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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피해사건 그후의 이야기

줄무늬 |2022.08.17 01:11
조회 882 |추천 4
안녕하세요. 여러가지 많은 일들이 있고 나서 최근 개인적인 이유로 이전 글들을 찾아보다 옛 생각이 나 글을 다시 써 봅니다.
저는 https://pann.nate.com/b333789807  이 글을 썼던 사람입니다.
그 때의 제가 19살, 용기내어 글 쓴 게 21살, 그리고 저는 지금 27살입니다. 참 많은 시간이 흘렀네요. 약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저는 여전히 아픕니다.
그렇다고 저는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강간 피해자의 삶을 살고 있지는 않습니다. 나아가려 노력하고, 해결하려 노력하고, 버티고 살아내려고 하고 있어요.
물론 그 이후에도 버티기 힘든 일이 있었고, 그 일로 꼬박 7년을 고뇌하고 포기하고 나를 돌아보며 자책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시도도 했었지만 저는 이렇게 살아있습니다.
이씨 사건은 잘 해결이 되었습니다. 재판마다 꼬박꼬박 직접 출석해 (국선변호사는 단 한 번도 출석하지 않았거든요) 제 억울함과 분노를 보였고, 통화 내용이나 녹취 내용을 녹취록으로 작성해 어떻게든 증거를 모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잃은 사람도, 얻은 사람도 있었고 제가 놓아야만 하는 것도 있었어요. 인간으로써의 존엄성은 완전히 내려 놓아야 했죠.
어디서, 어떻게, 어떤 식으로, 어떤 느낌으로 당했는지를 수 번을 설명해야 했고, 똑같은 질문을 수 번을 받아가며 정신이 점점 망가지더라고요.
분명 세상에는 저와 같은 일을 겪은 친구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댓글에서도 그런 친구들이 보였고요.
사실대로 말하자면, 트라우마는 남아 있어요. 아직도 완전히 닫히지도 열리지도 않은 애매한 문틈 사이가 무섭고, 빛 하나 없는 방에 홀로 있는 게 두렵고, 가끔 환청을 들을 때도 패닉에 빠져요.
최근에는 다른 사건과 겹쳐서 발작 증세를 보여 주기적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어요.
우울증, PTSD로만 진단하셨던 원장님께서 두 번째 상담에선 조울증과 조현병도 의심되고, 발작 중에는 해리상태가 되는 것 같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약은 꾸준히 먹고 있고, 끔찍한 그 지역에서 벗어나 이사도 했어요.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고 하고 있고, 새로운 재능을 찾기도 했구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고민하고, 이야기 하면서 목표를 세우고 있어요.
그러니까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나 이겨냈다. 나 살아있고, 안 죽을 거다. 좋은 일은 꼭 마지막에 오니까, 같이 살자.
추천수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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