ㅎㅎ' 라며 자신의 유일한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나무젓가락같은 체형에 자부심과 우월감을 느낌...
그러다가 문득 무언가가 떠오른 판녀는 "[댓글부탁해] 안꾸미는애가 갑자기 풀메하고 오면 어떨거같아?" 라는 글을 올림. 글 내용은 "학교에 쌩얼로 다니고 도수높은 안경 쓰고 치마 길고 그런애가 갑자기 풀메해서 되게 예뻐져서 오면 어떨거같아? 솔직하게 달아줘" 라는 식으로 적음.
댓글을 기다리면서 뭔가 기대했지만 댓글 반응은 "솔직하게 아무도 관심없음" , "뭘 기대하고 올린거임?" 같은 싸늘한 반응이 대부분이었음...
하지만 그런 댓글들 속에 관심가고 친해지고 싶을거같다는 댓글 하나를 보고, 자신도 여신강림 주경이급의 반전스토리를 꿈꾸며 화장을 해보기로 함.
판녀는 엄마에게 조르고 졸라 돈을 받았고 번화가를 돌며 컬러렌즈와 쿠션, 틴트, 섀도우팔레트, 쌍테를 구매함.
자신이 쓰는 안경이 도수가 높으니까 안경을 벗으면 존예여신이 될거라는 기대감에 렌즈를 끼기 시작했음. 30여분의 싸움 끝에 렌즈를 끼는데에 성공했는데...
어라? 렌즈를 낀 자신의 얼굴은 쓰기전과 똑같이 너무나 평범했음... 아니 어쩌면 평균 이하라고 느껴졌음. 판녀 자신이 봐도 눈이 큰 것도 아닌듯했고 다른 이목구비가 예쁜 것 같지도 않았음. 오히려 얼굴이 여백많고 넙데데하다고 느낌...
안경을 벗고 환골탈태한 유튜버나 웹툰 드라마같은 미디어를 보면서 자신도 안경을 벗으면 존예여신일거라는 착각이 무참히 깨지는 순간이었음...
그래도 희망을 가지고 유튜브를 보며 쌍테를 열심히 해보지만 눈살이 너무 많아 쌍테가 전혀 먹히지않고 자꾸 밀려들어갔음.
쿠션과 틴트도 발라보지만 뭔가 이질적으로 이상함. 너무 많이 발랐나 싶어 유튜버들의 쿠션 바르는법을 따라서 세수하고 다시 얇고 자연스럽게 발라봄. 전보다 나은거같지만 예뻐진거 같진 않음. 섀도우 팔레트로 눈화장도 해보지만 안예쁜 눈에 펄을 묻히니 스스로가 봐도 덕지덕지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음.
그래도 최대한 (판녀자신이 보기에 예쁘게)화장하고 셀카를 여러장 찍음. 그리고 카카오톡 옾챗 얼평방에 들어가서 얼평을 부탁함. 하지만 상대방의 돌아오는 답변은 "평범함" , "헉 귀여우세용!!" , "못생기진 않은듯 ㅇㅇ" 이라는 답변뿐... 그 누구도 예쁘다는 말을 해주지않음.
판녀는 그렇게 자신의 얼굴에 태생적인 한계를 느끼고 동시에 무력감을 크게 느껴버림... 뚱뚱하면 다이어트라도 해볼텐데 이미 저체중급으로 말라서 이게 이목구비가 뚜렷한거였음.
현타가 온 판녀는 열등감과 질투심, 자격지심이 더욱 커져버림... 결국 네이트판에서 잘나가는 마르고 예쁜 여돌을 보며 열폭하고, 예쁜 여자 일진들의 얼굴과 몸매를 보며 속으로 품평하고, 에스크로 욕을 퍼붓는게 취미가 되어버림......
안타깝지만 중딩 판녀에게 반전이란 없었던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