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의 죽음 뒤 제 억울함은 어떡하나요…
ㅇㅇ
|2022.07.10 04:36
조회 4,917 |추천 0
안녕하세요.
이틀 전에 카테고리에 글을 썼는데 그땐 너무 경황이 없어서 두서 없이 쓰는 바람에 다시 침착하게 적어 올립니다.
저는 올해 29살 직장인이며 남자친구를 1년간 교제했습니다.
소개팅으로 만난 것은 아니고 카페에서 그분이 번호를 물어보았고 그 뒤로 몇 번의 만남 뒤에 교제를 시작했습니다.
남부러울 것 없는 연애였고, 신앙심 깊고 모든 것에 헌신적인 남자친구였어요. 저는 그 사람이 김ㅇㅇ(가명), 37살이고, 전문직에, ㅇㅇ역 근처에서 부모님과 같이 살고 있다고 알고 있었습니다.
3일 전 목요일, 별다른 점 없이 평범한 저녁 통화를 하고, 일요일에 만나자고 약속을 잡은 뒤 잠에 들었어요. 그리고 다음날 보통 같으면 오전에 모닝카톡을 하는데, 남자친구가 오후 한시까지 연락이 되지 않았습니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전화를 걸었고, 5통이 되어도 전화를 받지 않자 직감적으로 무슨 일이 생겼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근 남자친구가 식도염 증상이 있었고 현기증이 난다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았어서 더욱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불안한 마음으로 전화와 카톡을 연달아 하는데 문득 ‘나는 1년을 만났는데 이 시람 부모님, 친구를 보지도 못했구나… 이렇게 연락이 안되면 쉽게 끝날 수 있는 인연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슬펐습니다.
평소에 자신의 친구들, 부모님 이야기를 해주었지만 같이 만나자고 하던가, 그분들이 저를 궁금해 하신다는 말이 없었어요. 그에 비해 저에게 주는 사랑은 무한해서… 아무래도 8살 차이가 나니 조금 신중할 수 있겠구나, 이제 일년 정도 되었기에 슬슬 이런 부분도 유연해 지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남자친구 마음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이때 기다리지 않고 먼저 물어봤으면 어땠을까요….. 너무나도 시간을 되돌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녁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습니다. 그분의 어머니시더군요. 그분은 저에게 ㅇㅇㅇ(핸드폰 저장명=이름과 비슷한 애칭이었습니다) 씨냐고 묻길래 그렇다고 했습니다. 그 뒤. 그분은 혹시 서ㅇㅇ(본명)을 아냐고 하시는데 듣도 보도 못한 이름이었습니다.
너무 당황스럽고 심장이 미친듯이 뛰어 아니라고 답하니 그분이 그럼 알겠다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리고 30분 뒤 두 번째 통화에서 우리 아들 서ㅇㅇ+직업명 을 어떻게 아는 사이냐 물었고, 저는 재가 알고 있는 이름과 달랐지만 그걸 설명드릴 경황이 없이 일단은 어머니 말슴에 답했습니다.
만나고 있던 여자친구다, 연락이 안되서 걱정이되어 전화를 계속 걸었다. 혹시 무슨 일이 생겼나요? 하고 물었더니, 그분께서 떨리는+분노에 찬 목소리로 충격적인 말을 하시더라고요…
우리 아들 결혼한지 알고 있었냐고, 결혼한 지 14년 째인데 알고 있었냐고…. 저는 그 자리에서 놀라 주저 앉았고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아 네? 네,? 이 소리만 반복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분께서 오늘 우리 아들이 심장마비로 죽었다. 갑자기 그렇게 되서 자기가 경황이 없는데 대체 어디사는 누구냐고 물어보셨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몇주 전부터 몸이 안좋았던게 전조증상 같습니다… 평소 식도염이 있어서 그런 줄로만 알았는데…)
이 순간 정말 왜 사람들이 충격을 받으면 기절하는지 알겠더라고요. 숨이 차서 순간 기절해 버릴 것 같아 정신 머리 붙잡으며 저는 결혼한지 몰랐다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고, 어떻게 그렇게 되었는지 묻자 그분은 화를 억누르시며 좋은 곳으로 갔으니 그렇게 생각해라. 그리고 앞으로 이 번호(남자친구 번호인지 어머니의 번호를 말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로 절대 연락하지 말아라. 하고 끊으셨습니다.
끊겠다고 하는 순간 제가 오열하자 그분도 울음섞인 목소리로 ‘끊을게요’ 를 반복하셨던 걸 생각하니 아마 저에게 많은 것을 묻고 싶으셨지만 그분도 너무나 충격적이시고, 절망적인 상황에 이 일을 그냥 가슴 속에 묻어버리려고 하시려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통화를 마치고 저는 하루 아침에 남자친구가 고인이 되었다는 엄청난 충격과 함께 1년이 넘게 내가 만나던 사람이 다 가짜라는 생각에….정말 죽고 싶었습니다. 한 여자의 남편과 일년 동안 연애를 했다니요… 그럼 그 사람은 아내와 부모님과 같이 살면서 저에게 그렇게 밤과 낮에 통화를 하고… 일주일에 두세번을 만나 데이트를 했던걸까요 정말… 너무나 죄스럽고 사라지고 싶습니다.
제가 알고 있던 것과 다른 직업(비슷한 직종이긴 했습니다), 나이(결혼한지 14년이면 제가 알고 있는 나이보다 더 많겠죠), 다른 이름(완전히 다른 이름이었습니다.)에 충격을 먹었고…,하 절망적인 심정에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혼자서 이걸 뭘 어떻게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늦은 시간이었지만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나 이제 어떡하냐..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친구가 침착하게 이상했던 점이나 너가 의아하게 생각했던 것을 설명해 봐라 해서 정말 돌아버릴 것 같은 정신을 붙잡고 평소에 특이했던 점을 하나씩 짚어보니 진짜 제가 사랑에 빠져 바보같은 짓을 하고 있었더라구요….
1) 명함을 받아보지 않았음. 다니는 직장의 위치는 알았지만 그쪽을 가본 적이 없음. ->이게 최대의 실수 같습니다… 너무 남자친구를 믿었고, 남자친구가 전문직이어서 제가 직장에 대해 자세하게 묻는게 속물처럼 보일까봐 그냥 그대로 믿었습니다.., 나중에 찾아보니 그 장소에서 다른 직종으로 근무하고 있었더군요.
2) 사는 곳에서 데이트를 하긴 했지만 자신의 집이 어딘지 이름만 알려주고 주변을 가보진 않음. ->이 부분은 제가 서운해서 한달 전에 말을 했었고, 남자친구가 부모님을 마주칠까봐 그랬다. (자기가 결혼할 나이가 차서 부모님이 연애를 한다고 하면 계속 닦달하실까봐 그런다) 나중에 한번 가보자. 하고 넘어갔습니다.
3) 여행가는 걸 싫어했음 -> 잠자리가 예민한 편이라 여행가거나 출장기는걸 굉장히 싫어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그 사람이 싫어하는 건 하고 싶지 않아 여행가자는 얘기는 안해봤어요. 그리고 저도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어서 여행은 좀 어려웠어요. 그러다 최근에 부산으로 당일치기 여행을 하자는 남자친구의 제안에 기뻐했었죠 바보 같이…..
4) 결혼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했음. -> 연애 초반에 자기는 나이가 이 정도 되어서 주변에서 결혼에 대해 묻지만 조급해 하지 않는다. 결혼할 나이가 되었다고 그거에 목메어서 누굴 만나고 싶지 않다. 진짜 사랑을 해보고 결혼을 하는게 맞다고 말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도 자신이 사랑 없이 나이에 맞춰 결혼을 했었거나,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도 시간이 지나 식어버린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이런 말을 한 것 같습니다.
이런 것들을 말하니 친구가 울며 대체 왜 이렇게 이상한 점이 많았는데 자기에게 이야기를 안했냐고, 조금만 알려줬어도 당장 헤어지라고 했었을텐데 왜그랬냐고 안타까워 했습니다…
평소에 저는 제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잘 하지 않는 편이고, 남자친구 이야기라면 더더욱 말을 아끼는 편이었어요. 특히나 이번에는 정말 사랑했기에… 누구에게 흉보이고 싶지 않아서 말을 아꼈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에게 더욱 좋은 모습을 보여주어여 한다는 생각을 하는 편입니다.
이 순간 저에게 좋은 친구들이 있어서 정말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년 동안 연애하느라 친구들을 소홀히 한 것도 정말 미안했고…하 정말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얼마나 다행일까요…
그날 친구와 저는 검색 사이트에서 그 사람의 이름과 직업을 쳐봤고, 너무도 쉽게 그 사람의 사진과 여러 정보들이 나오더군요… 내가 1년 동안 만난 사람의 얼굴인데 다른 정보들이 붙어있고…너무 소름돋고 무서워서 벌벌 몸이 자동으로 떨렸습니다.
저를 속인 것은 정말 괴씸하지만 그래도 살아있기를 바랬습니다. 어머니가 화가 나셔서 홧김에 제게 그런 말을 하셨길 바랬어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음날까지 남자친구가 사는 곳 장례식장 사이트를 찾아보니 (요즘엔 빈소 현황이 사이트에 나오더라고요) 다음날 오후에 고인이 되어 그 사람이 이름이 적혀있는 것을 발견했고, 상주에는 그 사람의 부모님, 아내 이름이 적혀있었습니다….
저에게 이런 엄청난 일이 벌어진 것이 무섭고… 그동안 쉽게 쉽게 남자친구를 만나는 편이 아닌데 (이전에 연애 경험이 2년, 3년 이렇게 두 번 있었어요) 그 사람이 저에게 첫눈에 반했고, 같은 기독교인을 처음 만나서 마음에 맞는 사람이라 판단했었습니다.
같이 성경도 많이 읽고 가끔은 주일날 교회도 가며 이상적인 데이트를 했었는데… 정말 기억을 잃어버리고 싶고…처음에 그 사람의 마음을 거절했던 순간이 있었어서 (나이 차이가 부담스러웠어요) 더욱더 시간을 되돌리고 싶습니다…
이미 고인이 된 남자친구에게 무엇도 물어볼 수도 없고, 그쪽 가족분들은 황망히 떠난 남편, 아들의 죽음에 깊이 슬퍼하고 있을텐데… 제가 더 무엇을 알아볼 수 있을까요. 모든 것을 속였어도 미혼이었으면 이렇게까지 비통하진 않을 것 같아요.
죽음에 슬퍼할 수도 없으며, 빈소에 가볼 수도 없으며, 이런 방식으로 한 순간에 사랑하던 사람과의 연애를 끝내려니 너무나 가슴이 아픕니다.
저에게 정말 진심으로 사랑한다며, 자기 생에 이런 사랑은 두번 다시 해볼 수 없을 거라며, 자신의 앞에 나타나줘서 고맙고 정말 결혼 생각이 들 정도로 평소의 자기 가치관을 바꿔주어서 고맙다고 말했던 사람인데… 평생 자기랑 함께 하자며 같이 살고 싶으니 조금만 기다리자 했었는데… 정말 엄청난 비밀을 숨겨두고 어떻게 그런 뻔뻔한 말을 했었을까요…
대체 왜 그 사람은 평범하게 살고 있던 저에게 이런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주고 떠났을까요? 답답함과 억울한 마음에 이틀 동안 잠도 못자고 매일 울고만 있습니다. 생전 한번도 가보지 않은 정신과도 가보려고 예약하고… 앞으로의 삶이 두렵습니다. 그 누구도 만나지 못할 것 같고… 제가 다시 일어나 예전처럼 누굴 만나며 자유롭게 사랑할 수 있을까요? 이런 아픔을 감추고 대체 어떤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요…. 너무 죄스럽고 숨이 막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