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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부모님께서 옷 입는거에 관여하시나요

ㅇㅇ |2022.07.21 00:18
조회 17,531 |추천 22
안녕하세요. 20대 후반 여자입니다.
아직까지 저의 옷 스타일 때문에 부모님이랑 많이 부딪혀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서 그리고 다른분들의 여러가지 생각이 궁금해서 또한 위로도 받고 싶어 글 올립니다.



일단 저의 옷 입는 스타일은 굉장히 캐주얼하면서 저 개인적으로 스트릿 한 스타일을 좋아해요.
요즘 유행하는 크롭 티에 하의는 펑퍼짐한 조거 팬츠를 입는 스타일도 좋아하고 그냥 트렌디하게 입는 걸 선호하는 편입니다.
대학생 룩처럼 캐주얼하게 입는 게 대부분인데 꾸미고 싶을 땐 가끔가다 꽃무늬 원피스도 입고 구두도 신고 그래요.



제가 하체비만이라 하의는 20대 초반부터 통 넓은 바지나 롱치마를 주로 입어왔습니다. 다리 라인과 비율이 별로라 스키니진이나 반바지는 꿈도 못꿨는데 어느샌가 통 넓은 바지가 유행이라 잘됐다 싶었죠.



근데 저희 부모님은 특히 저희 아버지는 티셔츠는 무조건 단색(색도 차분한 흰색,곤색) , 단정한 걸 원하시고 바지는 무조건 단정한 청바지, 슬랙스 이런 것만 옷이라고 생각하시는 분이세요. (롱 치마, 긴 원피스, 롱 코트, 레이스 달린 옷, 색감 튀는 옷 이런 거 정말 싫어하세요.)
어머니는 아버지 정도까진 아니시지만 아버지가 하도 어머니한테도 옷에 대해 이거 이상하다 딴거 입어라 라는식으로 지적을 많이 하셔서 어머니도 아버지랑 어디 나가실 때 아버지가 거슬려 할 만한 옷은 아닌지 신경 쓰고 나가세요. 하지만 어머니도 옷은 단정해야 한다는 주의세요.



아무튼 이 정도로 옷에 대해 좀 자기주장이 확고하신데,
저는 다리가 너무 별로라 통 넓은 슬랙스나 조거팬츠로 제 하체 라인을 감추고 싶은데 그냥 이런 바지 자체를 후줄근하고 말 그대로 '이상한' 바지라고 생각을 하세요.



말씀하실 때도 "너 바지 진짜 안어울린다.. 진짜 이상해~ㅠ 딴거 입어라" 이런식으로 꼽?주면서 말씀하시는데.. 안그래도 부모님앞에서 제가 입고 싶은 옷을 입는거에 대한 위축감이 드는데 저런 말까지 하시면 자존감이 뚝.뚝 떨어집니다.
부모님께 저런 말을 들으면 저도 짜증나서 뭐가 이상하냐 하나도 안이상하다고 내가 이쁘면 된거다라고 반박을 해도 남이 보기엔 이상하고 너랑은 할 말이 없다는 식으로 행동을 하십니다.
그냥 아예 저를 특이하고, 별로고, 이상한 존재로 취급을 하세요.



고등학교 때 수학여행을 간다고 해서 아버지께서 옷 사라고 카드를 주셨는데 제가 산 옷들 좀 보자고 구경 하시더니 다 맘에 안 든다고 제 앞에서 옷을 찢어버리고 신발도 환불해오라고 불같이 화내셨었던게 저한테 좀 트라우마가 된 것 같아서, 이 이후로는 성인이 된 후에도 부모님 인정할 법한 항상 단정한 옷들만 입고 나갔고 항상 백팩이나 쇼핑백에 제가 입고 싶은 옷들을 따로 챙겨서 비상계단에서 갈아입고 그 옷은 비상구에 숨겨놓고 놀다 오고 집에 들어갈 땐 다시 갈아입고 그랬습니다. 근데 이 짓을 지금까지 하고 있구요...



저도 이제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으니 '내가 입고 싶은 대로 입겠다는데 뭐 어때 이 나이 먹고도 옷 입는 거로 한소리 들어야 돼?'라는 심정으로 마음 먹고 집에 들어가면 아버지께서 "옷이 그게 뭐야~ 그러고 나갔다 왔어?" 어이없다는 듯 웃으시면서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저를 뚫어져라 쳐다보는데.. 이러실 때마다 적응이 정말 안되고, 심장도 두근거리면서 그딴 걸 입었냐면서 혼날까 봐 무섭기도 하고.. 그러고 방에 들어오면 굉장한 씁쓸함과 내가 대체 옷이 뭐라고 이렇게까지 눈치 보며 살아야 하지라는 좌절감과 동시에 당당하지 못한 제 자신에게 속상해서 또 한동안 옷을 비상계단에서 갈아입는 생활을 하게 되네요..



요즘은 계단에서 갈아입는 것도 귀찮아서 대놓고 제가 원하는 스타일로 입고 집에 들어가는데 옷 이상하다는 말 한두 마디씩만 하시거나 표정이 좀 안 좋아지는 거 말고는 별말씀 없으셨는데,

오늘 어쩌다가 옷 얘기가 나왔는데 어머니께서 쇼핑 좀 그만해라 비싼 돈 주고 사는 옷들이 네가 이상하게 입으니까 옷이 죽는단 식으로 말씀하시면서 옷들도 다 이상하고 무슨 그런 옷을 입냐 놀랬다(레몬색조거팬츠입니다) 맘에 안 든다고 또 그러시는 거예요.. 그 말 듣고 여태껏 참았던 제 발작 버튼이 눌려서 저도 어머니께 "엄마 아빠가 하도 눈치를 주니까 내가 엄마 아빠 앞에서는 맨날 기본적인 옷들(슬랙스 티셔츠, 청바지 티셔츠)만 입지 않냐 그런 것만 입으니까 내가 맨날 엄마 아빠 앞에서는 똑같은 옷만 입는 거다. 엄마가 말하는 이상하게 입고 다니는 게 내 스타일이 쪽팔리다는 뜻 아니냐.
근데 내가 엄마 아빠랑 외식하거나 같이 어디 나갈 때 내 스타일로 입은 적 있었냐. 앞으로도 엄마 아빠랑 어디 나갈 때 쪽팔리게 안 입고 다닐 테니까 그냥 내 개인적인 약속이나 어디 나갈 때 뭐라고 하지 말아라"라고 하니 암말도 안 하시더라고요..



아무 말 없으신 거 보니 어쨌든 제가 입고 다니는 스타일이 쪽팔렸다는 수긍의 뜻인 거 같아 좀 씁쓸하기도 하고 그냥 여태껏 말하고 싶었던 말들을 꾹 참다가 터트렸는데도 마냥 시원하지만은 않네요..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저는 여전히 부모님의 눈치를 보며 방에서 옷을 입었다 벗었다 할 것 같고, 부모님이 이때쯤이면 주무시겠지 싶을 때 현관문 비번을 치고 후다닥 방으로 들어갈 거 같고, 현관문이랑 가까이 부모님 한 분이 계시면 바로 신발장에 앉아 신발 끈을 푸는 척 무슨 옷을 입었을지 조금이라도 가리는 제 모습 좀 고치고 싶은데 과연 이게 가능할까요..



그냥 제가 당당하면 된다는 걸 제 스스로가 너무 잘 알고 있는데 생각보다 위축이 되네요.. 옷 까짓 게 뭐라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수22
반대수6
베플ㅇㅇ|2022.07.21 10:40
부모님은 앞으로도 안바뀔거에요. 그치만 나라도 내 스타일을 사랑해줘야한다고 생각해요. 글 읽어보면 쏘 핫걸처럼 입을 것 같은데 핫걸의 애티튜드로 기죽지말고 스스로 멋지다 매력있다 해주길!
베플|2022.07.23 15:12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죠. 돈 모을때 까지는 잔소리 듣고 무시하시던지 이게 유행이라고 그냥 정신승리하시다가 준비해서 나가세요. 부모님 울타리에 있을 땐 생각을 조율하는 자세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베플진상을보면...|2022.07.23 21:30
아무리 옷이 마음에 안 들어도 그렇지 사온 옷들 다 눈앞에서 찢어버리고 한 건 진짜 아빠가 너무했네요ㅠㅠ아니 성인인데 훌러덩 벗고 다니지만 않으면 레몬색을 입든 무지개색으로 휘황찬란하게 두르고 다니든 무슨 상관이라고 저러시는지;;아무튼 앞으로는 그냥 뭐라 하시든 신경 쓰지 마시고 무시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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